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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친구야.

맑게 개인 아카시아가 꿈을 꾸고
들꽃들이 소담거리는 곳에선
진정 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늘거리는 커튼을 제쳐
눈을 들어야만 볼 수 있었던 아득한 햇살,
지금도 꿈이라고 믿는 그 날의 음성은
귓가를 간지럽히는 불개미의 손아귀 힘보다
강했나 보다.

한참을 돌아 제 자리에 섰다면,
새근하게 잠든 아기의 볼 가까이로
조용히 다가와야 한다고 말했지.
너의 길 위에 서 있으면서도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구나.
하지만,
안개 속 나무껍질을 나침반 삼아
어정어정 걷는 새카만 속내를 어찌 밝히랴.

아직도 내 머릿 속은 정규방송 끝난 TV 화면 같다.
지지직.
언제쯤 평화롭게 풀 뜯는 조랑말 허리 위로
엉덩이 한번 붙여볼거나.

부디,
내 머릿속을 잠재워다오.
친구야.

2006.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