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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고구마 칼럼

"어떻게 살 것인가" - 나는 청년 노동자

[ okGGM 일반기사 ] 
 "어떻게 살 것인가" - 나는 청년 노동자
 

이 글은 2000년 5월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월간 '작은책'에 실렸던 것입니다.


☞ '어떻게 살것인가'


내가 '노동'이라 불릴만한 일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때다. 그 시절엔 '가난'이란 오명아래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한 학급에 몇명씩 새벽에 잠을 깨야하는 일을 했다. 나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용돈을 벌어보자'는 심산으로 시작한 일이 1년여 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그 시절 노동은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창피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때라 쉽게 그만두게 됐다.


그렇게 '노동'은 내게 부끄러움으로 인식됐다. 그 후로부터 15년이 흘렀다. 강산이 변한만큼 생각도 변하는가. 지금 내게 '노동'은 부끄러움이긴 커녕, '자랑스러움'으로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어떻게 살것인가'.


라흐쯔니쉬의 말처럼 삶의 목적은 무엇이고 그 안에서의 노동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하고 한때 머리숙여 깊이 반성했던 때가 있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내게 물으며 많은 반성을 했으며 그 동안 제대로 된 길을 걷지 못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갖게 된 것이 바로 '기자'라는 직업이다.


경제적인 여건만 허락된다면 평생 글만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된 것도 이 시점의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노동은 '경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자각하게 됐다. 노동은 어쩔 수 없이 경제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돈을 얼마나 받고 노동시간은 어떻게 되고... 이런 것들이 예전의 가치관보다 변한 게 아닐까 한다.


IMF 이후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이란 말로 직업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본인도 많은 생각을 했다. 기자가 되서 무엇하나. 돈벌이가 되지도 않으면서 이 일에 매달려야 하는가. 그러나 이러저러한 문제들도 소용없어 진 것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직업'이란 생각이 너무나 크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며 글 쓰는 것을 사랑하는 직업. 무엇이겠는가.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관계로 두 가지를 모두 섭렵할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떤 것인가.


내 안의 해답은 이렇게 나를 '노동현장'으로 내몰았다. 아직도 내 곁엔 수 많은 친구들이 대학을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도 노동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노동의 사전적의미를 보면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얻기위해 몸이나 정신을 씀'이라고 적혀있다.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얻으려면 돈이 필요한 것이고 그러려면 노동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일하지 않는자는 먹지도 말라'는 성경말씀처럼 우리의 노동은 생활인 것이다. 이런 생활을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돈도 벌고 기분도 좋고. 요즘은 특히 벤처기업의 활약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젊은 나이에 정보통신업계에 취업하며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맘껏 하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현재의 노동 현실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학력위주의 사회에서 능력위주의 사회로의 전환이 더디기는 해도 그 구심점을 얻은 듯 해 기분이 좋다. 나 또한 인터뷰시 어려운 점이 많다. 사람만나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가. 그러나 내 직업을 사랑하다보니 어렵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크게 자리잡지 않게 됐다. 이런 순간에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직업의 자랑스러움'이다.


일례로 얼마전 MBC에 모연예인 인터뷰차 방문했던 적이 있다. 다소 신인축에 낀다는 이유때문인지 매니저는 매우 호의적인 대우로 본인을 대해줘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모연예인은 번번히 기자의 질문에 "예, 아니오"라고만 대답해 본인을 매우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경우엔 본인이 직접 말을 만들어내 하나의 멋진 작품(기사)으로 탄생시켜야 하므로 매우 힘들다. 자신의 소견을 조금이라도 밝혀주면 좋으련만. 그러나 이때 본인은 모든 사람이 내 생각과 같을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 한국의 노동현실 극복하자!


주 50시간의 후진국형 노동현실. 주 44시간, 일일 8시간으로 명기돼 있는 노동법을 착실히 지키는 기업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국의 경제기반을 지금의 윗세대들이 만들어가며 이뤄놓은 것에 대한 반론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내가 했던 만큼 너도 해라'라는 식의 억지는 납득하기 힘들다. 특히 자신의 개성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의 가치관이 최고로 여기는 21세기 개성시대에 그런 말들은 주변을 헛돌뿐이다.


가족과의 만남, 친구간의 만남 등 보다도 일일 10여시간 이상 노동이 더 중요한 이 시대. 그것에 상응하는 어떠한 반대급부도 일부 대기업이 아닌 이상, 지급하지 않는 열악한 노동현실.


얼마전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거리로 뛰어나온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거리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가족과 대화를 하고 싶다'며 그들은 서명을 받으러 뙤약볕 아래에서 연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40대 사망률 세계 1위.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2위. 간암, 폐암, 위암 등 각종 질환 발생률 세계 수위를 달리고 있다. 과로사로 쓰러지는 사람도 다반사. 죽고나면 피땀흘려 이룩해 놓은 거룩한 업적들은 모두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늦은 시간까지 주말도 없이 일을 하다 스트레스 쌓이면 '소주로 노래방으로' 풀게 되니 이런 결과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바로 '청년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키며 맡은 바 임무에 한소리없이 열심히 노력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있기에 우린 희망이 있다. 이른바 '청년 노동자'들의 그 열성으로 기성세대들이 이뤄놓은 업적에 흠이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할 소임이 아닐까 한다.


아울러 근무시간에 인터넷으로 사우나로 시간을 때우다 '야근'을 신청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며 외국인들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하는 것도 바로 우리 '청년 노동자'들이 풀어야할 숙제가 아닐까.


월간 작은책 게재(2000년 5월)
[나는 청년노동자]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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