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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여행후기

[가볼만 한 곳] 포천&철원- “휴전선 넘어 북녘 땅이 손에 닿을 듯”

[ okGGM 일반기사 ] 
 “휴전선 넘어 북녘 땅이 손에 닿을 듯”
 

포천과 철원은 서울 북동쪽에 위치한 고장으로 휴전선을 인근에 두어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될 만큼 생물의 보고다. 특히 포천은 지난해 11월 시로 승격하면서 많은 거주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상황의 군소도시라 할 수 있다. 포천과 철원은 행정구역상 경기도와 강원도 나뉘어 있지만, 매우 흡사한 지역 형태를 띠고 있다. 군부대가 많다는 점, 산세가 험하다는 점 등 수도권 등지에서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에는 매우 적격인 관광지다. 스케줄에 따라 1박 2일과 당일 코스로 정할 수 있으나, 포천과 철원을 함께 보려면 당일 코스로는 다소 촉박하다. 수도권에서 가깝다고는 하나 포천과 철원을 각각 나누어 당일 코스로 잡는다면 모를까, 두 곳을 하루에 모두 관광하기에는 다소 빡빡한 일정이다. 그러므로 1박 2일 정도로 넉넉하게 일정을 잡아, 철원의 안보 유적지와 포천의 이동갈비도 함께 맛보면 재미가 더 쏠쏠할 것이다.


☞ 산정호수 산책로, 찌든때 ‘훌훌’


포천으로 들어가려면 의정부에서 43번 국도를 이용해도 되고, 남양주시나 퇴계원에서 47번 국도를 이용해 진입하면 된다.


포천시를 지나쳐 신북면으로 방향을 틀면 국내 6대 온천 중의 하나인 ‘신북온천’을 만날 수 있다. 온천 매니아라면 이미 다녀왔을 신북온천. ‘온천’이라는 말 대신 ‘스파비스’나 ‘탕’이라는 간판이 붙은 곳은 엄연히 따져 온천이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정확히 밝혀진 것이 아니라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1995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포천시의 온천타운은 가족과 함께 겨우내 묵혔던 때를 벗어내기 좋은 곳이다.


신북온천에서 땀을 뺀 후 포천 이동면의 막걸리와 함께 먹는 이동갈비도 추천할 만 하다. 이동갈비는 워낙 유명해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 맛과 향을 이미 짐작하고도 남을 만큼 유명하다. 보통 1대에 1만원선에서 판매되는 포천시 이동면 갈비촌은 양도 많고 맛도 좋아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들르는 ‘요충지’다.


갈비로 배를 채우면 식곤증이 오기 마련. 그렇다면 포천의 최고 명소 산정호수에 들르자. 졸음이 싹 가신다. 호수면적의 면적을 수치로 나타내 봤자 가늠이 안된다. 대략 서울의 석촌호수쯤으로 여기면 될까. 수치로는 약 0.024㎢. 서울에서 약 72km 거리에 있으며, 영북 농지개량조합(永北農地改良組合)의 관개용 저수지로서 1925년에 축조됐다. 산중에 묻혀 있는 우물 같은 호수라는 뜻으로 산정(山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북쪽에 명성산(鳴聲山)이 있는데, 이 산이름은 고려 건국 때 왕건(王建)에게 쫓긴 궁예(弓裔)의 말년을 슬퍼하는 산새들이 울었다하여 붙여진 것이다. 명성산 기슭으로 등룡폭포가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보트·수상스키를 즐기고, 겨울은 썰매장으로 수도권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산정호수에서 나와 다시 43번 국도를 타서 운천을 끼고 좌회전을 하면 임꺽정의 은거지 였던 고석정이 나온다. 철원 관광의 중심지다. 꽤 멋진 풍경이 한탄강의 물줄기를 따라 일궈내고 있다. 여름이면 래프팅으로 유명한 한탄강의 줄기다.


