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로 국익을 키우는 태국의 관광산업
우리나라 신혼 여행 행선지 1위의 나라. 매춘 관광을 비롯한 관광 산업으로 태국은 매년 상당한 수입을 거둔다. 12세기 왕국을 건설하며 동남아시아를 호령했던 태국의 역사 유적지를 바탕으로 한 그들의 관광산업을 알아보았다.
지난 97년 10월 방콕에는 마치 서울의 문화거리를 연상케 하는 태극 무늬가 새겨진 'KOREA WEEK 97' 이란 슬로건이 시내 곳곳에 설치됐다. 그리고 시내 50여 곳에 달하는 한인 요식업소들에는 청사초롱이 내걸려 있다.
당시 코리아 주간에는 국립극장에서 공연될 코리아 채리티 챔버 앙상블 목관악 5중주 입장권이 시내 유명 서점에서 발매를 시작한 지 불과 3일만에 일반석이, 그리고 5일만에 특별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또 시내 한복판의 힐튼호텔에서 열린 문화행사 중 '김치 만들기 경연대회' 에는 태국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한국의 개천절을 기려 태국은 '한국의 날'을 선포할 정도로 양국 수교 이후 처음으로 뜻깊은 행사를 가진 것이다.
태국 거주 15만 명 가운데 7천여 명에 불과한 한국인들을 위해 태국이 내놓은 이런 행사는 관광산업에 대한 태국 정부의 인식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이런 탓인지 태국의 관광 산업은 국내 여행업체와 연계해 대단히 많은 여행객들을 손짓한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여행객 수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태국에서 한국인들은 VIP로 통한다. 그렇다면 태국은 왜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에게 남다른 손짓을 던지는 걸까?
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 약 800여만 명 중에 우리나라의 여행객 수는 IMF이전에는 48만 명을 넘었으나 지난 98년에는 20여만 명에 그쳤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나 일본은 그 숫자는 변함 없이 100여만 명에 이른다. 독일과 미국 등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이 많이 찾아오는 것으로 나타나 태국관광청은 동양인을 위한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는 것이다.
☞ 한해 800여만 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
태국정부관광청은 1960년 3월에 태국의 관광 산업의 진흥을 위해 설립됐다. 태국 내 최고의 기관인 태국정부관광청은 일반인에게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국제관광객의 태국 관광을 위해 홍보활동을 한다. 한국 내 태국관광청 서울사무소는 국내 신혼부부들의 여행지선정을 비롯해서 많은 여행객들이 태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비해 자국의 음식 및 문화 축제, 각종 쇼핑 품목에 대한 할인 행사 등 다양한 특별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일 예로 지난 98년 태국에서 신혼여행을 보낸 한국인 부부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비행기표나 무료 숙식 등을 제공하는 '메이드 인 타일랜드'라는 색다른 관광 상품을 내놓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김치 컨테스트'를 열어 한국 교포들의 김치 담그기 시연과 태국인들의 김치 담그기 경연대회를 열어 현지인들과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었다. 이렇듯 태국은 동양인들에게 더욱 신경을 쓰고 자국의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해 관광상품화 한다.
태국은 국민의 90% 이상이 불교신자이고 남자들은 일생에 반드시 한번은 불교에 입문해야 하는 나라다. 그러므로 카톨릭과 개신교로 대변되는 서양보다는 불교와 유교에 익숙한 동양에 위치한 나라들의 여행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이 동양권의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태국 관광청은 1968년 치앙마이에 첫 지역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현재 자국내 22개 지역에 사무소를 설치해 두고 있으며, 1965년 개설된 뉴욕 사무소를 비롯해 30년 동안 16개의 해외사무소를 개설했다. 태국은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97년 IMF 사태에도 불구하고 2년 동안 약 6천억바트(약 1백64억달러) 상당의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피탁 인트라위타야눈 前태국관광청장의 "우리가 관광사업으로부터 벌어들이는 돈은 우리가 IMF에 지고 있는 모든 부채를 청산할 수 있을 만한 액수"라는 말처럼 태국은 관광 산업을 국책산업화로 국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 오래된 역사 유적지와 희귀 동식물 풍부
불교의 나라 태국은 아시아의 동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다. 크게 지역적으로 북부 산악지대와 북동부지역의 중앙평원·해안평원·남부지역·서쪽 산악평원 등 6개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휴양지나 역사 관광지로 손색이 없고 트래킹 등 여러 가지의 체험 관광을 할 수 있는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태국은 또 6만 평방 km 이상에 달하는 60여 개의 국립공원과 32개의 보호구역들이 전 국토의 11%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희귀 동물과 나비·난 등 다양한 식물들과 수중생물, 조류들을 확보하고 있다. 또 280여종이 넘는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1천여 종이 넘는 태국 난이 재배되고 있는 태국의 열대 우림 가운데 1헥타르안에 200여종의 다른 나무들이 발견되는 곳도 있다. 태국은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곳곳의 수많은 유적지들을 확보한 명실상부한 관광 대국으로 통한다.
