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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3~2007]

[기업탐방] 엘투존 손홍일 대표이사-“휴대폰으로 독도를 지키세요!”

“휴대폰으로 독도를 지키세요!”
설립 6개월만에 연10억 매출 기대
정부 벤처 지원 “담보 없으면 안돼요”


‘IT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명제는 이제 낯설지 않다. 초고속인터넷망 순증 가입자수가 전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모바일 기술도 이미 세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는 인텔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있을 만큼 그 기술력은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러한 IT 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게임’이다.
전 세계 게임 매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계 대회 개최를 비롯해,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나라로 지목되고 있을 정도다. 게임 중독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기도 했지만, 엄연히 게임은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근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특히, 요즘은 PC 게임의 포화로 점점 휴대폰 게임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까지 약 1만여개의 게임업체가 있었다고 하나, 연 3천여개가 폐업하고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모바일 게임은 수명이 고작 3-4개월이다. 길어야 1년. 그 만큼 창의력을 바탕에 둔 개발력에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최근 독도 우표 발행을 놓고 일본이 항의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아예 ‘내 땅’이라며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독도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게임업체가 있다. 순수 국내 브랜드로 미국과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 엘투존(L2Zone)이 바로 그 곳이다.

정통 음악 전공, 기획 4개월만에 KTF 서비스 수주 ‘개가’

엘투존의 손홍일(39) 대표는 원래 음대 출신으로 정통 음악을 전공했다. 일본에서 7년간 음악을 전공하고 돌아와 MBC 드라마 ‘컬러’와 영화 ‘쁘아종’의 음악을 담당했고, 댄스그룹 ZEN의 작곡 및 편곡, 프로듀서까지 겸한 ‘음악인’이었다.

2003년 3월 음악으로 승부를 걸던 차, 막내 동생이던 손세일(32)씨로부터 사업 제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죠. 그러나, 게임은 원래부터 좋아했던 것이고, 일본 유학시 수많은 게임을 접하며 쌓은 지식도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어 뛰어들었습니다. 동생은 이미 웹전문가로 활동 중이었고요. 멀티미디어 산업을 육성하자는 거대한 취지를 갖고 시작케 됐지요.”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어려움이 많았다. 시스템도 PC가 아닌 모바일 휴대폰으로 정한 것도 어려웠다. 이에 대해 손대표는 “모바일은 초기 자금이 적게 들어가고,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할 것 같았다”며 “짧은 기간 수익이 많이 발생할 모델”이라고 말했다.

사업이란 게 돈을 벌자고 하는 일인데 수익과 무관하다면 포기하는 것이 상례다. 초기 금천구 창업보육센터 13평 사무실에서 동생과 손대표 둘이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월 240만원을 임대료로 지불하고 직원 9명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법인’으로 전환했다.

“KTF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수익을 보면 그저 현상유지만 할 뿐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갈 길은 많습니다. 이미 아이디어가 올해분까지 넉넉하거든요.”

지난 2003년 3월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후 사업 기획에 들어갔다. ‘모기의 역습’이란 게임은 4개월만에 나온 역작이다. 이를 LG텔레콤과 KTF에 제안서로 제출했다. 초조하게 기다리기를 한 달. KTF에서 연락이 왔다. “사업을 시작해도 좋다”는 통보였다. 사업 시작하고 첫 성과였다. 뛸 듯이 기뻤다. 뭔가 해낸 것 같아 마음을 추스릴 수 없을 정도였다. 사업 시작하고 4개월만에 얻어낸 결과치고는 대단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정보 부족으로 2개월가량 방황했던 것이 스크린처럼 지나가더군요. 게임은 이미 만들어놓은 상태였는데,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려니 어려움이 하나둘이 아니었죠.”
지금은 대기업의 횡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초창기 모바일 CP 사업이 시작될 즈음에는 매우 심했다. CP 사업자를 봉으로 여겼다. 사업 수익 배분도 3:7, 2:8이 기본이었다. 물론, 대기업이 수익료의 70% 이상을 가져간다. 즉, 고객이 휴대폰에 접속해 1000원을 지불하고 게임을 다운로드 했다면 700원은 이동통신사가 가져간다는 얘기다.

