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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여행후기

[여행기]전통과 현재가 조화를 이룬 선비의 고장 안동

[road travel]

전통과 현재가 조화를 이룬 선비의 고장  안동


'안동'이란 말만 들으면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 대사 중 "나~ 안동 김 씨야"라는 부분이 떠오른다. 지난 99년 4월 엘리자베스2세가 방문해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이름을 알린 경북 안동. 경북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인 안동시를 다녀왔다.

 

글 원창연 기자   사진 고승범(AZA studio)

 

서울에서 3시간 거리... 관광 권역, 북부, 서부, 동부로 나눠

 

 

 

과거 경북 안동시는 서울에서 태백시만큼이나 가기 힘든 곳이었다. 변변한 고속도로도 없고 국도도 산을 여러 번 오르기 때문에 약 5시간 이상 소요되는 1박 2일이 필수였던 곳이다.


그러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이제는 서울에서 3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경북도청 이전 확정으로 더욱 사통팔달의 교통 중심지가 될 안동. 정오가 조금 못되어 출발했음에도 안동시 북부권역인 '도산서원'에 3시 경 당도할 수 있었다.


안동시 관광은 북부권(도산서원, 이육사박물관, 퇴계종택 등), 안동 서부권(하회마을, 하회탈박물관, 병산서원 등), 안동시내 및 동부권(안동호, 임하호, KBS 사극촬영장) 등 크게 세 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안동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을 위해 관광 코스를 안내하자면 그렇단 얘기지, 이것이 정석 코스는 아니다. 8년 전 방문했던 기자의 경험 상 안동에서 볼거리는 이 세 권역에 모두 담겨있다는 얘기다.


안동 관광을 떠나기 전, 사전 정보를 조금 메모해 둘 필요가 있다. 안동시는 경상북도의 중심 도시로 인구가 17만 명 정도 된다. 동쪽으로는 영양군과 청송군, 서쪽은 예천군, 남쪽은 의성군, 북쪽은 영주시와 봉화군에 접해있다. 경북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시다. 태백산맥이 관통하는 도시답게 북쪽에는 봉수산 미면산, 연점산이 있고 남서쪽에는 보문산과 백자봉, 갈라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특히, 안동시의 젖줄인 안동호는 낙동강의 지류이며 주위에 풍산평야가 조성돼 있다.


내륙 지역이어서 예로부터 저장 음식이 발달해 안동간고등어는 홈쇼핑 '대박' 모델로 자주 등장한다. 이밖에 안동시는 지난해 농특산물을 7개국에 수출하면서 500만 달러 이상 실적을 거둬 '경북 최우수 농산물 수출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1000원 지폐 주인공 '도산서원' 필수 코스


안동시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가 됐다면, 본격 여행길에 올라보자. 중앙고속도로 안동IC에서 빠지면 바로 안동시와 연결된다. 그러나 경북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안동시답게 도산서원은 풍기IC로 나와야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안동시에 접어들면 다양한 한옥 마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간 여행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은 도산서원을 들어설 때 제대로 받는다. '안동=도산서원'이란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안동의 대표 관광지인 도산서원은 안동시내에서는 북쪽으로 꽤 먼 거리(약 34km)라 중부권에서 출발한다면 이곳부터 들르는 게 좋다.


도산서원에 도착했다면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보라. 약 300년 전 겸재 정선의 대표작 '계상정거도'(보물 제585호)가 상상속의 도산서원을 보여줄 것이다. 최근 지폐 도안을 놓고 위작 파문이 일기도 하지만 그저 '그런가 보다'하면 된다. 이런 곳에서 세속의 이야기를 굳이 꺼낼 필요 없다. 기존 구권에 나온 도산서원 촬영 장소에 직접 올라보니 도산서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산서원 앞으로 낙동강이 '시사단'을 끼고 조용히 흐를 뿐, 아무런 말이 없다.


도산서원에서 눈여겨봐야 할 곳은 책 보관 서고인 '광명당(많은 책이 서당을 비춘다는 의미)'이다. 퇴계 이황 선생의 친필을 볼 수 있다. 물론 한석봉 친필인 '도산서원'도 필수 포토 존이다. 도산서원 우측 방향으로 '정우당'에 적힌 글귀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국화는 꽃 중의 은자(隱者;은인)라 하였고/ 모란은 부귀의 꽃이라 하였는데/ 주렴계(중국 송나라의 유학자)는 연꽃이 진흙탕에서 살면서도 몸을 더럽히지 아니하고/ 속은 비고 줄기는 곧아 남을 의지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맑고 바라 볼 수는 있지만 가지고 놀 수 없어 꽃 중의 군자라 하여/ 퇴계는 군자를 벗으로 삼아 연못에 연을 심어 정우당이라 하였다'

 

역사의 고장, 문인의 마을


도산서원을 나와 35번 국도를 계속 타고 5km 정도 가면 퇴계 선생 종택인 퇴계종택(退溪宗宅)과 이육사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경북 안동시는 역사의 고장이기도 하지만, 문인의 마을이기도 하다. 이육사를 비롯해, 작가 이문열, 시인 안상학 등 많은 문인을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실제 이육사 생가는 안동시내에 위치해 있으며, 작가 이문열은 3살 때 안동으로 이사와 안동고교 중퇴까지 청소년기를 안동에서 지냈기 때문에 고향이나 다름없다. 시인 안도현은 바로 옆 예천이 고향이지만 '안동'을 작품 배경으로 많이 이용했다.


