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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대구상권분석]복합 매장 우후죽순 늘어나 전문점 큰 피해

[ okGGM 일반기사 ] 
가격 할인 가장 큰 ‘골치거리’
복합 매장 우후죽순 늘어나 전문점 큰 피해

 
지난해말 본지에서 실시한 전국 상권 분석은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타 경쟁지에서도 한번 실시된 적 없는 전국 주요 도시의 상권을 분석해 그 특징과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미래 전망까지 내세웠던 본지의 상권 분석 기사는 2002년을 맞이해 새롭게 기획 제작되고 있다. 본지는 수도권과 부산, 광주, 대전, 인천, 춘천 등 지난해 분석했던 상권을 제외하고 전국 12개 주요 도시를 탐방, 취재함으로써 본격적 상권 분석 기사의 장을 열 방침이다.


☞ 상권의 역사


대구광역시는 면적 885.61㎢에 인구 252만4,253명(2001 기준)의 경북 최대의 도시다. 2001년 현재 행정구역은 달성군·중구·동구·서구·남구·북구·수성구·달서구 등 1개군 7개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3읍 6면 129동이 있다. 광역시청 소재지는 중구 동인동1가 1번지에 있다.


 1996년 현재 인구밀도는 전국에서 네 번째이며, 급격한 인구증가가 있었던 시기는 8·15광복 이후로 이때 해외에서 귀환한 동포들과 북에서 월남한 피난민들이 대거 정착했다. 대구는 옛날부터 교통의 요충지에 있어 영남지방 상권의 중심지로 발달했고 평양·강경과 더불어 한국 3대 시장의 하나였다. 6.25전쟁 때 이후까지 상업이 크게 번성했고 옛날부터 전국을 상대로 한약 재료를 파는 약령시(藥令市)가 유명했다. 지금도 남성로 일대의 약전골목에는 한약방·한의원·건재상 등이 집중분포하고 있어 과거의 한약재 집산지로서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사과를 비롯한 대구 근교의 각종 농산물이 집산되어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중계지로서 발달해 왔다.


옛날부터 대구 주변에는 많은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고 18세기 후반기에 이미 13개의 크고 작은 향시(鄕市)가 개설됐다. 그중 매월 2일과 7일에 개장하는 서문시장(西門市場)은 전국 3대시장의 하나다. 칠성시장은 대구의 재래시장 중 가장 유명하다. 칠성시장은 동촌 및 하양 등지의 사과와 농산물이 집결하여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동천시장이라 명하던 곳으로 1946년 시장공영화 시책에 따라 북문시장이란 이름으로 상설시장이 개설되어 칠성시장의 모체가 되었다. 현재는 칠성시장·대구청과시장·삼성시장·경명시장·북문시장·능금시장·가구시장·대성시장 ·꽃시장 등 여러 개의 시장을 통틀어 칠성종합시장이라 한다. 현재도 농산물 및 축산물이 주로 거래되며 일명 돼지골목·개골목·닭골목·튀밥골목 등도 칠성시장의 명물골목이다.


동문시장과 남문시장도 처음에는 5일장이었으나 1900년대 초에 상설시장이 되었고 지금도 성업중이다. 일반시장은 생활권별로 시가지 전역에 분포되어 있으나 백화점·쇼핑센터는 대부분이 대구의 중심부에 해당되는 중구에 집중되어 있다.


☞ 주변환경


기자가 찾아간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는 대구광역시에서 가장 큰 번화가다. 대형백화점 3개에 수백개의 상점들이 늘어선 ‘대구의 명동’으로 불리고 있는 곳. 1일 유동인구도 약 50만∼1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이 곳 상권은 대구 최대이며, 경북 최대다.


