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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GGM/고구마의 추천 영화

[한국] 실미도

실미도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지 않았다. 그저 인천항에서 좀 떨어진 외딴 섬 정도로만 여기며 영화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강우석 감독의 야심작이라 일컬어지며 100억원 가까운 제작비를 쏟아부어 화제가 된 영화다. 반지의 제왕이 개봉하자 예매율에서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연말 한국 영화를 대표할 만한 입지를 이미 굳히고 있다.

호화 캐스팅이다. 설경구, 안성기, 정재영, 임원희, 허준호 등... 모두들 오랜 합숙 훈련(?)으로 호흡을 맞춰서인지, 배역에 모두들 녹아내린 느낌이었다.

북파공작원에 대한 호기심은 중학교 때 가졌던 것 같다. 그 후 헐리우드에서도 종종 이러한 죄수들의 특기를 놓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식의 영화가 몇개 있긴 했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더락'도 그렇고, 블루스윌리스 주연의 '아마겟돈'도 그런 류라 하고 싶다. 죄수는 아니었지만 평범한 인간을 비범한 인간으로 그려넣는, 뭐 그런 류의 영화는 분명 일반인에게 큰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중간 조금 찡했던 부분이 있었다. 마지막 장면도 그러했고. 특히, 설경구 어머니와 관련된 대사가 쏟아질 때 가슴이 울컥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화답게 급조된 '상업 영화'와는 분명히 다른 무엇가가 있었다. 일단 영화를 볼 때 나는 구성을 분석한다. 시나리오에 충실해 만들었는지, 기승전결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으며 장면 전환은 매끄러운지 등등... 자본으로 승부할 수 없다면 영화의 큰 핵심이라 할 만한 '구성'에 비중을 두는 편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아야 가시돋힌 말들이 나오지 않는 법, 허구는 허구로 봐야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참 잘 된 영화다. 그들의 죽음만을 생각하면 슬프다. 그러나, 그 죽음까지의 과정을 한번 더 생각하면 눈물 난다.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배우들 대사에 녹아들게 한 강우석 감독의 역량에 박수를 보낸다.

비디오로 봤다면 소리내어 울었음직한 영화다. 남자들의 뜨겁고 진한 우정이 배어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재영이라는 배우가 눈에 들어온 것도 성과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내가 본 그의 작품은 '킬러들의 수다'로 국한된다.

참으로 좋은 영화다. 추천해주고 싶다. 반지의 제왕 3시간 20분 런닝타임보다 얻는 수확이 많을 것 같다.

설경구의 광기어린 연기는 여전하고 허준호는 자신만의 입지를 이제 완전히 굳힌 듯 하다. 다시봐도 좋을 영화.

★★★★★
 

 


 

2003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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