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 그리워/ 오세영
그리운 이 그리워
마음 둘 곳 없는 봄날엔
홀로 어디론가 떠나버리자
사람들은 행선지가 확실한 티켓을 들고
부지런히 역구를 빠져나가고
또 들어오고
이별과 만남의 격정으로
눈물 짓는데
방금 도착한 저 열차는
먼 남쪽 푸른 바닷가에서 온 완행
실어온 동백 꽃잎들을
축제처럼 역두에 뿌리고 떠난다
나도 과거로 가는 차표를 끊고
저 열차를 타면
어제의 어제를 달려서
잃어버린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운 이 그리워
문득 타보는 완행열차
그 차창에 어리는 봄날의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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