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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메이커 영업부 사원의 하루, “숨가쁘지만 보람도 큽니다”

[ okGGM 일반기사 ] 
메이커 영업부 사원의 하루, “숨가쁘지만 보람도 큽니다”

 
화장품을 제조하는 메이커에서부터 판매를 하고 있는 일선 전문점까지 그들의 삶의 방식은 다른 산업 분야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다만, 현재 시판 시장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만이 그들의 한숨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 본지 기자들은 이들의 숨소리를 보다 가까이 듣기 위해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그들의 소리, 그들의 땀을 곁에서 호흡하기 위해 메이커 영업부 사원, 대리점, 전문점, 인터넷 쇼핑몰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직접 체험하기로 한 것. 유통 라인을 모두 섭렵할 순 없었지만, 탁상공론에 그치는 소수의 정책보다는 몸으로 부딪히며 듣는 그들의 땀내음은 결코 값싼 동정론이 아니었다. 그들의 현장을 찾아가 본다.


☞ 라미화장품 영업 1부 이경민 주임


오전 8시 30분. 이경민 주임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오전 영업회의를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릴 사이, 월말 판매 마감에 맞춰 각종 회의가 줄을 잇는다. 월초 일선에 배포할 라미화장품의 영업 정책을 숙지하고 나니 시간은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라미화장품 영업 1부 이경민 주임은 지난 1월 알비온으로 입사해 라미로 자리를 옮긴 지 이제 3개월 된 새내기다. 강남 지역과 성남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오전 11시가 넘어서자 자리를 털며 일어선다. 오늘 할 일이 많다는 말을 남긴 채.


그의 업무를 통해 화장품 회사 영업부의 숨가쁜 하루를 들여다 본다.


하루의 시작이다
오전 9시 30분. 영업회의가 끝나면 어김없이 전화에 불이 붙는다. 이주임이 고충처리반이라도 되나?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뒤로 하고 자리를 털면 시계 바늘은 벌써 10시를 넘기고 있다. 부산의 어머니가 지어주시던 따뜻한 밥을 먹지 못한 게 벌써 얼마더냐. 힘을 내자. 하루의 시작이다.


설문조사 받는 건 쉽지 않죠
라미는 얼마전 각 부서별로 1차부터 3차까지 일선 화장품 전문점을 돌며 설문조사를 했다. 라미 제품의 불만부터 좋았던 점까지 빼곡이 들어찬 글씨 속에 그들의 정성이 묻어난다. 이주임은 이를 자랑하는 듯 내놓으며, “이런 것들이 재산이 되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그의 재산 속에서 평상시 느끼지 못한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포스터 챙겨야지
최근 라미화장품이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지향하며 내놓은‘GEO’브랜드의 포스터를 손에 쥔 이주임은 연신 즐거운 표정. 총각인 이주임의 눈길에 탤런트 조안은 아리따운 신부로 비춰졌을까. 포스터 50여장을 손에 쥐며 오늘 배포할 전문점을 눈감고 세어본다. 포스터 들고 오전 11시 본사 출발.


잘 붙어야 할 텐데
오전 11시 40분. 영차영차. 사다리는 어디서 구했나? 오른쪽 주머니에서 꺼낸 셀로판 테이프를 손에 붙이며 “비가 오면 어떡하나. 떨어지지 않겠죠?”라고 묻는다. 방배역 부근의 화장품전문점들을 돌며 그의 흔적을 이렇게 남겨놓는다. 생소한 지역의 ‘맨 땅 헤딩하기’다. 우직한 성품으로 하나둘 만들어나가는 재미를 붙이고 있다고.


포스터가 어디갔지?
작은차 큰 기쁨. ‘부산’이름을 단 차량 번호판이 왠지 낯설어 보이지만, 그의 차에는 온갖 물품들이 즐비하다. 화장품 샘플 용기부터 각종 자료, 포스터 등등... 전문점을 방문하다가 보면 급작스레 어떤 요구 사항이 떨어질지 모르므로, 항상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춘다는 것. “차가 좀 작죠?”라고 묻는 이주임의 말에 ‘큰 희망’을 본다.