대구대학교, 계명의과대학, 영남대학교, 대구교육대학교, 효성카톨릭대학교 등 동성로 인근에 대학교만 4개이며, 대구 시청과 중구청, 동부교육청 등 관공서와 경북의대부속병원 등 병원도 즐비하다. 또한 대구 지하철 1호선과 대구역이 위치해 있고, 대성중고, 경북여고, 경북여상, 경북예고, 경북사대부고 등 중고등학교도 많이 포진해 있다.


 도도화장품 대구지점 이기태 지점장은 대구 지역에 대해 “시장의 가격 할인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문을 연 뒤 “현재 셀프 매장과 카운슬링 매장이 거의 5:5 비율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화장품 코너에 PC를 들여놓은 첫 번째 도시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타 도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만큼 합리적인 가격 정책과 고객 관리에 힘을 기울였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동성로는 현재 오픈 매장 7개, 카운슬링 매장 10개 등 복잡 다단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90년대 오픈 매장이 동성로에 진출하면서 일기 시작한 가격 파괴는 현재 상권의 몰락을 가져올 만큼 큰 위기에 빠뜨렸다는 게 중론이다.


대구 동성로에서 10여년간 화장품 전문점을 운영했다는 한 점주는 “현재 동성로의 가격 파괴로 수성구와 달서구 등 재래시장과 대학가 주변에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성로만 놓고 볼 때, 미로처럼 얽힌 주변 도로와 대백, 밀리오레 등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 있고, 최근 개통된 대구 지하철역과 연계해 수 많은 인파가 줄을 잇고 있는 대구광역시 최대의 상권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 곳은 10∼20대의 젊은 층 수요가 폭발적이며 패션과 먹거리가 공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화장품 전문점도 90년대에는 그 숫자가 50여개를 넘어섰으나, 최근 불경기와 매장 사이의 가격 싸움으로 인해 10여개로 급감했다고 한다.


☞ 상권특징


1. 가격 파괴, 어디까지 왔나


실제 본지에서 판매가 가격 표시제를 염두에 두고 설문 조사한 결과, 대체로 제품에 대해 가격표시는 하고 있었지만 그 기준이 애매모호했다. 고객마다 가격을 달리 책정할뿐더러, 가격 할인폭도 매우 컸다. 예컨대, 태평양의 라네즈울트라하이드로에센스의 최고가는 2만5천원이었으나, 모상점에서는 1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고객이 조금만 다리품을 팔면 최고 7,500원의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10여개 매장 중 2∼3곳은 가격을 밝히지 않아 의문을 더했다.


“화장품만 국한해 매출을 따져보면 10년전이 훨씬 좋았습니다. 수익이 3배는 줄었다는 얘기죠.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복합매장이 들어서면서 가격 할인은 바닥을 치고 있으니 전문점으로서는 생계에 위기를 느낄 정도입니다.”


 모화장품 점주는 동성로의 현상에 대해 단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동성로의 가격 파괴는 복합 매장이 주도했다는 해석이다. 복합 매장이라고 해서 카운슬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골 고객과 유동 고객 사이에 가격 할인이 달라져 이는 고객 관리를 할 수 없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1만원에 화장품을 들여온다고 치면, 복합매장은 원가에도 못미치는 7∼8천원에 판매를 합니다. 이는 의류나 액세서리에서 수익을 충당함으로써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화장품 전문점이 입게 되는 것이죠.” 실제 본지 기자의 취재 결과, 미니몰 등 복합 매장의 가격 할인 폭은 매우 컸다. 값이 싸다보니 손님이 몰릴 수밖에 없고, 한정적인 고객을 맞다보면 기존 전문점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2. 고객 관리가 없다?


“고객 관리를 하면 손해를 본다”, “깍아줘도 손해고 못팔아도 손해다”, “고정고객이 많으면 매장은 망한다”


이 말은 동성로의 상권을 단적으로 암시해 주는 말이다. 예전에는 POS를 들여와 전국 최초로 고객 관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4∼5년 사이 50%의 고객이 줄면서 그 의미도 무색해 졌다.


