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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글로벌한 '문화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글로벌한 '문화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 전방위 문화정책 마련이 급선무


   일찍이 '딴따라'라 하여 문화 예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엎신 여기는 풍토가 뿌리깊게 내려져 왔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일개 문화인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28)는 매달 5만원 정도를 문화비로 지출한다. 한 달에 두어 번 연극이나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음반 구입 등으로 사용하다보면 5만원은 문화욕구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하지만 이제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크게 바꿔야 할 때다. 21세기는 곧 문화의 시대다. 문화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당장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헐리우드 영화 한편이 국내 자동차 연간 판매량과 맞먹는다는 사실만 보아도 문화의 힘은 곧 국가의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문화의 시대에 대비했다. 문화만이 자원이 고갈될 시대를 대비할 첨병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문화투자만큼 알짜가 없다며 문화를 국가이미지 제고에 적극 활용했다. 기업들 역시 문화를 수출의 우회적 전위산업으로 인식하여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종래의 기술 및 디자인 경쟁에서 벗어나 이제는 문화가 전통과 신뢰의 국가간 이미지전쟁의 전략무기로서 이용되는 추세다. 문화라는 것을 국가나 대기업 차원에서 주력상품으로 앞세우는 것도 대중 속에 문화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 문화의 국력을 키워나가는 다국적 기업들


  마이클 잭슨과 미키마우스가 미국의 상징이라면, 일본은 만화영화 캐릭터와 컴퓨터게임으로 자국의 이미지를 세계 속에 심고 있다. 즉, 문화를 기업의 제품에 접목하여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국책산업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이 90년대 초 헐리우드 영화사를 대거 매입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프랑스도 지난 96년 문화정책 개혁위원회를 구성하여 21세기 문화시대에 대비해 왔다. 국내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하여 지난해 개봉된 영화 '쉬리' 제작에 참여했던 삼성의 경우는 천문학적 액수를 벌어들였다. 여기에서 보듯이 우리가 다짐해야 할 것은 '문화가 곧 경제력'이라는 문화경제마인드다. 예술은 문화적 자원이자 동시에 경제적 자원이다. 예술이 경제성장을 자극하고 관광 부동산 및 기타산업을 활성화시킨다. 예술에 소비된 돈은 전체 지역사회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며 이를 확대 재생산시킨다.


선진국에선 일찍이 예술을 경제로 인식하고 국가나 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아 왔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예술에 대한 기업의 참여 및 투자가 더욱 활기를 띠고, 예술의 종사인구도 늘어날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의 척도를 단순히 예술이란 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개인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문화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려고 하고 있고 기업의 경우도 자사 제품을 고급예술작품과 나란히 배치하여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으로 문화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이런 문화전쟁시대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사올 것은 많은데 팔만한 문화상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가도 개방만 할 뿐 국제화 시대의 문화전략이 없다. 기업 역시 경제와 문화를 연계시키는 마인드가 부족하다. 문화전쟁의 시대에 살아남을 '문화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SDS 사외보 게재(2000년 봄)
[특집] - 글로벌한 '문화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