이 곳은 신라 때 진평왕이 세운 것으로, 조선 명종 때에는 의적의 두목 임꺽정(林巨正)이 고석정 건너편에 돌벽을 높이 쌓고 칩거하면서 조공물(朝貢物)을 탈취하여 빈민을 구제했다고도 하는 유명한 곳이다. 이 곳에서는 입장료를 내야하는데, 입장료를 내면 고석정을 비롯해 제2땅굴, 독수리떼, 백마고지, 월정역 등의 관람이 풀코스로 이어진다.


민간인 통제 구역으로 진입하는 곳이라 매 시간마다 안내자의 지시를 따라 차량을 운행한다.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은 제2땅굴이다. 1974년 제1땅굴에 이어 국군에 의해 발견된 제2땅굴은 1975년 3월 19일 강원도 철원 북쪽 13km 지점인 군사분계선 남방 900m 지점에서 발견됐다. 넓이 2.1m, 높이 2m, 깊이 지하 50~160m, 길이 약 3.5km에 달하는 암석층 굴진 아치형 구조물이다. 전술능력은 1시간에 약 3만 명의 병력과 야포 등 중화기가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남침용 땅굴이 현재 국내에서 4개나 된다.


실제 땅굴에 들어가 긴 터널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 누구라도 느끼지 않는 것은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전진하다가 철제문으로 닫혀진 ‘북한 구역’을 멀리서 나마 보고 있노라면 전율까지 느껴진다. 제2땅굴을 나오면 월정역 및 백마고지로 인도된다. 월정역은 중부전선 최북단에 있는 기차역이다. 동부전선에는 고성전망대, 서부에는 통일전망대가 있듯, 중부지역에서는 이 곳이 유일하다. 통제구역이라 군인들과 함께 움직인다. 김일성 고지 등 그 날의 생생한 전투현장을 엿볼 수 있었으며, 분단 현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 계기가 될 만 하다. 자녀들에게 안보교육을 생생히 전달할 수 있어 좋다. TV에서나 볼 수 있는 ‘구멍 뚫린 철모’를 직접 볼 수 있다.


백마고지는 6.25 전쟁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지 중 한 곳으로, 395고지라고도 한다. 철원읍 북서쪽 약 12km 지점인 휴전선 북쪽에 있다. 심한 포격으로 구릉지가 온통 파괴되어 공중에서 보니 백마(白馬)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사이 정예군으로 알려진 중공군 제38군이 국군 제9사단(사단장 金鐘五 소장)이 지키고 있는 395고지에 공격을 개시하여 고지의 주인이 24회나 바뀔 정도로 혈전을 벌였다. 백마고지를 둘러싼 산세가 험준하다. 그러나, 지금은 주인을 잃은 듯 쓸쓸히 독수리떼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독수리떼의 모습은 실로 장관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착할 수 있는 독수리 군락지다. 차량 이동 중에도 종종 논이나 밭에서도 볼 수 있다. 독수리와 더불어 ‘학’이라 일컫는 ‘두루미’도 눈에 많이 띈다. 때때로 두루미의 키가 130cm나 되는 것도 있어, 이 곳은 새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지로도 유명하다고.


☞ 독수리 두루미 떼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곳


백마고지를 돌아 나오면 민간인 통제 구역을 벗어나게 된다. 벗어나자마자 보이는 곳이 바로 노동당사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에 등장해 화제가 됐던 바로 그 장소다. TV에서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노동당사.


도로와 바로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어 ‘신비감’은 떨어졌다. 또한 직접 접하기 전까지는 장중하다고 예감했으나 매우 외소해 보였다. 총탄의 흔적은 그날의 아픔을 대신해 주는 듯 하지만 어딘 가 모르게 다른 아픔을 아직도 절규하며 흐느끼고 있는 듯 하다.


이 곳은 1946년 초 북한 땅이었을 때 철원군 조선노동당에서 시공하여 그해 말에 완공한 러시아식 건물이다. 560평의 면적에 지상 3층의 무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현재 1층은 각방 구조가 남아 있으나, 2층은 3층이 내려앉는 바람에 허물어져 골조만 남아 있다.


