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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인간의 순수함 - 강원도 홍천 '살둔마을'

[ okGGM 일반기사 ]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인간의 순수함 - 강원도 홍천 '살둔마을'

 
     21세기는 첨단 과학과 정보화가 물결치는 시대다. 바야흐로 인간의 편리성이 극대화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곳이 아직도 우리 주위엔 존재하고 있다. '인간이 살만한 둔덕'인 그 곳을 찾아가 보았다.


☞ 인간이 살만한 둔덕... 살둔


 영동고속도로 속사IC에서 나와 약 1시간 가량 가면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곳, '살둔마을'이 신비함을 간직한 채 모습을 드러낸다. 살둔마을에는 현재 8가구의 2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듬성듬성 떨어진 집들 윗켠에 살둔산장이 위치해 있고 그 앞을 내린천이 휘어감는다. 446번 도로가 오지 마을로 오는 길을 편하게 만들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반기지 않는다. 지난 95년 56번 국도가 생기면서 오지마을은 그렇게 인간의 손이 닿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 곳은 '오지'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살둔의 유래를 살펴보면, 조선 제7대 임금이었던 세조때 사육신 후예들이 세속이 싫어 세상을 등지고 산간오지에 터를 잡았는데 그곳이 바로 3둔과 4가리다. 3둔이라 함은 살둔을 비롯해서 월둔과 달둔을 칭하며 4가리는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거리(거리와 가리는 비슷한 의미)를 칭한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에 위치한 이 마을들은 현재 살둔과 아침가리만이 사람이 살고 있다. 20여년 전에 달둔과 월둔마을의 사람들이 떠나고 지금은 터만 남아있다. 반경 50km이내에 1,000m를 넘는 험준한 산들이 30여개에 이르는 이 곳은 살둔을 제외한 나머지 마을은 4륜 구동차량이 아니면 접근이 어려워 오지마을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 살둔의 산역사 살둔산장


'인간이 살만한 둔덕'이란 뜻의 살둔은 태고의 신비가 숨을 쉬는 홍천 오대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태고의 신비가 그대로 살아숨쉬는 '살둔산장'의 산장지기 이상주씨(58, 0366-435-5928)는 문명 생활을 거부한 지 벌써 몇 년째. 세속에 묻혀지낸 사람들은 그런 생활이 불편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 불편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불편한 것은 생각하면 불편해집니다. 불편한 생각을 없애면 됩니다. 저한테 없는 게 딱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외로움과 무서움입니다. 그것을 없애면 생활하는 데 문제 없습니다."


살둔 산장은 지난 82년 지어진 이래 많은 산사람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40여년 동안 산을 탄 산장지기 이상주씨의 덥수룩한 수염은 오지마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산장지기외에 곤충학자 변창호 박사가 장기간 기거하며 자연인이 되고 있다. 2층으로 된 목조건물인 살둔산장의 외부는 아직 못다지은 집이라 해서 '미진각(未盡閣)'이라고도 하고 산이 반 물이 반이라는 뜻의 '산반수반정(山半水半亭)'으로도 불린다. 또 2층 작은 마루는 바람을 베고 눕는다 하여 '침풍루(寢風樓)'라 한다.


지은 지 18년이 지났지만 틈새하나 나지 않아 '한국사람이 살고 싶은 집 100선'에 꼽히기도 한 살둔산장은 1년내내 산사람들과 나그네들이 끊이지 않는다. 방명록이 매달 1권씩 만들어질 정도로 그 곳은 외지 사람들의 휴식처로 이미 입소문 나 있는 상태. 숙박료는 그저 주는 대로 받는다는 주인장의 말처럼 그곳에 가면 덩달아 자연인이 된다. 무념·무상의 상태로 맹현봉과 군암산, 개인산의 정기를 그대로 받으며 내린천의 시원한 물줄기로 목을 축이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을 정도로 그 곳은 태초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인간의 손길이 뻗치지 않는 곳은 없듯이 그곳에 얼마전 래프팅업체가 생겼다. 월둔래프팅(0366-435-5661)의 차찬호씨는 "2시간여의 래프팅 코스를 1인당 2만원에 즐길수 있다"고 말했다.


☞ 3둔과 4가리 오지중의 오지


살둔을 빠져나와 56번 국도를 타고 인제방향으로 5분정도 가다보면 '달구지'식당이 보이는데 그곳에서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아침가리와 월둔이 나온다. 4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길이 험하다. 아침가리와 월둔마을은 월둔교를 지나 자동차 통행금지막앞에 차를 세우고 걸으면 월둔골이 나타나고 계속 산길을 올라가면 구룡덕봉과 아침가리로 이어진다. 아침가리는 창촌에서 유전을 지나 현리로 통하는 기린면 방동으로 갈 수도 있는데 차량으로 1시간 가량 돌아가게 된다.


 56번 국도변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왼쪽에 삼봉휴양림이 나오는데 휴양림안쪽의 약수터가 그 지방 사람들의 식수로 유명하다. 달둔은 살둔에서 삼봉휴양림 방면으로 올라가다가 보면 홍천 학생야영장, 칡소폭포입구, 하얀 민박집을 차례로 지나게 된다. 민박집을 지나자마자 얼마 못 가 오른쪽 계방천 위로 작은 다리가 하나 있다. 달둔교라는 이름의 이 다리를 건너 우회전하여 시냇물을 따라 3km가량 산 속으로 가면 달둔이다.


현재 월둔과 달둔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지 않다. 60년대 김신조 일당의 침투후 떠났다고 전한다. TV와 휴대폰은 물론이고 라디오도 국군방송만 나오는 강원도 홍천의 오대산 기슭에 위치한 얼마남지 않은 오지마을 살둔. 살둔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은 찌든 도시생활로 맑은 청량음료 같겠지만, 현지인은 그런 외지인의 출입을 비교적 달가와 하지 않는다는 점도 출입시 명심해야 할 일이다.


☞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속사IC를 나오자마자 좌회전하여 31번 국도를 따라간다. 31번 국도를 따라가다보면 운두령을 지나 56번 국도와 만나게 되는데 그곳이 창촌이다. 창촌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원당교를 지나 10여분 가면 살둔마을이 나오고 고개를 넘으면 살둔산장이 좌측에 있다.


대중교통은 불편하다. 동서울에서 버스로 홍천까지 간 다음 시외버스를 타고 창촌까지 간다. 시외버스는 하루 10차례. 달둔은 창촌에서 하루 5∼6차례밖에 없는 버스를 타고 광원교에서 내려 올라가야 한다. 창촌삼거리에서 구룡령으로 이어지는 56번 국도변 샘골휴게소 못미쳐 '오대산 내고향'(0366-435-7787)이 별미집이다. 5,000원에 두부찌개와 된장찌개의 맛을 볼 수 있다. 집에서 직접 담갔다는 솔잎 동동주도 일품.
 

농협중앙회 사보 게재(1999년 12월)
[오지마을] - 강원도 홍천 '살둔마을'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