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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ibility/詩

그리움 - 1998.8.24

어두운 골목길을 돌아 막바지에 이른다.
보이지 않는 열쇠로
시커먼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눈을 뜨거나 감거나 마찬가지인 세상이
눈 앞에 들어온다.

발을 조심스레 손을 조심스레.
끈적이는 덥고 매캐한 것이 코에 들어온다.
이내 움찔.
손을 뻗어 불을 켜면 모든 게 그대로다.
아침에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모든 것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맑은 팬플릇 소리가 방안에 퍼진다.
그리고,
별빛을 보며 생각한다.
벽에 걸린 사진 한 장을 보며
오늘은 버리리라...

눈을 들어 허기진 배를 쥐고
냉장고문이 열리고 닫힌다.
물이 있으면 언제나 라면이 있었다.
김치쪼가리로 허기를 채우면
곧 담배연기로 방안을 덥힌다.
그리고,
불을 끄며 생각한다.
따뜻해진 곳으로 기어들어가며
오늘도 살았구나...

때로는 소주잔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때로는 여인의 향기로 고독을 추스린다.
때로는 혼자 지껄임으로 하루를 털고
때로는 천장에 매달려 그대로 날아간다.

高度의 고독속에 그는 항상 있었다.

사진 한 장이 손에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다.
어색한 웃음이 가만히 두질 않는다.
불을 끄며 생각한다.
오늘도 넌 내 곁에 있었구나...
그리고,
어두움이 들면 생각한다.
차가와진 곳으로 새기며
내일은 버리리라...


1998. 8. 24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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