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GGM 일반기사 ]
“에뮐시옹을 먼저 발라? 세라마이드는 어때?”
국내 시판 중인 화장품, 한글 찾아볼 수 없어
화장품 용어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는가. 일반인들은 화장품 전문가가 아닌 이상, 스킨과 로션 외에 귀동냥으로 들은 세럼과 퍼밍크림 정도가 고작이다. 화장품의 원조가 서양이다보니 용어 또한 외래어일 수밖에 없는 점에는 수긍을 하겠으나, 국적 불명의 ‘트윈케익’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현재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화장품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용어를 집중 해부한다.
☞ 데마꾸앙, 네트와이앙, 크렘므 “무슨 뜻?”
서울에 사는 김모양(24)은 최근 남자친구로부터 화장품을 선물 받았다. 남자친구가 3년여간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왔기 때문에 내심 외국산 화장품을 사올 것이라고 기대를 했지만, 선물은 국내 제품이었다. 그러나, 포장을 풀어 용기를 보니 이것이 외국산 제품인지 국내 제품인지 전혀 알 수 없어 사용설명서를 보았다. 분명히 국산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사용설명서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국내 제품으로 느낄 만한 부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데마꾸앙(Demaquillant)’, ‘네트와이앙(Nettoyant)’, ‘이드라탕(hydratant)’, ‘크렘므(Creme)’, ‘뉴트리(Nutri)’, ‘이으(Yeux)’ 등등... 이름만 들으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지 전혀 알 수 없는 프랑스어. 이들 언어로 된 국내 시판 화장품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전량 수입을 원칙으로 하는 제품인 아니라면 사용설명서는 친절하게도 ‘한글’로 표기해 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화장품에 외래어 사용이 늘면서 오래전 부터 사용해오던 전통적 단어들이 사라지고 화장품 용기에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스킨’과 ‘로션’이란 친숙한 단어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토너’와 ‘에멀전’이란 단어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우리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화장품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성분이 개발되고 신제품이 속속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보면, 신조어의 출현은 전혀 새로울 것이 못된다. 또한, 이러한 신조어는 새로운 제품의 출시를 의미해 메이커들은 경쟁적으로 이러한 새단어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스킨과 아스크리젠트를 혼합한 스킨토너라는 명칭이 그 대표적인 예다. 예전에 많이 사용하던 ‘아스트리젠트’란 단어가 없어지고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 졌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화장품에 사용되는 용어는 대개 원칙에 입각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트윈 케익이란 단어는 외국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용어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콩글리쉬”라고 말했다.
☞ 영어와 프랑스 어학 실력 up?
우선 여성들이 화장을 지울 때 사용하는 클렌징 류의 용어는 대체로 어렵지 않다. ‘리무버(Remover)’는 아이나 립 메이크업 등의 포인트 메이크업 또는 네일을 지울 때 사용하는 클렌징 제품을 의미하고, ‘폼(Foam)’은 거품이 나는 클렌징 제품, ‘워시(Wash)’는 물세안을 하는 제품, ‘스크럽(Scrub)’은 각질 제거 제품이나 보디 청결제이며, ‘필링(Peeling)’과 ‘폴리셔(Polisher)’ 등도 각질제거에 사용하는 단어다.
위에 열거한 것들을 프랑스어로 살펴보면, ‘데마꾸앙(Demaquillant)’은 화장을 닦아내는 뜻으로 사용되며, ‘네트와이앙(Nettoyant)’은 깨끗이 하는 비누나 폼 클렌징류를 의미한다. ‘엑스폴리앙(Exfoliant)’은 각질 제거제에 사용되며, ‘퓨리피앙(Purifiant)’은 흔히 세안제나 피지 제거제에 쓰인다. ‘무상(Moussant)’은 거품의 의미이며, ‘사봉(Savon)’은 비누를 가리키고, ‘두시(Douche)’는 샤워를 의미하는 보디 샤워젤의 제품명에 사용된다.
