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잔혹사
말죽거리는 현재 양재동로터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왜 말죽거리라 지었느냐고 묻는다면 간략히 설명해 준다. 아는 지식 한도내에서. 조선왕조 시대때 어느 왕인지는 모르겠으나, 왕이 한강 이남으로 말을 타고 피신을 하고 있었다 한다. 그러던 중, 말도 쉬고 사람도 쉬고 있었는데, 그 때 말에게 죽을 먹였다 해서 말죽거리라 일컬어진다는 얘기다. 신빙성은 없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하여간 이 영화는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을 무기로 '실미도' 이래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한국 영화 중 하나다. 현재 300만명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난 이 영화를 보고 참으로 재미를 느꼈다. 주제나 구성, 편집, 음악 등 시시콜콜한 것에 비판을 늘어놓기 싫어졌다. 보기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왠지 모를 권상우의 몸짱에 대한 열등감(?) 때문인지 괜한 거부감이 온 몸을 휘감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포커스를 권상우에게서 벗어나 바라보니, 이건 눈에 쏙 들어오는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감독 배우 스탭 등 실제 무대가 된 '상문고' 출신들이 줄줄이 나온 것으로도 유명한 이 영화는 실제 78년을 무대로 했다. 차도에 다니는 버스나 트럭, 택시를 비롯해 상점 등도 모두 여실히 재현해 냈다. 유하 감독이 누군진 모르나 잘도 했다. 엔진이 앞에 달렸던 당시 버스를 기억하는가. 겨울철 그 앞머리에 앉아 가는 것은 뜨끈한 아랫묵에 몸을 담그는 듯 기분이 쏠쏠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두번 보아도 좋다.
상문고를 아는가. 재단비리로 숱한 화제와 문제를 일으킨 사학으로 유명한 곳이다. 본인의 과거사를 들춰보면 상문고 출신도 몇 알긴 했으나, 지금은 연락 두절. 그래서 과감히 상문이란 단어를 막 써버린다. 지난 80년대말 강남은 소위 8학군이라 하여 공공연히 사학의 富를 누리던 곳이다. 당시 나도 8학군 근처에 살았지만 결국 강북에 배정받았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ㅡㅡ; 그러나, 삶 터는 그 쪽이어서 당시 사귄 친구들이 지금까지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하곤 한다. 중학교 2학년때였으니 벌써 십수년전 일이 돼 버렸다.
검정 교복이야 이제 80년대 태어난 사람들도 모두 아는 것이 됐을 만큼 평범해 졌지만, 당시 쓰던 물건들이나 대화 - 아구창, 야부리, 야마도네- 등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실제 서울 구로구 거주하는 김모양(26.쥔장과 묘연관계에 있는)은 이 영화를 보기전에도 "야마도네, 골까네라는 단어는 생전 처음 듣는다"라며 모범생티를 내기도 했다.
햄버거가 흔하지 않을 시절에 붙은 별명이 조금 낯설긴 하지만, 그래도 빨간책 돌려보기나 주먹으로 '짱'을 잡던 '어깨'들의 대화나 행동 등은 전혀 낯설지 않다. 선도부나 교련복, 군인이던 교련 선생의 몽둥이 등은 특히 그렇다. 60-70년대에 태어난 남자라면 어느 정도 공감가는 말들이 많았을 것이다.
왜 그리 그 때는 욕설과 폭력이 난무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학원 폭력이라는 게 사회 문제이긴 하지만, 당시 선생님에게 맞았던 것에 비하면 덜했다. 선생님들은 거의 폭력배 수준이었으니까. 크크. 절대 부러지지 않는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맞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머릴 데운다.(혹, 이글을 보는 분 중 선생님이 계시다면 부디 용서해 주시길...)
이와함께 영화에 흘러나온 음악을 아는가? Morris Albert의 'Feelings'이나 진추하의 'one Summer Night'도 수 많은 방송과 CF에 삽입됐던 곡들이다. 들으면 금새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것들이다. 이 밖에도 많은 음악들이 나왔으나, 본인은 이 것만 언급하련다. 팝 중에는 이 노래만 아니깐.