회사 정책입니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오후 1시 라미화장품 양재특약점 임영조 점장을 방문한 이주임은 초면부터 환한 웃음으로 대면한다. 불황이라며 안색이 안좋은 임점장도 자연스레 웃음꽃이 핀다. 웃음은 전염병이라 했나? 정책 사항을 전달하며 포스터 몇장 더 건네준다. “여기 포스터 안붙였네”


왔담다
오후 2시 30분. 양재특약점의 업무를 마친 이주임은 강남역으로 이동. 강남역 7번 출구 바로 앞의 ‘핑크페인팅’에서 눈인사를 건넨다. “매출 좋습니까?”건넨 한마디에 주인은 손을 절레절레. 포스터 들고 ‘GEO’의 조안을 힐끔 본다. 웃음 가득. 포스터와 세계적인 사진 잡지인 ‘지오그래픽’을 전달하니 점심 먹은 것이 모두 소화되는 기분이다.


요즘 남자 향수 뭐가 좋아요?
오후 2시 50분. 강남역 지하상가를 걷다 문득 고개를 돌린다. 안면이 있는 사람과 눈인사. 불가리 매장의 경력 10년차인 유하선씨와 즐거운 해후(?)를 한다. “요즘 남자향수 뭐가 좋아요?”하루 종일 걷다 보면 힘들만도 한데, 즐거움이 더 큰가 보다. 웃음의 연속. 아쉽게도 라미제품이 입점하지 않아 업무 이야기는 뒤로 한다.


포스터 예쁘죠?
포스터를 오늘 몇 장 붙였지? 셀로판 테이프를 손에서 떼며 문득 드는 생각이다. 이주임은 기어코 모회사의 포스터를 밀어내고 자신이 들고 있는 지오포스터를 붙이리라 다짐한다. 무한 경쟁 시대 속에 시장 점유율 높은 회사의 마케팅은 보다 손쉬울 수 있다. 구석자리에 붙여놓은 포스터라도 그에게는 만족. ‘이제 시작이다’라는 표정이다.


하루의 마감
오후 6시. 강남역 지하상가에 위치해 있는 화장품 전문점을 다 돌고 나니 이제 한숨 돌릴 ‘자기만의 시간’이 됐다. 배에서는 연신 꼬르륵.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살아 회사 동료나 친구 집에 들러 따뜻한 밥 한그릇 먹을 때가 매우 행복했다고 말하는 이주임의 꿈은 소박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천직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일이 힘들어도 참을 수 있습니다. 제가 뚫어 놓은 길(판로)에 꽃(제품)들이 만발(판매)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죠.” 하룻동안 일어난 업무를 다이어리에 정리하며 마감하는 이경민 주임. 그가 만든 삶의 현장이다.


취재후기


화장품 회사의 영업부서가 담당하는 업무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의 움직임을 보며 곁눈질로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자동차로 이동하고, 식사는 밖에서 하며, 같은 멘트를 여러번 뱉어야 하고, 항상 웃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이들의 공통 분모가 아닐까. 서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건 아닌 듯 했다.


시간 관계상 성남 지역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강남역과 방배역 부근의 전문점 몇 곳만 들러도 하루가 금새 지나감을 알았다. 월말에서 월초까지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함에도 여유있는 웃음은 세일즈맨들의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한다.


대리점과 전문점의 위치에서는 또 다른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현장에서 어려움이 없을 수 없듯, 그들의 말 한마디에 귀기울이고 그들의 웃음에 박수 한번 치면 그들에게 큰 힘을 보태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힘찬 발걸음에 큰 박수를 보낸다.


주간 코스메틱 게재(2002년 5월)
[테마기획] - 남성화장품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