심지어 과거에는 이동통신사들이 CP 사업자들에게 “수익없이 3개월을 우선 서비스 해봐라”라는 지시도 공공연히 했다. 가뜩이나 자금줄에 막혀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벤처기업으로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3-4년전의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진 모양이다. 손대표는 이에 대해 “지금은 거꾸로 9:1로 수익 배분을 한다”며 “대신 마스터CP라는 일종의 ‘중개인’이 나서는 경우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마스터 CP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동통신사와 게임업체의 다리 역할을 해 주는 기업으로 보통 수익의 40%이상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돈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기 마련. 중개인이란 명목으로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 같기는 하나, 그들 나름대로 할 말은 있을 법 하다. 사업 초기 진행 방향을 몰라 어리둥절하는 게임 업체에 ‘조타수’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일종의 ‘가이드’인 셈이다.
어쨌든 엘투존은 이러저러한 일을 겪으면서 사업 노하우를 하나 둘 쌓아 지금은 마스터 CP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다.

‘세가 아메리카’ 계약 결실 ... 美 日 시장 뚫을 계기로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타사가 몇 년씩 고생해도 뚫지 못한 시장도 개척해 내기도 했다. 그 좋은 사례가 바로 일본 유수 게임업체인 ‘세가’와 계약한 일이다. 지난해 코엑스에서 개최된 게임 박람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독자적으로 ‘세가 아메리카’와 계약해 냈다. 이는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몇 년 동안 게임만을 연구해온 업체도 세가 아메리카와 계약하기가 어려웠는데, 저희는 독자 모델로 한국 게임의 우수성을 알리게 된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 더욱 기뻤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미국을 비롯해 일본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 계약을 마쳤고, 중국, 영국 등은 시장 조사 중에 있습니다.”

한국 게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손대표의 지론이다. 그리고, 엘투존 사업 방향의 핵심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를 보더라도 이는 매우 바람직하다. 특히, 일본의 게임을 라이센스로 따와 베껴내는 식의 서비스가 아닌 대한민국 순수 토종 게임을 외국에 알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독도지킴이(가칭)’라는 것도 바로 그 중의 하나다.

“현재 ‘해볼테면 해봐’라는 제목으로 제안서를 이동통신 3개사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결과는 어찌될지 모르지만 서비스가 시작되면 현재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줄지도 모를 일입니다.(웃음)”

이 게임은 한 마디로 독도수비대가 바닷속에서 뛰어오르는 ‘괴물’을 때려잡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독도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주인공이 ‘괴물’을 포격해 잡는 것에 대해 그는 “일본군을 타깃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어찌보면 이 게임은 일본에서 망할 공산이 크다. 수익을 전혀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아예 수출이 금지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일본 총리가 나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주장하는 판에, 이러한 게임 수출이 먹혀들 리 만무하다. 그러나 2억의 일본 인구보다 중국 인구가 더 많다는 건 명확한 사실. 13억을 대상으로 임하면 될 일이다.

“우선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후 반응을 보고 결정할 문제입니다만, 중국 시장에 진출코자 현재 조사 중입니다. 곧 결과가 나오겠지요.”

중국도 현재 일본을 곱게 보지 않는다. 지난해 상해에서 일어났던 일본인 사건을 보더라도 국민 정서가 전쟁 범죄자인 ‘일본인’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걸림돌이 되겠지만 세계 1위의 게임대국인 일본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대세다.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 “멀고 먼 산이다”

벤처 기업의 트레이드마크는 ‘자유로움’이다. 복장도 그러려니와 토론 자체도 획일적으로 이뤄지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많이 변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수십년간 이어져 내려온 사내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엘투존 같은 벤처기업들의 뛰어난 상상력은 바로 이러한 ‘난상토론’에서 나온다.

