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nsibility/말말말

"밤에 쓴 글은 낮에 읽지 말라"

불문율에 붙여진 이 말은 누가 했는 지 기가 막힌 말이다.
물론, 지금 내가 말하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구전명언이다. -_-;

밤엔 그 만큼 감상적으로 변한다는 얘기 일지도.

작가 조정래는 하루 일과를 오전 6시에 시작한다고 한다. 일반인들처럼 아침 9시에 펜을 잡기 시작해 오후 6시에 끝낸다고 한다.
남들처럼 부지런해야 글무덤에서 적응할 수 있다는 얘기.

나도 한때는 그랬다. 밤을 꼬박 새워 소설을 끝낸 적이 있다.
그 기분... 느껴보지 않은 이는 모르리라.

오늘 신문을 보니, 앉은 자세로 5시간 이상 글을 쓸 수 없다면 글쓰기를 포기하란 얘길 보았다.

먼동이 터오는 깊은 골짜기의 암울한 안개 속처럼 보이지 않는 미래였지만, 결국 먼동은 터왔다.
그리고, 새벽이 왔고... 아침 안개가 아직 자욱해도 10미터 앞은 보이는 듯 하다. 후훗.

이젠 그 먼동을 감상하고 안개를 깊게 심호흡 하느라 5시간씩 기다릴 힘이 없는 가 보다.

쉽사리 선택한 길은 아니지만, 후회는 없다.
지금의 내 일을 사랑한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이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행복을 얼마나 누릴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밤은 깊이 잘 수 있을 것 같다.

자야지... 내일 이 글을 읽지 말아야겠다...
 
 

 


 

2000년 11월 경에 쓴 글이다.

 

거의 10여 년 전의 일인데, 지금도 그 때 그 마음과 같다.

 

밤에 글을 쓴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효과는 좋다.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