이 노래들은 권상우와 한가인의 액숀로망 장면에만 줄줄이 등장한다. 음악이 뭔 등장이겠는가만, 이 음악은 매우 상징적으로 그들을 엮어낸다. 생김새로 봐선 이정진이 더 나은 듯 싶은데, 한가인은 이리저리 헤매이다 결국 이정진으로 가는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당시 라디오 DJ인 서금옥씨는 목소리로나마 진짜 출연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애뜻함과 학원 폭력에 대한 응징 등 사회적인 이슈를 대입시켜 '핵심'을 잡아보려 해도 이 영화의 핵심은 없다. 메시지도 없다. 그저 비주얼이다. 몸짱 권상우의 몸을 약 3-4분여 보여주는 것으로도 이미 이 영화는 성공했을 지도. 그리고 끝부분이 화장실에서 응가를 덜하고 나온 것처럼 뜨뜻미지근하다. 허나, 어쩌면 엔딩은 무조건 '해피'나 '종결'로 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버린 것 같아 새롭다.
그러나, 난 이 영화가 좋다. 오래전부터 지켜보아온 이정진의 대사도 좋고, 한가인의 콧날도 이쁘고 권상우의 혀짧은 말도 좋다. 특히, 더더욱 좋은 것은 그 때 그 당시의 소품들이나 말들이다.
그 시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니지도 않았는지 난 왜이리 그 당시를 흠모하는 지 모르겠다. 양희은의 노래도 좋아하고 센드페블즈나 옥슨 80의 노래도 즐겨 부른다. 휘버스의 이명훈도 좋아한다. 대학가요제는 80년대 수상곡들을 중심으로 만든 '대학가요제 베스트 앨범' 테이프를 이미 97년에 구입해 요즘 다시 듣고 있다.(참고로 내 자동차에 CDP 없음.ㅡㅡ;)
어쨌거나 저쨌거나(최양락 버전), 이 영화는 '굿'이다. 최소 제작비 100억원 이상 들여야 영화비 7천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최악의 경제불황과 문화빈곤의 시대에 이 영화가 내게 주는 '양분'은 매우 높다 하겠다.
그래서 좋다.
★★★★
말죽거리는 현재 양재동로터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왜 말죽거리라 지었느냐고 묻는다면 간략히 설명해 준다. 아는 지식 한도내에서. 조선왕조 시대때 어느 왕인지는 모르겠으나, 왕이 한강 이남으로 말을 타고 피신을 하고 있었다 한다. 그러던 중, 말도 쉬고 사람도 쉬고 있었는데, 그 때 말에게 죽을 먹였다 해서 말죽거리라 일컬어진다는 얘기다. 신빙성은 없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하여간 이 영화는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을 무기로 '실미도' 이래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한국 영화 중 하나다. 현재 300만명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난 이 영화를 보고 참으로 재미를 느꼈다. 주제나 구성, 편집, 음악 등 시시콜콜한 것에 비판을 늘어놓기 싫어졌다. 보기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왠지 모를 권상우의 몸짱에 대한 열등감(?) 때문인지 괜한 거부감이 온 몸을 휘감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포커스를 권상우에게서 벗어나 바라보니, 이건 눈에 쏙 들어오는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감독 배우 스탭 등 실제 무대가 된 '상문고' 출신들이 줄줄이 나온 것으로도 유명한 이 영화는 실제 78년을 무대로 했다. 차도에 다니는 버스나 트럭, 택시를 비롯해 상점 등도 모두 여실히 재현해 냈다. 유하 감독이 누군진 모르나 잘도 했다. 엔진이 앞에 달렸던 당시 버스를 기억하는가. 겨울철 그 앞머리에 앉아 가는 것은 뜨끈한 아랫묵에 몸을 담그는 듯 기분이 쏠쏠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두번 보아도 좋다.
상문고를 아는가. 재단비리로 숱한 화제와 문제를 일으킨 사학으로 유명한 곳이다. 본인의 과거사를 들춰보면 상문고 출신도 몇 알긴 했으나, 지금은 연락 두절. 그래서 과감히 상문이란 단어를 막 써버린다. 지난 80년대말 강남은 소위 8학군이라 하여 공공연히 사학의 富를 누리던 곳이다. 당시 나도 8학군 근처에 살았지만 결국 강북에 배정받았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ㅡㅡ; 그러나, 삶 터는 그 쪽이어서 당시 사귄 친구들이 지금까지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하곤 한다. 중학교 2학년때였으니 벌써 십수년전 일이 돼 버렸다.