시인 이육사 박물관에는 이육사 동상이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로 시작하는 시 <절정> 앞에 우두커니 세워져 있다. 박물관 주위로 청포도가 익어갈 듯 하다 안동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안동 북부권역 관광을 마쳤다면 안동시내를 거쳐 서부권으로 진입해 안동호와 임하댐, KBS 사극촬영장 둘러 본다. 특히 안동호 주변의 맛집에서 허기를 채우는 것도 여행지 필수 코스다. 안동간고등어 잘하는 집으로 '양반밥상'을 권한다. 가격(1만2000원)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맛이 좋다. 도시 마트에서도 비싼 축에 속하는 '안동간고등어'를 제대로 음미하는 데 몇 천원을 아끼면 오히려 손해다. 안동간고등어의 유래는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안동호와 임하댐은 현재 경북지역 가뭄으로 인해 물이 말랐다. 강원도 춘천 소양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안동호가 바닥을 드러내 매우 안타까웠다. 숙박지로 향하는 주변에 임하호는 그 나마 안동호보다 사정이 좋아 물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도착한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지례예술촌에서의 하룻밤도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권할 만하다.

 

엘리자베스 2세 방문 후 '상업화' 물결인가?


이른 아침 안개를 헤치고 나서 하회마을로 향했다. 하회마을은 도산서원과 더불어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라 할 만 하다. 하회마을을 들르지 않고는 안동에 다녀왔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8년 전 하회마을보다 '상업적'으로 변했다.

 

 

 


주차료를 내고 주차장에 진입하니 버스가 기다린다. 왕복 2km 정도의 거리라 걸어갈 순 있지만, 안동 마을 순환하는데 다리품을 팔려면 유혹을 쉽게 떨칠 수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왕복 1000원의 요금을 지불하고 버스에 오른다.


지난 99년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봄꽃이 만개한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곳의 초가지붕들은 노란 빛깔로 통일해 안정감을 준다. 한옥도 지속적으로 보수하고 있다. 다만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인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주말에만 공연해 평일에는 볼 수 없다. 탈놀이를 못 봤다면 하회마을 입구에 위치한 '하회탈박물관(입장료 2000원)'으로 위안 삼으면 된다.


하회마을에서도 셔터 누를 장소가 많지만 마을이 워낙 커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을 위해 좋은 곳을 소개한다. 안동하회마을의 서북쪽 강가 나루터 건너 소나무 숲에 높이 64m의 절벽이 하회마을전망대라 할 수 있는 '부용대'다. 이곳에 오르니 찬란한 햇빛을 받은 하회마을이 숨 막힐 듯 한눈에 들어온다. 앞에 낙동강이 흐르는데 옥연정사와 겸암정사, 화천서원도 겸해 둘러볼 수 있다. 하회마을은 매우 넓어 모두 둘러보려면 족히 2시간은 넘게 걸린다. 빠른 관람을 원한다면 1만 원을 투자해 마차에 오르면 된다.


안동시는 문화재가 매우 많다보니 자체적으로 '안동시 문화유산'을 지정해 관리해 오고 있다. 안동시에는 현재 285점(국가 지정 문화재 77점, 도 지정 문화재 208점)이 존재하고 있으나 이보다 많은 문화재들이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어 올 초 '문화유산' 27점을 새롭게 지정해 관리 중이다.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1박 2일 간의 일정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경상북도 안동시. 찌든 일상생활에 잠시나마 고택 바람 소리에 몸을 맡기고 걸음을 멈춰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Tip.
>>>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고택에서 하룻밤, 지례예술촌 임시캠프장

 

 

지례예술촌은 백과사전에도 올라있을 만큼 유명한 곳이다.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있던 고택을 이전 조성해 1989년 개촌 했다. 바로 앞에 임하호가 보이며 새벽안개는 일품이다. 해를 넘기고 도착한다면 '무서운' 산길을 경험해야 한다. 주위가 정말 새카맣다.
이곳은 현재 김원길 촌장 부부가 지키고 있는데, 곳곳에 개보수 흔적이 역력하다. 한옥이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게 사실. 안동시 지원은 거의 없다고 한다. 허나 이곳은 각종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및 회의장소, 연수원으로 활용되며 외국 신문에도 소개됐다. TV는 없으나 인터넷은 된다. 태양열을 이용한 목욕시설이 있다.
'잠시 휴대전화를 꺼두셔도 좋다'면 이곳으로 하루 정도 캠핑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 정식 오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임시'이며, 가격과 전기료는 일반적인 캠핑 가격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설거지와 화장실, 샤워실은 기존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예술촌 앞 공터 크기로 보아 중대형 텐트 12동이 빠듯하게 들어갈 것 같지만 주변 주차장 등을 이용하면 대략 15동은 족히 수용 가능하다. 문의:054-822-2590

 

# 본 기사는 격월간 <오토캠핑> 3+4월호 'Road travel'에 게재됐습니다.

http://www.autocamp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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