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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당나귀와 발데스 아저씨로 상징되는 커피국가 - 콜롬비아

당나귀와 발데스 아저씨로 상징되는 커피국가 - 콜롬비아

 
    세계적 커피 생산국인 콜롬비아. 세계 생산량으로만 보면 브라질보다 못하지만 '커피하면 콜롬비아다'라는 등식을 성립시킬 수 있었던 것은 홍보마케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가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세계 제일의 커피 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콜롬비아의 커피 생산에 대해 살펴본다.


☞ 미국의 유수 광고회사 참여 마케팅 '성공'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스웨덴으로 하루 평균 11잔 이상을 마신다고 한다. 미국도 만만치 않아 하루 소비량이 1억 3천만잔에 이른다. 이 말은 곧 '하루에 한잔 이상을 꼭 커피를 마신다는 사람'이 인구 절반을 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오랜 역사속에서 사랑 받아온 커피지만 건강과 결부되어 다소 부정적으로 소외당하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세계인들이 즐겨 마시는 기호 식품으로 그 자리를 확고히 다져놓은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커피는 엄청난 물량으로 소비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 많은 양을 현재 중남미 국가에서 전 세계 물량의 50% 이상을 조달하고 있다. 세계 제 1의 커피 생산국가인 브라질은 전 세계 물량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콜롬비아가 12%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브라질을 '커피국가'로 인식하진 않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콜롬비아는 훌륭한 홍보전략을 내세워 '커피국가'라는 인식을 세계속에 심어놓는 최고의 마케팅 전략을 사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커피하면 콜롬비아'라고 연상하는 것은 미국의 유수 광고회사들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장기적인 홍보를 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생산량이나 품질면에서 브라질 커피가 결코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콜롬비아 커피가 유명해진 것이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제 콜롬비아의 커피 수출량은 12%를 넘어서 20%를 육박하고 있다고 하니 그러한 홍보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 3000m이상 고봉들 즐비한 천혜의 자연 환경


  남미대륙 북단에 자리잡은 콜롬비아의 국토는 안데스 산맥의 출발지점에 해당한다. 해발 3000m이상의 고봉들이 연속적으로 줄지어 있지만 동부는 아마존강의 지류와 함께 광활한 초원과 밀림으로 뒤덮여 있다. 콜롬비아는 위도상으로 적도 부근의 열대권에 속하지만 기후는 표고에 따라 달라진다. 이렇듯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보다 남미가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지로 부상한 것도 안데스 산맥의 비옥한 토양과 눈부신 태양, 적절한 일교차 등 커피 재배 조건을 골고루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를 비롯해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의 6개 국가들은 세계 커피 생산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들이 모두 해발 2,000m 고지에서 커피를 경작한다. 이 중 콜롬비아는 안데스 산맥 자락을 타고 메델린, 마니잘레스, 페라이라, 아르메니아, 부카라망가, 보고타 지방이 주요 생산지로 꼽히는데 특히 콜롬비아 수도에서 약 600km 정도 떨어진 중서부 지방의 페레이라와 마니살레스는 가장 질좋은 커피가 생산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1863년에 세워진 커피 집산지인 페레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인 반면, 마니샬레스는 전적으로 커피 산업에만 의존해 형성된 도시다. 해발 1,500m 고산 지대에 위치해 이곳에선 지금도 커피를 가득 싣고 마차를 끄는 당나귀를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도시를 벗어나면 광활히 펼쳐지는 커피 농장들을 볼 수 있다. 커피 농사는 노동 강도가 높고 체력소모도 많다. 하루에 몇 번씩 산을 오르내리는 것은 보통. '카페테로'라 불리는 농부들은 일일이 손으로 다 익은 열매를 따내는데 이것이 세계 최고의 커피를 탄생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한다. 이렇듯 콜롬비아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정부의 지원으로 세계적인 커피 생산 국가라고 불리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으로 농부들 사기 향상


  정부의 지원은 실제 '콜롬비아 커피 생산자 연합회(The Nationail Federation of Coffee Growers of Colombia)' 라는 조직이 결성되어 있어 가능했다. 이 기구는 1927년 조합의 형태로 결성됐는데, 비영리·비정치 기구로 수 천명에 달하는 콜롬비아의 소작농인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발족됐다.


이 기구는 콜롬비아 정부에 소속되어 있으며 커피 수출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콜롬비아 커피 시장의 안정을 꾀하고 커피 재배에 따른 각종 조사나 지원 및 판촉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재 2백만명에 달하는 콜롬비아 커피 재배농민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 농민들의 안정적인 수입보장을 최고의 활동 목표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도로의 포장이나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한 상하수도 공사, 학교 전기 시설, 주택 건설 등 농민들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러한 연합회의 활동으로 커피 생산량은 해마다 배로 늘어났으며 커피 재배농민들의 생활 수준도 크게 향상됐다.