검정 교복이야 이제 80년대 태어난 사람들도 모두 아는 것이 됐을 만큼 평범해 졌지만, 당시 쓰던 물건들이나 대화 - 아구창, 야부리, 야마도네- 등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실제 서울 구로구 거주하는 김모양(26.쥔장과 묘연관계에 있는)은 이 영화를 보기전에도 "야마도네, 골까네라는 단어는 생전 처음 듣는다"라며 모범생티를 내기도 했다.
햄버거가 흔하지 않을 시절에 붙은 별명이 조금 낯설긴 하지만, 그래도 빨간책 돌려보기나 주먹으로 '짱'을 잡던 '어깨'들의 대화나 행동 등은 전혀 낯설지 않다. 선도부나 교련복, 군인이던 교련 선생의 몽둥이 등은 특히 그렇다. 60-70년대에 태어난 남자라면 어느 정도 공감가는 말들이 많았을 것이다.
왜 그리 그 때는 욕설과 폭력이 난무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학원 폭력이라는 게 사회 문제이긴 하지만, 당시 선생님에게 맞았던 것에 비하면 덜했다. 선생님들은 거의 폭력배 수준이었으니까. 크크. 절대 부러지지 않는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맞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머릴 데운다.(혹, 이글을 보는 분 중 선생님이 계시다면 부디 용서해 주시길...)
이와함께 영화에 흘러나온 음악을 아는가? Morris Albert의 'Feelings'이나 진추하의 'one Summer Night'도 수 많은 방송과 CF에 삽입됐던 곡들이다. 들으면 금새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것들이다. 이 밖에도 많은 음악들이 나왔으나, 본인은 이 것만 언급하련다. 팝 중에는 이 노래만 아니깐.
이 노래들은 권상우와 한가인의 액숀로망 장면에만 줄줄이 등장한다. 음악이 뭔 등장이겠는가만, 이 음악은 매우 상징적으로 그들을 엮어낸다. 생김새로 봐선 이정진이 더 나은 듯 싶은데, 한가인은 이리저리 헤매이다 결국 이정진으로 가는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당시 라디오 DJ인 서금옥씨는 목소리로나마 진짜 출연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애뜻함과 학원 폭력에 대한 응징 등 사회적인 이슈를 대입시켜 '핵심'을 잡아보려 해도 이 영화의 핵심은 없다. 메시지도 없다. 그저 비주얼이다. 몸짱 권상우의 몸을 약 3-4분여 보여주는 것으로도 이미 이 영화는 성공했을 지도. 그리고 끝부분이 화장실에서 응가를 덜하고 나온 것처럼 뜨뜻미지근하다. 허나, 어쩌면 엔딩은 무조건 '해피'나 '종결'로 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버린 것 같아 새롭다.
그러나, 난 이 영화가 좋다. 오래전부터 지켜보아온 이정진의 대사도 좋고, 한가인의 콧날도 이쁘고 권상우의 혀짧은 말도 좋다. 특히, 더더욱 좋은 것은 그 때 그 당시의 소품들이나 말들이다.
그 시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니지도 않았는지 난 왜이리 그 당시를 흠모하는 지 모르겠다. 양희은의 노래도 좋아하고 센드페블즈나 옥슨 80의 노래도 즐겨 부른다. 휘버스의 이명훈도 좋아한다. 대학가요제는 80년대 수상곡들을 중심으로 만든 '대학가요제 베스트 앨범' 테이프를 이미 97년에 구입해 요즘 다시 듣고 있다.(참고로 내 자동차에 CDP 없음.ㅡㅡ;)
어쨌거나 저쨌거나(최양락 버전), 이 영화는 '굿'이다. 최소 제작비 100억원 이상 들여야 영화비 7천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최악의 경제불황과 문화빈곤의 시대에 이 영화가 내게 주는 '양분'은 매우 높다 하겠다.
그래서 좋다.
★★★★
2004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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