태국은 이중 고대왕조의 유적지를 통해 상당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데 유적지의 기원은 태국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크게 3개의 왕조로 형성되어 온 태국은 12세기 초 최초의 독립 태국왕국인 '수코타이(행복의 새벽)'를 세워 태국의 기초인 불교의 확립과 문자의 발명·미술·조각·건축·문학 등 태국예술형태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후 14세기경 수코타이를 종속국으로 만든 아유타야 왕국과 아유타야 왕국의 붕괴 후 들어선 챠크리 왕조 등 역사를 이어오면서 태국은 많은 유적지를 남기게 됐다. 이들 유적 중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타이왕궁'은 1782년에 라마 1세인 차크리 왕이 왕도를 짜오프라야 강 동쪽에 정하고 건조한 왕궁이다. 또 이 때 왕실 전용 예불당인 '왓 프라께오'를 함께 건조해 태국 왕실의 상징적 건물을 만들었다. 이들 왕궁의 현재 용도는 왕실이나 국가의 공식 행사 등에 이용되고 있으며 왕실 일가는 두시트 동물원 동쪽에 광대한 부지에 세워진 치트라댜 궁전에 거주한다.
1793년 라마 1세가 건립한 것에는 '왕궁' 말고 '왓 포'라는 방콕 최대의 부지를 가진 절이 있는데 누워 있는 부처의 거대한 불상이 안치되어 있어 '열반불의 절'이라는 속칭이 있다. 또 속칭 에머랄드 사원이라 불리는 왓 프라께오는 태국에서 가장 격조 높다는 사원이 있다. 정식이름이 'Wat Sri Ratanasasadaram'인데, 높이 75cm·폭 45cm의 비취 불상인 본존은 에머랄드처럼 빛난다 해서 에머랄드 사원이라는 속칭을 갖고 있다. 이 밖에 '새벽의 절'이란 뜻의 '왓 아룬'은 새벽에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빛을 낸다는 왓 아룬의 74개의 프랑탑이 장관을 이룬다. 또 왕궁 부지 옆에 있는 큰 광장인 '사남 루엉' 이나 직경 76cm·높이 273cm의 돌기둥인 '락 무앙', 인드라 신을 모신 사원인 '와 수타트', 왕궁 동쪽 인공의 언덕 위에 서 있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원인 '왓 사케트', 두시트 동쪽의 넓은 부지에 세워진 서양식 건물인 '치트 라다 궁전' 등 헤아릴 수 없는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 1년간 축제를 여는 나라
이 밖에 태국은 사원이나 왕궁말고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중 태국의 알려진 축제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매년 2월 보름에 열리는 '마카푸자'는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해 1,250명의 제자가 자발적으로 모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날 스님에게 공양을 하고 새와 물고기를 방생하며 스님들의 설법을 듣는다. 태국은 여름이 3월부터 5월인 관계로 한여름 축제를 꼽으라면 단연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되는 '송크란 축제'를 들 수 있다. 태국 고유의 설날로 특별히 치앙마이에서는 이 기간동안 성지순례와 미인선발대회·무용공연·사람들에게 물을 끼얹으면서도 축복을 하는 등의 다양한 행사가 벌어진다.
여름을 지나 우기때(6∼10월) 개최되는 '촛불 축제'는 태국 동북부 지역의 우본 라차타니시에서 열리는 불교식 '비피난'의식이다.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조각된 밀랍 양초를 가지고 전시 및 행진을 한 후 현지 사원에 안치하는데 높이가 6∼7미터 되는 양초도 있다. 또 자국내 채식주의자들의 축제인 '채식주의자 축제'는 10월 중 푸켓에 거주하는 중국계 태국인들이 9일간 채식주의자가 되는 기간으로 첫날에는 흰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며 수행과 관련한 여러 행사가 개최된다.
11월 보름에 크라통이라 불리는 조그만 연꽃 모양의 바나나 잎으로 만든 배에 불을 밝힌 초와 향·꽃·동전 등을 실어서 강물과 수로로 띄워 보내는 '로이크라통'은 태국의 축제 중에서 가장 낭만적인 축제로 물의 신을 기리며 전년도의 죄를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코끼리가 참가하는 축제인 '코끼리 축제'는 11월 셋째 주에 태국의 북동부 수린에서 100여 마리의 코끼리가 민속무용과 전통 민속공연이 벌어지는 자리에 예부터 전해오는 야생 코끼리 사냥이나 코끼리들의 지성과 힘·우아함과 복종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코끼리 축구시합과 중세 시대의 장엄한 전쟁 모습 등을 재현한다.
영화로 더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 축제'는 매년 11월 말에 방콕의 서부지역인 칸차나부리에서 개최되는 축제. 미군 포로들의 휘파람 소리를 연상케하는 '콰이강의 다리'에서 빛과 소리의 쇼는 영화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이 밖에 유물전시회와 민속공연·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했던 증기기관차에 탑승학 등 많은 행사들이 벌어져 태국은 '축제의 나라'란 별칭을 붙여주고 싶을 만큼 1년 내내 축제를 연다.
☞ 무한한 관광 자원을 바탕으로
1년 내내 열대성 기후로 기온이 높은 태국은 연평균 기온이 27∼28도로 겨울철에는 선선하나 북부지역은 춥다. 우리나라와 달리 태국의 계절은 3종류로 나뉘는데 주로 더운 날씨 때문에 여행은 11월부터 2월까지가 최적기다.
쌀과 옥수수, 천연고무, 주석,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과 함께 태국의 관광자원은 정말이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한해 약 8백만 명에 육박하는 외국인이 찾는 태국. 그들은 지금 한때 동남아시아를 호령했던 왕국을 바탕으로 세계의 여행객들을 조용히 손짓하고 있는 것이다. 태국을 보면 5천년의 무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고, 이를 통해 얼마나 관광수익을 챙기고 있는지 곰곰 생각게 된다.
현대조선 사외보 게재(2000년 3월)
[세계의 트렌드] - 태국 관광산업 편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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