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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ibility/詩

빈대떡

빈대떡

넓은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밀가루에 김치를 조금 썰어넣은,
그래서 맛깔스런 빛깔을 내며 윤기나는
빈대떡을 종로 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어렴풋이 입안에 감도는 매운맛이
조금은 쓰리고 아려도
내 배를 채워줌에 부족함 없어
두어 점 더 입에 넣습니다.

오뎅국물은 덤으로
순대말이는 추가로
배를 채워야 산다는 본능적 움직임으로
빈대떡 앞에서 젓가락은 춤을 춥니다.

이때,
찬바람이 데워진 머리위를 지납니다.
왜일까요.
왜.

빈대떡 반조각을 입에 넣으며
젓가락에 묻은 김치조각을 바라보곤
핏기어린 두 눈동자에 새겨진 이름 하나
노오란 기름에 떨어집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입을 열었습니다.

빈대떡 뒤집듯 잊혀질 사랑이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2003.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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