8·15광복 후부터 6·25전쟁이 일어나기까지 공산치하에서 반공활동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잡혀와서 고문과 무자비한 학살을 당했다. 당사 뒤편에 설치된 방공호에서 사람의 유골과 실탄, 철사줄 등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그때의 참상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이 곳을 방문하면 자녀들에게 열권의 책을 선물하는 것보다 큰 의미를 남길 수 있다. 기념사진 촬영은 기본.


철원을 벗어나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을 잠시 경복대학 방향으로 틀면 포천시 신북면 신평리에 위치한 ‘인평대군치제문비’를 볼 수 있다. 경복대학 우측으로 약 200여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다. 1978년 10월 10일 경기도유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된 이 곳은 인평대군이 36세의 나이로 죽자, 효종이 병자호란 뒤 국난 극복에 헌신하고 서화와 학문에 출중했던 육친을 잃은 슬픔을 달래고자 친제(親祭)한 제문(祭文)이다. 다소 관리가 소홀한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기지만 놓칠 수 없는 유적지임엔 틀림없다.


치제문비를 곁에 두고 경복대학 내로 들어가면 바로 우측에 1910년 ‘자유종’이라는 신소설을 발표했던 이해조님의 묘를 볼 수 있다. 학내에서 학생들의 출입을 금하기 위해 철책을 둘렀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철책은 보이지 않았다. 후손들의 노력으로 경복대학과의 마찰을 피하며 이장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묘와 함께 경복대학 앞 200미터 전방에 시비(詩碑)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해조님의 시비 겸 기념비다. 1990년 모문학동호회에서 세운 것. 경복대학 측은 학내 신축 공사를 시작하면서 길가에 내다버린 것을 이해조 후손인 이춘남씨(포천거주)가 거둬 학교 앞 200여미터에 다시 세웠다.


포천과 철원 여행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면도 있지만, 포천과 철원지역을 한길에 순회할 수 있어 좋다. 수도권에서 불과 1-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이 곳은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위에서 언급한 곳 외에도 포천은 보물 1점, 사적 1점(2003년 현재)의 국가지정문화재를 비롯해 유형문화재 4점, 무형문화재 1점, 문화재자료 2점, 기념물 8점 등 도지정문화재 15점이 있다. 특히, 소흘읍 직동리에 있는 크낙새 서식지로 유명한 광릉수목원은 세계의 희귀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기도 하다.


철원군의 새가 ‘두루미’라 할 정도로 철원은 어찌보면 새의 고장이기도 하다. 청정구역에서 생산되는 햅살은 이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공기가 맑아 찌든 도시 생활의 휴식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 포천시&철원군 관광 안내


▶한탄강 래프팅
한탄강에서는 가을 단풍이 끝날 무렵까지 래프팅이 계속된다. 깎아지른 협곡과 기암괴석 사이를 보트에 의지해 헤쳐나가는 기분은 상쾌하다. 강가에서 보는 가을 풍경은 색 다른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특히 순담계곡은 래프팅 장소로도 유명하다. 코스는 크게 세 종류. 직탕 폭포∼승일교 코스(2시간 30분), 승일교∼순담계곡 코스(1시간50분), 순담계곡∼군탄교(2시간30분) 코스 등이 있다. 비용은 2만원부터 다양하다.


▶철의 삼각지 찾아가는 길
의정부에서 43번 국도를 이용해 문혜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한 다음, 사거리에서 또 한 번 좌회전한다. 463번 지방도로를 따라 승일교를 지나 좌회전하면 고석정 종합주차장이 나타난다. 순담계곡, 직탕폭포 등도 고석정에서 그리 멀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울 수유리에서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철의삼각전적관 견학문의 (033)455-3129


월간 民政(2004년 1월)
[가볼만 한 곳] 포천&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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