인터넷에서 제품을 프린팅해와 업주에 내밀며 “이 가격에 달라”며 욕설을 서슴지 않는 고객도 늘고, 가격 할인 폭을 염두해 둔 고객들은 복합매장과 비교하며 5∼10% 더 할인해 달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 고객 관리를 할 수 없다는 논리의 당위성도 엿볼 수 있으나, 현재 전국적으로 고객 관리를 하지 않는 매장이 거의 없는 상황이고 보면 매우 독특하다고 할 만 하다.


동성로의 B전문점주는“복합 매장과 경쟁하려고 겨우 10%정도 남을 만큼만 판다”고 했으나 “그것마저도 고객은 깍아달라고하고 수익이 남더라도 판촉물로 메워져 점주들은 수익 창출이 매우 힘든 형편이다”고 설명한다.


고객 관리가 없는 상권이 존재할까. 어떻게든 관리는 하겠지만 예외도 있는 듯 했다. 50여개에 달하던 화장품 전문점이 최근 10여개로 줄어든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까. 상가 번영회에서도 매번 논의되는 숙제지만, 법집행기관이 아닐 바에야 할 말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3. 상권 주변 전문점들의 담합


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A, B, C, D, E라는 화장품 전문점이 있다고 치자. 각 전문점들이 거래하는 화장품 대리점이 있을 테고, 가격도 모두 다를 수 있다. 이는 화장품 유통 관례로 볼 수밖에 없어 그 설명이 힘들다.


A∼E 전문점은 정기적인 회의를 열어 각각 거래하는 대리점 1곳을 선정, 가격 담합에 들어간다. 예컨대, “월 2천만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하겠다”는 의지를 화장품 업체에 내보이면 자연스레 업체들은 가격 조정을 한다. 이렇게 되면 전문점들은 이 중 가장 가격을 저렴하게 내놓은 업체 1곳을 선정, 제품을 받고 A∼E 전문점주들은 가격을 동일하게 나눠 판다는 설명이다.


이는 유통상거래법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그러나, 화장품 업체와 전문점들은 살기 위한 방편이라며 항변하고 있다. 이것이 동성로 전문점을 위협하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 빠를까. “서울처럼 대구의 복합 매장은 중앙 본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 소유가 되면서 가격이 더욱 흐려졌지요. 복합 매장끼리도 가격 마찰이 있는데, 전문점과 복합 매장간의 싸움은 더 치열하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대구 동성로에서 4년여간 유통사업을 편 모화장품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 문제점 및 전망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지역의 가격 할인은 이미 주변 상권으로 번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달서구 수성구도 그 범위 폭이 커지며 제살 깍아먹기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지역 상권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가격. 모전문점 업주는 “지금은 달리 이 상황을 피할 길이 없다”며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기다릴 뿐”이라고 한탄했다.


그렇다면, 가격 할인에 대한 해결 방법은 없을까. 전문점에서만 유통될 수 있는 화장품 상품권이나 복합 매장(마트, 슈퍼마킷 등) 전용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화장품 전문점을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실시 중인 모업체의 ‘제품별 특약점 정책’도 빛을 발하진 못하지 싶다. 제품별 특약도 현실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는 게 중론이다.


“백화점보다 가격이 더 비싼 화장품 전문점이 나오고 있다”, “매년 정책을 바꾸는 화장품 업체들을 못믿겠다”, “방판 제품과 시판 제품의 가격과 용량을 눈속임하지 말라”는 등 수 많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예컨대, 코리아나의 녹두폼 크린싱 방판제품은 180g이며 1만5,000원에 판매됐으나, 시판제품은 동일한 가격에 150g으로 설정돼 출시됐다. 마진폭을 감안하면 시판 시장에서도 방판 제품을 팔 수밖에 없다는 풀이다. 모전문점주는 “모제품의 경우 백화점에서는 소비자가 4만4,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전문점에서는 5만원에 판매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동성로 주변 전문점들은 고객이 카운슬러들에게 욕설을 하며 “7천원짜리를 1만원에 팔고 있느냐”고 고함을 지를 땐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금을 타업종에 비해 20∼30% 올려줘도 사직이 빈번하게 이뤄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도둑년 소릴 듣고 누가 일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는 전문점주. 가격 할인을 해 고객에게 조금 더 이익을 돌려주자는 복합 매장의 정책. 신부 세트까지 판매하고 나선 인터넷의 가격 할인 정책 등 현재 화장품 유통 시장에 불고 있는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1∼2만원이면 모를까, 대량 구매시 10만원 이상 차이나면 누가 전문점에서 화장품을 구입하겠느냐”고 울분을 토하는 전문점주의 말처럼 대구 동성로는 현재 가격 정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 판매자가격표시제도