“일례로 ‘해볼테면 해봐’라는 이름을 지을 때 3일 정도 아무 것도 안하고 놀았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난상토론’을 했지요. 생각나면 일단 얘기하고 메모하는 식의 방법을 취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엘투존은 이러한 방법을 바탕으로 올해 게임 아이디어를 모두 뽑아놓은 상태다.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3-4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경영 방식이 아닐 수 없다. 한 주에 이동통신사에 제출되는 제안서가 40여개. 이 중 통과되는 5-6개만이 서비스한다는 점을 놓고 보면 더더욱 이러한 창의력은 기업의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손대표는 “1년에 약 80여개의 서비스가 시작되고 30여개의 서비스가 퇴출된다”고 말할 정도로 그들의 승부 세계는 치열하다. 고객이 등을 돌리면 가차없이 퇴출되고 수익은 제로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수익도 상승하고 회사가 커지려면 또한 직원들간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가족’을 표방하는 회사는 우리 주위에 매우 많다. ‘가족’처럼 여기지 않으면 어느 회사의 팀웍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하겠는가. 가족같은 사내 분위기는 근로 의욕도 높여주고 기업을 승승장구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자금이 넉넉할 때나 가능한 일. 회사 경제력이 바닥이 나면 ‘구조조정’이라는 구실로 쫓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비정함이 깃든 경제 논리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90년대말부터 ‘벤처기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며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있다. 매년 벤처기업 수천여개가 도산되고 있는 상황이고, 악덕 기업주에 의해 정부 지원금을 모두 날리는 지역도 있지만 대체로 이러한 지원은 ‘가뭄에 단비’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엘투존도 마찬가지다. 금천구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할 당시 보증금 180만원에 연 70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됐다. 사업이 커지자 현재 구로구 디지틀 단지로 이사하긴 했지만 그러한 정부의 지원이 고마웠다. 그러나, 대출은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 손대표의 말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누구나 그렇듯이 돈이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서울신용보증재단을 찾아가 보증을 요청했죠. 근데 담보를 요구하더라고요. 결국 ‘집’을 담보로 은행을 찾아가 3천만원을 빌려 시작할 수 있었죠.”
이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증 정책에 흠잡을 만한 말이다. 세상을 뒤바꿀 만한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어도 ‘담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용만으로 대출을 해줘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 벤처기업에게는 ‘힘빠지는 소리’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엘투존은 현재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름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곧 특허도 출원할 계획이며 벤처 기업 등록도 할 생각이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토종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건당 1500원의 다운로드만으로도 가족이 화목해 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초창기 음악하던 놈이 무슨 사업이냐고 핀잔주던 분들도 지금은 흐뭇하게 보십니다.”

얼마전 온 가족이 모여 기타치며 노래불렀던 때를 회상하며 “음악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보람됐던 때”라고 말한 손대표. 현재는 “게임이 업로드 됐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향후 엘투존은 플레이스테이션2의 온라인화 게임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을 노린 ‘한자게임’, 일본에서 이미 시행중인 3D 게임의 국내 개발 등을 목표로 올 한해 10억원 매출 달성을 계획으로 잡았다. 특히, 한자게임은 청학동 김봉곤 훈장이 투자할 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현재 대한민국은 게임 강국이며 IT 강국이라는 것에 대해 이견을 낼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세계로 뻗어나가야 할 만한 게임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인지도 면에서 낫다는 판단에 일본의 게임을 그대로 들여와 서비스 하는 업체가 많은데, 이는 장기적 안목으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에는 한몫하겠지만 주체성을 잃고 표류하는 무동력선의 좌초를 바라보는 꼴이 된다. 현재 창의적 어려움과 돈벌이에 급급해 무조건적 수입하는 일본 게임보다는 주체성을 갖고 ‘독도지킴이’를 자처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걸 수 있는 기업이 절실한 때이다.

# 엘투존(L2ZONE)은 어떤 회사?
지난 2003년 3월 손홍일(39) 대표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설립된 엘투존은 ‘모기의 역습’과 ‘꽃집소녀 플로네’ ‘난타’ 등을 개발해 낸 중견 게임 업체다. 엘투존이란 사명은 ‘Liberty of the Lifezone’의 줄임말. 지난해 7월 KTF에서 ‘모기의 역습’ 서비스 개시 이래 두달만에 7천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독창성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매직스퀘어’와 ‘해볼테면 해봐’ 등 2개종을 이동통신 3개사에 제안해 놓은 상태에 있으며, 향후 플레이스테이션2와 3D 게임 개발 등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할 계획에 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테크노타워내에 위치해 있다. 홈페이지 http://www.l2zone.com

고구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