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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자살 방조? 누구의 잘못인가!

[ okGGM 일반기사 ] 
 자살 방조? 누구의 잘못인가!

 
     세기말엔 항상 이상한 징후가 보이기 마련이다. 메시아가 나타나 세상의 종말을 고할 것이라느니, 휴거가 일어나 신자들만 하늘로 올라간다느니 하는 식의 구라가 여기저기에서 판을 치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이런 시기에 동승해서인지 얼마전까지만해도 '자살'을 유도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들이 있었다.


☞ 자살 사이트 폐쇄 사건


 자살. 자살이란 뭔가.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것? 우습다. 삶이 그렇게 호락하다던가. 죽음보다 힘든 것이 삶이라서 스스로 택하는 길인가.


자살 사이트는 지난해 말까지 10여개가 검색사이트에서 줄줄이 나왔었고, 자살동호회만도 60여개가 넘었었다. 그러나, 지난해말 자살사이트에서 알게된 사람들끼리 강릉까지가서 술먹고 죽는 바람에 같이 있던 사람은 자살방조죄로 구속되고 사이트는 줄줄이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자살 방조? 한편으로 보면 참으로 우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죽는다는 사람을 어찌 말리란 말인가. 도덕적으로 그것이 아무리 잘못되었다고 설교한들, 그들이 죽지 않고 다시 살아 환하게 웃을 수 있겠는가. 때로는 한강다리에서 줄줄이 낙사사고가 잇따르자, 다리에 경고문을 붙이기까지 했다는 우스개소리가 들리긴 한다만 그들은 결국 죽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남기고 다시 내려왔을 뿐, 그 이상 그 무엇도 없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일본은 자살률이 세계에서 1위를 내달리고 있다는 통계는 우리에게 다소나마 위안을 삼게 만든다.


고물가, 고유가에 시민들은 치를 떨며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IMF를 맞이하면서 그들의 삶을 쫓아가는 것인지 매일 주가는 떨어지고, 대박을 꿈꾸는 자들의 일탈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삶 속에서 무엇을 찾겠다고 버둥대는 지...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 자살 사이트 운영자... "삶은 소중하다"


이쯤 되면 자살 사이트를 만들어 그들에겐 꿈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었던 그들이 만나고 싶어지기도 한다. 만나볼까?


- 사이트를 만들게 된 동기는?
삶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었다. 죽음보다는 삶에 중점을 뒀다. 그런데, 죽음의 사이트로 내몰다니... 우습다.


-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다. 죽으면 그 뿐. 누가 말리겠는가. 하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처럼 (죽음에 대해)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한다. 아울러, 남게 되는 사람들의 슬픔에 대해서도 한번쯤 다시 생각했으면 한다.


- 혹시, 자살을 기도해 본적은?
한번 있었다. 그러나, 죽지 못했다. 아니 죽지 않았다. 무서웠다. 삶의 집착은 아니었지만, 뭐가 두려웠는지 그렇게 못했다.


- 사람은 언젠가 한번은 죽는다. 죽음은 뭐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죽음은 하나의 꿈이다. 한번은 가겠지만, 살아가면서 영원히 꿈꿀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다. 사후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에겐 신비스런 존재로 여겨져 왔다.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 맞다. 하지만, 죽는다는 것... 아직 젊은 나이에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맞다. 아직 젊다. 할 일도 많아보이고. 절대 할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다들 그렇게 얘기한다. 할 일이 많으니 죽지 말라고. 그런데, 실업자 100만명에 노숙자 또한 매년 늘어만 간다. 일자리 마련한다고 운운해대는 정부는 해마다 단기 계획에 그친 실업대책을 내놓는다. 그래놓고 잘 살라고만 한다. 젊은이는 꿈을 꿔야 한다고. 토익 800점에 명문대를 나와도 돈을 벌지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 수 없다면 뭘 해야 하는가. 절망뿐이다.


-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겠는가.
없다. 적어도 우리에겐. 그렇다고 백수들이 모두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꿈이 있는 젊은이들은 다르다. 하지만, 현재 문제제기하는 절망은 그들의 것과 차이가 있다. 내가 얘기하는 절망은 그것이 아니다.


- 자살사이트를 다시 오픈할 것인가.
아니다. 오픈하진 않을 것이다. 이젠 삶과 죽음을 내 안에서 마인드콘트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사회에 불만이 많은자 = 자살자' 로 보여지고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사랑 때문에 죽는 사람도 많다. 사랑이 뭔지...


- 본적 있는가.
군대에서 세명 봤다. 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군에서 많이 죽는다. 소문일 뿐이겠지만, 나 또한 정확한 통계는 모른다. 군에서 사랑을 잃으면 대개 사회에 불만이 생기고 되고.. 결국은 그렇다.


- 끝으로, 할 말은?
계획? 없다. 얼렁 취직해서 값진 돈을 벌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 취직하면 당신에게 밥한끼 사겠다. 그리고,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삶은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라고.


자살 사이트 운영자는 나름대로 신조를 갖고 있다. 자살을 방조하지도 않는 자들이다. 그저 삶은 삶대로 죽음은 죽음대로 나눠 갖는 그런 인생. 누구나 한번은 죽게 된다. 삶에서 무엇을 얻은들, 그것은 죽음앞에 한낱 먼지에 불과할 뿐이다. 마음을 비우면 죽음도 희망으로 보인다. 그렇게 살자!


Inpeople.TV 게재(2001년 2월)
[가상인터뷰] - 자살사이트 운영자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