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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ibility/수필

나의 바람(2001)

숨가쁘게 돌아가는 나의 일상.
작년과 비교해도, 그 전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의 내 명예로움.
어떨까. 지금의 나란 인간.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그것이 중요친 않다. 그러나, 점점 커져가는 듯한 내 모습 속에서 뭔가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느껴라!

현재 내가 하는 일은 실로 많다.
어쩌다 한번 떨어지는 단발성 원고가 아니라 지속성 원고 청탁이 줄을 잇는다. 모두 놓치기 아까운 것들이다. 그러나, 인생의 제 1 법칙은 '선택'. 골랐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돈이 되진 않는다. 명예로움에 그칠 뿐이다. 내안의 명예일까. 자만심일까.

어느 누구와 기사 집필 대결을 벌여도 결코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을 만큼 깊은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는 그렇게 돼 버렸다. 벌써...
아직 배워야 할 시점임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러나, 주위는 내게 아무런 가르침의 목소리를 내어놓지 않는다. 독학? 내 주특기.

오래전부터 어느샌가 나란 인간은 독학에 물이 들어 버렸다. 누군가의 가르침이 있으면 쉽게 오르련만, 그렇질 못하니 혼자 책과 씨름하기 일쑤다. 다독과 잡독. 그러나, 닥치는 대로 읽어내려간 것도 벌써 흐릿한 기억과 함께 내 뇌리에서 사라져 간다.

뉴스위크나 뉴욕타임즈에서 일하고 싶다. 영어만 된다면. 후훗. 한국 사회란 곳. 영어가 제 1 의 평가 기준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다. 엊그제 모일간지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독자가 쓴 글이다.

한국 사회의 기자는 남의 글 베끼기에 열 올린다고.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베껴와 그대로 소화해 낸다고. 취재 과정과 나름대로의 평가에 대한 제시는 없고 결과만 들고 급급해 한다고.

맞는 얘기다. 그러나, 틀린 얘기다.
많은 기자들이 그렇게 살진 않는다. 술과 범벅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공부하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야 살아남는 비정한 생존 게임의 장이기 때문이리라.

좀 더 넓은 물로 나가고자 하니, 오늘의 내 몸은 녹초가 된다.
여러개의 일로 인해 기억력 테스트는 물론이고, 내 머리는 전자수첩화 돼 간다. 메모가 버릇이 못 돼, 머릿속에 저장하다 보니, 누군가 내 앞에서 뭔가 말을 해도 그 사람의 입모양만 내 기억에 남는다. 이를 어쩌랴.

일과 돈. 그리고, 명예.
난 명예를 택했다. 아주 오래전 부터. 돈은 물과 같은 것이라 여겼다. 일을 쫓으면 돈은 자연스레 오는 법이라고. 그 말이 정말 맞다. 일이 오니, 돈이 온다. 그러나, 몸은 망가진다. 아프고 쓰리고.

사주팔자를 믿는 건 아니지만, 32세에 세상에 이름을 알린다고 했다.
죄를 지어 사회면을 장식할 것인가, 복권에 당첨돼 도마에 오를 것인가.
어떤 식으로든 내 이름 석자는 세상에 알려야 겠다. 그래야, 속이 시원하리라. 그래야, 오늘의 내 힘듦도 보람으로 남을 테다.

어찌어찌 해서 쉽게 얻은 명예는 원치 않는다. Step by Step. 밟자.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뛰어가자.
일이 끊이지 않는 것도 어찌보면 나만의 복이다. 복권에 버금가는 행운인 셈이다. 이 행운을 온 몸으로 만끽해야 한다. 온 몸으로 누려야 한다.

원고를 썼다. 오늘도 A4지 6장에 해당하는 원고를 썼다. 회사 퇴근 후에 반복되는 일과다. 가끔이지만, 싫지도 않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척도라는 '돈'과는 무관한 업무이지 싶다.

가끔 묻는다.
신해철이 묻듯이... 정말 네가 바라는 게 뭐야...
돈이야? 명예야?
20대 때는 돈을 벌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30대 넘어서 벌어도 충분하다.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된다. 아이 분유값과 놀이동산 갈 돈만 있으면 된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
내 궁극적인 삶의 목표. 나의 바램. 나의 희망이다.
그러나, 아주 어려운 삶.
아무런 사고도 없이, 아무런 고통도 없이, 아무런 고민도 없이 평범하게 산다는 것. 어찌 쉬울까. 이런 논점에서 보면, 세상에 평범하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얽히고 섥히고.
 
 
2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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