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GGM 칼럼]
남성 피부여 깨어나라
서울에 사는 회사원 박모씨(29)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여드름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여드름 없는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제일 부러워하며 학창 시절을 마감했다. 그래서 사춘기때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다는 일반적인 통설은 그에게 있어 별다른 위로가 되지 못했다.
여드름에 좋다고 말하는 것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여드름 전용 비누에서부터 여드름 관리 화장품까지. 피부과에 들러 박피 수술에 관한 지식도 웬만큼 통달해 친구들 사이에서 여드름 박사로까지 불려졌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가 여드름에서 해방된 것은 경동시장에서 구입해 발랐던 알로에 원액도 아니었고, 개당 4000원을 호가했던 유명 브랜드 비누도 아니었다.
군입대를 하면서 저절로 여드름이 쑥 들어갔다. 기름기 없는 음식 때문이었을까. 그런 이유에서인지 사람들은 여드름을‘나이 먹으면 저절로 없어지는 피부병’쯤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 남성들의 스킨케어샵들이 성업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남성 전용 화장품 또한 절찬리에 판매중이라고 한다. 화장품의 경우, 그 기능이 점차 전문화·세분화되면서 남성들의 피부 고민 해결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남성 화장품 시장 점유율이 10%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드름을 비롯해 기미·주근깨·잡티 등 ‘까무잡잡한 피부가 곧 건강한 피부’라는 통념을 일시에 무너뜨리기라도 하듯, 미백 제품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남성 피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며 남성 화장품의 시장 전망을 더욱 밝게 만들고 있다.
실제 강남의 한 피부관리샵에 찾는 손님 중의 10% 정도는 이미 남성들이 차지했다. 비록 여성의 손에 이끌려 찾는다지만, 그 수가 월 100여명에 이른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입사 면접 등 대인 관계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이 날로 중요해짐에 따라 남성들도 피부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드름으로 고생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군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에게 ‘그 심정 이해한다’는 식의 위로를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지금은 원만한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대인기피증까지 보였던 학창시절의 박모씨 사례를 보더라도 피부관리는 이제 더 이상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주간 코스메틱 게재(2001년 9월)
[기자수첩] - 남성피부여, 깨어나라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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