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100% 제 노력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보통 복숭아 2배 크기 … 농림부, “국가의 큰 복이다”
매스컴 보도 후 수 많은 방문객 줄지어
보통 300g내외하는 복숭아가 2배로 커진다면? 사과만한, 배만한 복숭아가 출시된다면 소비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잘 팔릴까? 답은 ‘예스’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았던 집채만 한 수박은 아닐지라도 조금씩 먼 미래에나 봄직한 ‘슈퍼복숭아’가 현실 속에 나타났다. 이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유전공학 박사도, 농업기업의 CEO도 아니다. 충북 보은군 회남면 농민 박범선씨가 그 주인공이다.
즐거움에는 힘이 있다!
충북 보은군 회남면 박범선씨가 만들어낸 복숭아는 보통 복숭아의 2배나 큰 슈퍼복숭아다. 이미 시험용으로 재배한 슈퍼복숭아는 물론이고, 올 여름 수확한 복숭아까지 모두 팔려나간 상태. 그의 복숭아는 이미 공판장에 특A급의 품질을 자랑한다고 한다.
박씨의 가옥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그러나 박범선씨는 쉽게 위치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저 “오다가 물어보면 다 가르쳐 줍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 만큼 유명인사라는 얘기. 실제 마을 주민들은 박씨의 집을 쉽게 안내했고, 곧이어 하얀 슬레이트 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키 165cm 안팎의 작은 키의 박범선씨의 첫인상은 ‘매우 즐거움’이었다. 실제 “일이 즐겁다”고 말하는 그의 인생은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파란만장하진 않다. 15년 전 3천 평으로 시작한 과수 농원을 시작하면서 1억원 넘게 까먹은 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요사이 3대 공중파 방송국에서 전파를 탄 ‘유명인사’다.
“한……. 15년 됐을 거예요. 복숭아는 3~4년 전부터 했고, 배를 주업으로 하고 있지요. 슈퍼복숭아를 개발하게 된 것은 지난 2000년이니까 만 3년 됐네요.”
슈퍼복숭아가 개발은 누구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진행했다. 그 흔한 지원금이나 연구소의 위탁 연구도 없었다. 그저 혼자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즐거움에는 힘이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보통 복숭아가 300g 내외거든요. 이 슈퍼복숭아는 700g이 넘으니까 2배가 넘죠. 방송국에는 알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왔더라고요. 그 때문에 요즘 골치가 아파요.”
사실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려 했다는 게 그의 의도다. 방송국에 전파를 탄 이후, 전국에서 ‘사기꾼 아닌 사기꾼’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순’을 떼어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들이 마당 앞에 줄지어 늘어설 지경이었다고.
아직 2년이나 더 기다려봐야 경제성 여부를 타진할 수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빚으로 인해 집을 날렸다’ ‘재기의 희망을 달라’는 청탁이 쏟아진 것. 집까지 찾아온 손님을 그대로 보낼 수 없어 설득했다. 아직 오랜 시간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청주공판장 특A급 복숭아 판매상 박씨
박씨는 현재 복숭아 10여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총 7천평중 2천 평이 복숭아 차지다. 지난해부터는 사과 재배도 시작했다. 그가 수확하는 복숭아는 청주공판장에서 특A급에 속한다고 자랑이다.
“실제 제가 수확한 복숭아는 공판장에서 없어 못 팔고 있다고 하데요. 품질이 좋고 당도도 알맞아 매우 좋은 값에 팔고 있습니다.”
박씨의 말에 의하면, 복숭아는 5kg 한 상자에 1만원 안팎의 가격만으로도 마진이 남는 것인데, 그의 복숭아는 공판장에서 현재 2만원 내외의 가격이 매겨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과수는 1년 장사인데, 배만 기르다보니 가을 추수경 가격이 주춤할 때가 많더라고요. 상호보완을 목적으로 복숭아를 기르게 됐죠.”
박씨는 복숭아 재배의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배보다 손이 덜 가고 가지의 기운이 세서 비료 없이도 쑥쑥 잘 자란다는 복숭아. 박씨는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 슈퍼복숭아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는 가지의 힘이 세서 하늘로 쭉쭉 뻗어나가는 모양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접순을 붙이지 않고도 저렇게 길게 뻗어나가는 가지의 기운을 열매로 옮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사과나 배는 과수 초기에 밑단을 인위적으로 접해야 열매가 크게 맺는다. 그러나 복숭아는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가지의 힘만으로 열매를 크게 맺을 수 있다는 점에 포인트를 맞췄다.
물 조절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물 조절만으로 과일이 크게 되진 않는다”며 “오랫동안 과수 재배를 하다보면 노하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미 3년 전 실험을 시작한 그는 가끔 박씨를 방문하는 모대학교 교수들의 조언이 있었으나, 책에 나와 있는 내용과 실전의 재배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단언했다.
“가끔 들르는 연구소 소장님이나 교수님들도 제가 재배하는 방식을 보고 탄성을 지르더라고요. 슈퍼복숭아를 보자마자 입을 다물지 못하시더군요. 이론과 실전은 엄연히 다른 것이니까요. 유전공학이 아닌 급수조절로 이러한 복숭아를 개발했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는 듯 했습니다.”
“돈을 벌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슈퍼복숭아를 개발했다는 뉴스를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 이제 저 사람 돈 많이 벌겠다”며 부러워했을 지도 모를 일. 바이오 생명 공학을 연구하는 수많은 연구진들이 조언을 구하러 왔을 지도 모르고, 특정 기업에서 로열티 지급 및 특허 출원 등에 신경 쓰며 ‘상업화’에 골몰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는 단호했다. “돈을 벌려고 한 일은 절대 아니다”라며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라고 ‘상업화’에 큰 욕심이 없음을 잘라 말했다.
농림부에서도 “국가적 큰 복이다”고 소감을 말했을 정도로 경제성이 풍부한 슈퍼복숭아. 아직 2년이나 기다려봐야 경제성 여부가 판단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수많은 농가에서 시행착오를 거친 품종이라 그 상품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복숭아는 아무리 맛이 뛰어나도 크기가 작으면 팔리지 않더군요. 과일을 고르는 것이 꼭 며느릿감 고르는 것과 같아 보입디다. 예쁜 것만 찾죠. 10년 전에 이미 배에 실험을 시도해 봤지만 실패로 끝났죠. 이 복숭아는 하루 5시간씩 자며 만들어낸 것입니다. 공부하지 않고는 이러한 것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그는 노력파다. 책을 곁에 두고 실험을 계속한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매스컴에서 다소 일찍 보도된 것이 염려스럽긴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절반의 성공’에 기분 좋을 뿐이다.
-디지털농경21 2004년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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