이 기구는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해 1963년 커피 수출 및 수입업자 보호를 위해 조직된 '국제 커피 협정' 발족에도 큰 기여를 했다. 콜롬비아가 커피로 유명하게 된 데에는 정부의 지원도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당나귀와 망토를 두른 농부아저씨'의 상징성을 앞세운 홍보 마케팅때문이 아닐까 한다. 안데스 산맥은 차가 다니기에 불편한 점이 많아 수확된 커피의 대부분은 아직도 당나귀로 수송되고 있는 실정인데 바로 그 당나귀와 커피를 수송하는 농부가 모델이 되어 세계속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카페테로'라는 이 농부는 당나귀와 함께 '후안 발데스 아저씨'라고 불려지고 있다. 콧수염이 나고 망토를 두른 이 아저씨는 실제 콜롬비아의 커피 재배 농부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실제 이름은 '카를로스 산체스'라는 사람으로 지난 수십년간 콜롬비아 커피 광고에 출연하여 커피 홍보 요원으로 그 구실을 톡톡히 해줬다. 이러한 발데스의 유명세를 실감하듯, 최근 콜롬비아 커피 광고에는 그를 재창조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어깨에 망토를 두른 여인이 나타나 광고를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콜롬비아 커피 재배 농부가 새로운 유행의 창조자가 되어 발데스는 이제 유명인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콜롬비아의 커피 홍보 마케팅은 최근 젊은층을 공략해야 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물려 파도타기나 스노우보드, 행글라이딩 등 과격한 스포츠를 소재로 재밌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 세계속에 '커피 국가' 인식 심는데 노력


세계적 커피 재배산지별로 커피를 분류해보면, 예멘이나 에티오피아 지역에서 나며 신맛이 강한 모카커피와 쓴맛이 강한 브라질 커피, 부드러운 맛의 콜롬비아 커피, 자메이카의 특산물인 블루마운틴 커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콜롬비아 커피는 대부분 아라비아 품종으로 명칭은 산지에 따라 메델린, 보고타, 아르메니아 등으로 구분한다. 또한 브라질 커피와 비교해 봤을 때 같은 양을 추출해도 25%정도 더 많이 나오며, 품질에 따라 2등급으로 나눌 수 있는데 '수프레모'와 '엑셀소'가 바로 그것이다. 이 중 보고타와 부카망가에서 나는 수프레모가 더 좋은 등급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맛은 매우 부드럽다. 가장 훌륭한 콜롬비아 커피는 매우 비싼 가격의 '이디오피아 하라 커피'와 같이 약간의 포도주맛이 나기도 하는데 간혹 일반 원두를 '하라'로 속여 파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콜롬비아 전통적인 생산 유통 과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콜롬비아는 전통적으로 커피 생산에 대한 유통 책임을 개인 수출업자가 67%, 콜롬비아 커피 생산자 협회가 33%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불개입으로 인해 개인 수출업자들은 천재지변으로 인해 커피 생산이 감소라도 하게되면 치열한 사재기 경쟁을 벌여 전체적으로 커피 가격을 상승시키는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콜롬비아의 지진과 폭우로 인해 2분기 커피생산은 예상량보다 100만자루나 모자라는 220만자루로 감소했었다. 가격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연초 파운드당 1.10달러에서 1.40달러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과는 달리 커피 가격이 폭락하기라도 하게 되면 세계 최대의 생산국가인 브라질과 함께 콜롬비아는 주변 국가들과 협력해 금새 수출 물량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을 산정해 나가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원산지인 아프리카보다 커피를 더 많이 생산해 내는 국가 콜롬비아. 그러나 매일 약 23건의 살인사건 발생으로 인구 비례 살인률이 세계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기도 한 콜롬비아는 안데스 산맥 아래 고원 지대의 강렬한 태양과 비옥한 토양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커피 재배지로서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우리가 매일 하루에 한잔 이상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상, 우리는 콜롬비아의 발데스 농부아저씨와 당나귀를 매번 봐야 할 지도 모른다. 1인당 GNP가 1,500 달러도 안되는 나라지만 세계속에 '커피' 하나를 인식시켜 놓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탁월한 홍보 전략으로 세계 속에 자국의 생산 작물을 세계 속에 심어놓는 데 성공한 나라 콜롬비아를 모델 삼아 우리도 '인삼' 같은 작물을 세계 속에 심어봄은 어떨까.


현대조선 사외보 게재(2000년 4월)
[세계의 트렌드] - 콜롬비아 커피 편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