이는 대체로 쉬운 편에 속한다. 여성들이 화장을 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은 이미 영어와 프랑스가 적절히 배합된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중급 수준의 어학 실력을 갖추게 만들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에멀전(Emulsion)과 하이드로(Hydro), 모이스처라이징(Moisturizing)은 많이 접해 쉽게 이해할 수도 있으나, 보습을 의미하는 이드라탕(Hydratant), 밀크로션을 의미하는 레(Lait), 탄력을 뜻하는 페르메테(Fermete) 등은 프랑스어를 전공하거나 불한사전을 활용하지 않는 이상 쉽게 알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최근 기능성 화장품 제품이 늘어나면서 사용하고 있는 퍼밍(Firming)이나, 리프팅(Lifting), 화이트닝(Whitening), 링클(Wrinkle), 안티 에이지(Anti-Age) 등도 비교적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단어들이다. 그렇다면 라페르미싱(Raffermissant)이나, 블랑(Blanc), 블랑쉐르(Blancheur), 세쉬(Seche), 마트(Mat), 두세(Douceur) 등은 쉽게 알 수 있을까.
피부 타입별로도 친절하게 한글로 건성, 중성, 지성, 복합성 피부라 표기하는 화장품은 거의 없다. Dry Skin, Normal Skin, Oily Skin, Combination Skin으로 표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젊은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색조 제품에 표기되는 용어는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텡(Teint, 얼굴), 마키(Maquil, 화장), 푸드르(Poudre, 파우더 제품에 사용), 르가르(Regard, 시선), 레브르(Levres, 립라이너), 옹브르(Omble, 아이새도), 수실(Sourcils, 눈썹, 아이브로우 펜슬) 등은 이미 여러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루주(Rouge, 립스틱)는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화장품 용어라 할 만 하다.
☞ 기능성 시대… 성분을 그대로 제품명으로
‘사봉으로 먼저 세안을 하고, 에뮐시옹을 먼저 바른 후 세라마이드로 마무리합니다’란 문장이 화장품의 메인 카피로 사용되고 있다면? 이는 전혀 실현 불가능한 상황만은 아니다. 서울에 사는 한 주부는 “나이 드신 어른에게 요즘 출시되는 화장품을 선물할 땐 으레 사용 설명을 곁들여야 한다”며 “화장품 전문점의 카운슬러나 방문 판매원에게 사용 설명을 듣지 않고는 이 제품의 용기만 보고서는 사용처를 알지 못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최근 성분 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을 제품명에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레시틴(Recithine)이나 리포좀(Lyposome), 바이오스틴(Biostene), 엑스폴리에이터(Expoliator), 콜라겐(Colagen), 플라스토덤(Plastodem), 세라마이드(Ceramide) 등 중고등학교 시절 생물과 화학 시간에 교육받았던 용어를 이제는 화장품에서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콜라겐과 리포좀은 너무 많이 들어 이제는 일상 용어(?)가 된 것이 사실이다. 보습효과를 높이고 노화 방지 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두 물질은 최근 화장품에 직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됐다. 모화장품 업체의 CF에는 이러한 ‘리포좀’이란 단어를 심심찮게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사용할 때 사용되는 화장품 용어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에서 사용되는 화장품은 우리가 미국식을 주로 따르고 있어 비교적 어렵지 않아 보인다. 단, 메이크업 베이스나 트윈케익처럼 우리나라에만 사용되는 단어만 주의하면 미국과 일본에서 사용하는 화장품 용어는 쉽게 풀이할 수 있다. 프랑스 화장품도 대개 로션과 크림류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하고 사전을 곁에 두고 풀이해 나가는 방법이 가장 좋을 것이다.
외래어를 사용해야만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관행과 잘못된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타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소비자들이 모르는 단어를 일부러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용처를 모르고 사용하게 되면 부작용 등 각종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지게 된다. 세계화 시대에 외래어 사용을 무조건적으로 피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보다 용어를 통일해 소비자들이 보다 친숙하게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은 비단 지금의 목소리는 아닐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에 사는 한 소비자가 던진 한 마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들이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 지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100% 외래어로 표기된 화장품 용기를 보고 국산이 아닌 외국산이라고 느끼며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향후 국내 화장품 시장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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