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비 오는 길을 걷다가 문득,
좋은 사람들과 시원한 맥주잔을 부딪히다가 문득,
시간이 다 되어 집으로 가는 지하철 개표구를 나서다가 문득,
집 안마당에서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다가 문득,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눈을 감다가 문득,
다음날 아침 숟가락으로 밥을 먹다가 문득,
양치질하려 들어선 화장실 거울 속의 나를 보다가 문득,
출근길 만원 버스 안에서 뜨거운 입김을 내쉬다가 문득,
땀으로 젖은 셔츠를 만지작 거리다가 문득,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 홍수 속에서도 문득,
눈물 흘리며 이별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친구 눈망울 속에서도 문득,
길거리 가판대의 빨간 떡볶기와 오뎅 국물을 보면서도 문득,
나는,
그렇게
너를 보았어.
2004.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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