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면 때문에 살인의 추억이란 제목을 붙인 것 같다란 생각을 했다. 1986년이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선데이서울인가 뭔가 하는 주간지에 폭탄 터진 헤드라인을 보고 알았다. '충격!' 머 어쩌고 아는거...
총 11명의 여자가 살해됐다. 실제에선. 1990년도에 발생했던 10번째와 11번째는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전해진다. 이 영화 개봉 이후 각종 커뮤니티가 쏟아지며 범인 색출에 네티즌들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이 백방에서 쏟아진다고도 한다.
영화에선 총 4명의 살해 사건만 보여진다. 줄거리야 뭐... 대충 다들 알테니 생략하고, 인물 분석부터 해보자.
송강호. 아... 이젠 제대로 물이 올랐다. 봉준호 감독이 대단한 연출력을 보여준 것 같진 않다고 평가하고 싶은데, 그것은 바로 송강호의 연기력 때문인것 같다. 가벼운 연출력은 항상 무게있는 배우의 카리스마로 덮어지기 마련.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뛰어난 에드립을 또 한번 보여준다. (난 그것이 보인다. 대사가 아닌... 대사) 감독도 예찬한 부분이다. 자연스런 연기. 그런데 넘버3의 그 말투는 어딜가나 죽질 않는 것 같다. 크크.
김상경. 아 뭐랄까. 어떤 배우가 맡았어도 그 역할을 소화해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손이 곱고 예쁘장하게 생긴 국화꽃향기에서의 주연 박해일처럼 '손이 고왔다'는 말대로 박해일의 역할은 그것이었다. 단역이라 해도. 이처럼 이러한 질문에 답할 만한 배우가 박해일이었다면, 김상경의 역할은 누구나 맡았어도 해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뚜렷한 선이 없는 듯 보여지는 캐릭터. 운이 좋았을 수도 있고 나빴을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분명 연쇄살인사건에 중점을 두고 뭔가 이가 안맞는듯한 두 형사가 엮어가는 이야기인데, 그렇다고 멜깁슨 주연의 '리셀웨폰'이나 브래드피트 주연의 '세븐' 같은 류의 영화쯤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송강호는 그렇다 쳐도 김상경의 힘은 아직 미약함을 느낀다.
어쨌든 영화는 런닝타임 2시간 내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갔다. 그러나, 기분이 퍽 좋았던 영화는 아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왠지 의자에 오줌을 싼것 같은 찝찝함이 남아있다. 오전에 봤다면 하루종일 기분 나쁘게 보냈을 영화다.
살인도 추억이 될까마는, 그 범인이 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범인은 극장에 이미 왔었을 수도 있다. 뭐라고 했을까. 영화를 보곤. 제대로 그려냈다고 말했을까?
전미선과 여중생의 교차지점에서 보인 범인의 뒷모습. 그리고, 산길... 그 두 여자의 생과 사를 보곤... 참 인생이 저러한 것 같다고 느꼈다. 인명은 재천. 어찌 알리오.
국내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 살인의 추억. 빨간옷이 오히려 더 잘팔릴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란 노래도 소리바다에서 다운로드 1-2위를 다툴 것 같다란 생각이 들게 만든 영화.
한번 보곤 잊어버려야 할 영화다.
★★★★
2003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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