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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운명은 샤워소리에 잠긴 전화 벨소리다.


'당신을 사랑하는 동안에'가 아니라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의 차이를 아는가. 주체가 '나'가 아닌 '당신'이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나의 사랑'보다는 '당신의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볼 만 한 장면이 곳곳에 숨어있다. 원제는 'Wicker Park'다. 우리나라에는 'while you were falling in love'로 번안됐다.


"오후 3시, 장소는 잘 알 거에요."


그 장소가 Wicker Park다. 우리나라에서 번안하기로는 다소 밋밋했는 지 '사랑'을 가미한 듯 싶다.


어찌됐든 이 영화는 2004년 작품으로 톱스타 반열에 올라 얼마전 배우 이병헌과 영화도 찍은 <진주만>의 조쉬 하트넷과 <노잉>에 나왔던 로즈 번, 2004년 브래드 피트와 출연한 <트로이>의 엘레나 역할을 맡았던 다이앤 크루거가 출연했다. 출연진만 보면 화려하지만, 흥행은 그리 썩 좋지 못했다.


'당신이...동안에~'라는 식의 제목이 많아 파묻힌 것인지, 제대로 홍보가 안 된 것인 지는 모르겠으나, 진흙 속에 진주를 찾은 듯이 오늘 난 매우 흥분됐다. 내가 보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손님이 보는 영화를 우연히 보다가 끝까지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만든 시나리오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구성이 탄탄한 영화는 주로 블럭버스터 보다는 드라마에 많이 치중된다. 저예산으로 승부할 수 있는 것은 시나리오뿐이기에 그럴 진 모르지만, 인간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 인지, 삼각관계 혹은 사각관계를 놓고 어디까지 얽히고 섥히게 만들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내용은 한 마디로 얘기하면, 운명의 장난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것도 같고, 삼각 관계에서 사각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우리네 주말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감성의 풍선고리가 몽울져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 했다. 운명은 샤워 소리에 잠긴 전화 벨소리처럼 그렇게 장난을 친다. 친구에게 절대 편지나 열쇠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라고 부탁해도 안 될 것이고, 휴대폰이 왜 중요한지도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매튜(조쉬 하트넷)에게 리사(다이앤 크루거)가 전하는 대사도 압권이다. 나도 사진을 좋아하는 지라, 남의 이야기같지 않았다.


같은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를 가진 사람들에게 훈훈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나, 그것으로 인해 상처 받거나 아픔이 있는 사람에게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영화다.


부디 이 영화를 놓치지 마시라. 시대적 배경이 추운 겨울의 시카고이기 때문에, 지금 보면 딱 좋을 영화다.


아직도 운명을 믿는다면 필히 가까운 DVD 방을 찾으시라.


# 명대사
내 사진을 찍어줘. 나도 그렇게 아름답고 싶어.

--> 매튜에게 보여주는 리사의 마음.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스릴러 | 2005 .10 .13 | 115분 | 미국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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