본지는 취재에 들어가기에 앞서 국내 화장품 10개 업체와 각 1개의 제품을 선정, 가격 조사표를 작성해 해당 상권의 전문점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가격 조사에 들어갔다.


태평양의 라네즈 울트라하이드로에센스를 비롯해,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 링클 디클라인, 코라안의 오렌지엔시아 퍼밍 에센스, 한국화장품의 칼리 프로비타 A세럼, 한불화장품의 바탕 모이스처 마린 세럼, 애경의 마리끌레르 스테이온 립스틱, 참존의 디에이지 토너 에멀전, 소망화장품의 찰랑찰랑 케라틴 헤어팩, 라미화장품의 라니 지오네이처, CJ엔프라니의 엔프라니 카이네틴 등 총 10개 업체의 1개 제품을 선정했다.


조사 결과, 가격 할인 폭은 대개 20% 내외 였으나 고정 고객과 유동 고객 간의 할인 폭은 또 다르게 나타났다. 그러나, 매장에서는 이를 소상하게 밝히지 않아 설문조사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대구 동성로의 해당 제품의 최고가와 최저가는 다음과 같다.


▲태평양 라네즈 울트라하이드로에센스 최고가 25,000원/ 최저가 17,500원 ▲LG생활건강 이자녹스 링클디클라인 최고가 90,000원/ 최저가 72,000원 ▲코리아나 오렌지 엔시아 퍼밍에센스 최고가 34,000원/ 최저가 20,000원 ▲한국화장품 칼리 프로비타 A세럼 최고가 27,000원/ 최저가 19,000원 ▲한불화장품 바탕 모이스처 마린 세럼 최고가 25,000원/ 22,000원 ▲애경 마리끌레르 스테이온 립스틱 최고가 15,000원/ 최저가 12,000원 ▲참존화장품 디에이지 토너 최고가 20,000원/ 최저가 16,000원 ▲소망화장품 찰랑찰랑 케라틴 헤어팩(小) 최고가 6,000원/ 최저가 5,000원 ▲라미 지오네이처 정가 판매 ▲CJ엔프라니 엔프라니 카이네틴 최고가 120,000원/ 최저가 70,000원


(상기 가격은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주변 10여개 매장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이며, 해당 제품은 본사가 무작위로 선정한 제품으로 각 업체의 히트상품이나 고매출 제품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대체로 해당 제품들은 가격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다. 2,000∼4,000원 사이의 할인 폭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 링클디클라인과 코리아나 오렌지엔시아퍼밍에센스, CJ엔프라니 카이네틴 등의 제품들은 10,000원 이상의 큰 폭을 보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가격 할인 폭이 크다고 해서 모든 전문점들을 일괄적으로 “이렇다”라고 단언할 순 없으나,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의 가격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주목할 만 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대체로 가격 안정이 형성된 상권에서는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가 10,000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대해 신빙성이 크다고는 할 순 없으나 직접 방문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의의를 둘 만 하다”고 평가했다.


# 본지에서 밝힌 각 화장품들의 가격은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로 국한하며, 전국의 모든 화장품 전문점의 가격 표시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주간 코스메틱 게재(2002년 3월)
[상권분석] - 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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