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GGM 일반기사 ]
21세기 전세계에 불어닥친 '테크노 열풍'
☞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의 약어로 사용되기도하는 '테크노'
머리를 흔들어대는 춤이라 하여 일명 '도리도리'춤이라 하는 테크노댄스. 지난해부터 국내에 불어닥친 테크노 열풍은 실로 대단했다. 테크노대학, 테크노마트, 테크노밸리, 테크노벨트, 테크노무비, 테크노 파크 등... 1980년대부터 기술집약적인 트렌드를 추구하던 집단들이 스스로를 '컴퓨터'가 아닌 '테크노'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테크노는 '기술', '기교'를 뜻하는 접두어임과 동시에 1988년을 기점으로 전세계에 불어닥친 새로운 메타장르이자 청년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대중음악계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현재 상당수의 댄스그룹들이 테크노를 표방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강산에, 한영애 등 테크노와는 거리가 먼 뮤지션들도 테크노 스타일의 앨범을 발표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테크노 열풍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지난 93년 당시 최고의 인기그룹이었던 노이즈나 이오스가 잇달아 데뷔 앨범에 테크노 곡을 선보였고 95년엔 R.E.F가 테크노의 서브장르인 '레이브'를 표방했으나 팬들에겐 외면당했었다. 데뷔 당시엔 폭발적 인기를 얻었으나 시간이 지나고 팬들의 취향에 따라 음악적 기호가 변하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한 것.
이렇듯 팬들에게 외면당한 이유는 테크노 특유의 '이디엄(idiom)'이 그저 모방수준에 그치고 말았다는 데 있다. 이런 것은 한국의 전통 정서인 '한'을 모르는 사람이 판소리를 부르는 것과 같아 전자악기를 이용해 창작된 모든 댄스음악이 테크노일 수 없고 또 그것을 굳이 테크노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홍대입구를 중심으로 지난 96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국내의 테크노 열풍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테크노가 원래 198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발전했고 테크노를 하우스(house)라고 말하는 영국을 비롯해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미 테크노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셰필드와 벨기에 등지에서 발전한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의 약어로 사용되기도하는 '테크노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자음악 발달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만큼의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급격히 발달하고 있는 음향산업의 기술을 놀랄만큼 빠르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어린이날 공연조차도 모두 테크노 일색이었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품목으로 테크노가 지정된 것. 실제 뮤지컬 '테크노 피노키오'가 그랬고 서유기를 과학물로 각색한 '우주전사 손오공'도 테크노라 할 만하다.
이런 열풍은 지난해 가수 이정현의 '와', '바꿔' 등이 화제가 되면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모든 장르가 테크노화 됐을 정도로 영화나 각종 문화 행사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10대 중심의 댄스 문화만을 고집하고 있는 우리의 문화 편식 또한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나이트 클럽에서 유행하고 있는 '라인 댄스'가 테크노의 자유롭고 바람직한 댄스문화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우유 사보 게재(2000년 4월)
[유행통신] - 테크노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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