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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러진 화살 - 먹다남은 팝콘처럼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남아있다.

 

 

 

 

 

 

먹다남은 팝콘처럼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남아있다.


영화감독 정지영을 아는가.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남부군>은 안다. 1990년 고등학생 때 대한극장에서 남부군을 봤던 것으로 기억난다. 故최진실이 단역으로 나왔던 그 영화.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80년대말 군사정권 시대에 '빨치산'을 소재로 영화를 내놨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해 보인다.(지금에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어렵겠지만) 그 후 <하얀 전쟁>도 선보였으나,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러한 감독이 오랜 세월 침묵을 깨고 만든 저예산 영화가 바로 <부러진 화살>이다. <남부군>과 <하얀 전쟁> 당시에도 배우 안성기가 주연을 맡았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원톱 주연으로 분했다. 제작비 5억원에 그가 받은 개런티가 얼마인 진 모르겠으나, 현재 200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았으니 50만 명의 손익분기점을 넘기고도 남아 그에게 인센티브로 얼마간 돈을 손에 쥐어줬으리라. 그러나 많이 쥐어져도 아깝지 않겠다.


영화의 속 사정, 즉 실화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김교수라는 사람이 '왜' 석궁을 들고 판사 집 앞에 찾아갔는지. 개인적으로 석궁을 들고 그 곳까지 찾아간 것은 분명 '잘못이다'. 대다수 여론도 그러한 듯 하지만, 논점은 그게 아니니 금세 치부된다. 영화 속 박준 변호사(박원상)도 "그래요. 거기까지 찾아간 건 분명 잘못했습니다. 인정합니다"라고 변론했으니까. 그러니 이 부분 갖고 왈가왈부는 시간 낭비다.


영화의 핵심 논점은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에 담겨있다. 매우 중의적일 수 있는 말이다.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스토리도 단순하다. <도가니>와 종종 비교되지만, 그것과 다르게 대다수 배우들이 평면적 캐릭터들이다. 그런데도 주목받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입체적 내용 때문이리라. 종합선물세트의 포장지를 까고 자기가 먹고 싶은 과자를 먼저 뜯는 것이 사람이다. 인지상정. 장면 마다 의미 그것을 읽어내는 것 역시 관객의 몫이다.


"역시 시대적 흐름을 잘 읽은 감독이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영화 제목처럼 <부러진 화살>이 키포인트다. 결국 김교수는 징역 4년형에 처해지지만, 앙금은 남아있다. 영화에 몰입하느라 먹다남은 팝콘처럼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남아있다. 사법부에 불신을 갖고 그것에 대항하며, 억울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난 후, 김교수처럼 '법전'을 들고 고시원에 들어갈 지도.


어쨌든 간만에 본 웰메이드 무비다. 사회상을 반영하지 않은 영화는 사실상 없다. 사람이란 것은 본디 이 사회에 속해 살므로 서울대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인지도 모를 일이다.


간만에 영화에 출연해 이혼녀로 분한 김지호, 매번 단역에 가까운 역할만 하다가 주조연급에 해당하는 (변호사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해낸 박원상도 멋지다. 뭐니뭐니해도 '각본 감독'이 정지영임을 나는 기억하련다.


★★★★
드라마 | 한국 | 100분 | 개봉 2012.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