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 상은... 민지... 상희...대수...
지금 생각나는 이 이름 다섯은 한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며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치거나 채찍질 해댈 것 같다.
책 끝자락에 와서는 내 머리통을 한대 얻어 맞은 것처럼 멍한 기분이 들었고, 책을 덮고나서는 연신 대여섯번에 걸쳐 한숨을 내쉬게 만들었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흔하디 흔한 사랑얘기를 작가 이용범은 매우 부드럽고 날카로운 필체로 누구보다 서정적 분위기에 휩싸여 그려냈다. 그의 비유적이고 몽환적 기법은 가히 예술적 승화라 일컬을 만 하다.
베스트셀러라 말하지 않아도 분명, 이 책은 내 손에 쥐어졌을 것이란 생각도 '사랑'이 주제였음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깊은 사랑, 너무나 길고 긴 사랑... 진정 영원할 수 있을까.
사랑이란 것...
픽션이었지만, 마치 내가 그 이팝나무가 훤히 내다 보이는 사과나무밭에 서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건 작가 이용범만의 소유는 아닐 것이다.
아픔을 이겨내려 서점에 들렀던 발걸음 부터가 왠지 오늘의 이 기분을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좋을까... 이 느낌. 주체하기 어려워 진다.
책 두권을 두세번의 호흡으로 읽어내려갈 만큼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다. 손을 거의 떼지 못하게 만들고, 그 재미난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신경을 끄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책.
사랑때문에 고통받았던 모든 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바친다고 작가가 말했듯이, 분명 이 책은 '사랑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지 싶다.
논픽션일까?
잠시 생각했다.
밀려오는 이 감정 억누를 길 없어 나는 오늘밤, 지훈과 상은이 함께 앉았던 그 사과나무밭에서 밤하늘을 바라볼 것만 같다.
아~ 사랑!
진정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되는 걸까?
정말일까?
지훈과 상은을 직접 보고 싶어진다.
지훈이 상은을 그토록 그리워했던 것처럼...
"이별은 늘 이렇게 온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든 불청객처럼, 스스럼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불쑥 손을 잡고 마는 것이다"
"살아 있을 때, 살아갈 시간이 남아 있을 때, 난 깨달았어야 했어. 사랑은 양보하는 게 아니란 걸. 사랑은 누군가에게 대신 짐 지울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사랑하기 때문에 잊어야 한다는 건 거짓말이야"
2001.5
'Sensibility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바람(2001) (0) | 2009.07.21 |
---|---|
4시 44분... (0) | 2009.07.21 |
내 친구의 결혼식... (0) | 2009.07.01 |
어머니와 컴퓨터 - 2001 (0) | 2009.07.01 |
서른 즈음에 (0) | 2009.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