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어루고 지나가도
속에 담긴 말 한 마디는
깊이 들이쉰 오뎅 국물의 입 김처럼
짧게 끝나지 않음을.
몰랐다.
손가락 하나에도 의미가 있을 줄은.
죄 값을 치러 그것이 회복된다면
밝은 햇살 속 뚫는 사형수의 눈빛 만큼이나
애절하달수도.
겨울은 오히려 더 따뜻하다고
거리의 천사들은 눈길 헤친 산타클로스처럼
우리를 안내하고
우리를 사랑한다.
긴 겨우내 길 잃은 꿀벅지들의 향연은
떡볶이에 매료된 책가방들의 헛웃음과
삼각김밥으로 허기를 달랜 가죽가방들의 헛기침으로
더욱 분발하게 만들 터.
날 숨쉬게 만드는 모든 것을
사랑하기로,
감사하기로.
그리하여 얼마간의 고통은 쉽게 인내하도록,
그리하여 십자가의 가르침으로 그리 가도록,
날 다독여봐.
어떤 발자국을 남겼는 지
포장마차에 얹어진 국물 한 사발로 고개 숙여도
과거는 잊기로.
누가 보아도 배고파 보이지 않도록,
조금씩 가자.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진지하게.
2009.11.23.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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