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레이서가 되겠습니다" - 탤런트 이세창
세상을 살아가면서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두 개나 갖는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세창은 진짜 어원적 의미로의 '탤런트'가 아닐까.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한창 자동차 경주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찾아가 봤다.
☞ 경력 4년... 투어링A 매년 출전
7월 14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내리쬐는 땡볕이 아스팔트를 집어삼킬 듯 뜨겁게 경기장을 달구고 있다. 그 속에서 자동차들은 이른 아침부터 전투기 굉음에 맞먹는 소리를 내며 태양을 향해 질주한다.
어림잡아 몇 만평은 될 듯한 스피드웨이는 우리나라의 내노라하는 자동차 경주장이다. 현란한 색상의 자동차들도 볼거리임에는 틀림없지만 지난해 창단한 (주)카맨파크의 연예인 레이싱팀인 '라이거스타'의 인기 연예인들도 이 곳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좋은 볼거리.
이들 연예인 중 탤런트 이세창은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는 레이서로 벌써 경력 4년에, 투어링A(일반적으로 가장 최상위 클라스인 '슈퍼 그랜드 투어링' 아래 단계를 지칭함) 대회에 참가한 경험도 여러번.
"일반적인 연예인들과는 차별된 다른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흠뻑 빠져 스케줄이 비어있는 날이면 항상 용인에 오곤 합니다."
그가 이처럼 자동차 매니아가 된 것은 그의 '도전적인 성격' 때문이다. 얼마전 모방송회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투기를 조정한 것을 비롯,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위험하다는 스포츠는 모두 경험해 스스로가 "안주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과감히 밝혔다.
자동차 경주를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닌, 연봉을 받고 선수로 대회에 참여하는 엄연한 '프로'임을 자부하는 그는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상식을 펼쳐보이며 자동차에 대한 강한 애착을 나타냈다.
"직선코스에서는 시속 170∼180km 정도의 속도가 나옵니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별로 높지 않은 속도 같지만 문제는 코너링에 있습니다. 시속 100km로 코너링을 해야하니까 고속도로 주행과는 다른 것이죠. 그에 따른 기술도 필요한 것이구요."
그러나 그는 "고속도로에서는 경주 속도보다 높은 230km의 기록도 갖고 있다"고 귀띰.
☞ 100분의 1초 스피드 싸움
번호판이 없어 그럴까.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동차를 '차'로 부르지 않고 '머신'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만큼 경주용 자동차는 '차'라기 보다는 속도를 위한 '기계'에 가깝다는 얘기. 이러한 기계로 내는 기록 단축은 육상 경기의 100m 달리기와 똑같다. 100분의 1초 싸움으로 1위와 2위가 나뉜다고 한다.
그의 현재 최고 기록은 1.8km 한바퀴에 1분 1.5초. 그러나 순위는 10위를 넘어선다. 1위의 기록이 1분 0.5초로 1초 안에 10여대의 차량이 끼어있는 것이다.
20여분 동안 8바퀴를 돌면 신체가 무척이나 피로해지지만 공식 대회는 그보다 더하다고. 대회에 한번 출전하면 2kg정도가 빠진다. 실제 경기복은 불연소재로 제작돼 3중 구성이다. 경기중 차량온도가 40∼60도를 육박하니 그만한 체력소모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러나 스피디한 경기로 인한 사고도 잦다. 자동차안에 각종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긴 하지만 간혹 큰 부상을 입기도 한다.
"어제 큰 사고가 있었어요. 제 차가 정면 충돌했어요. 기절해 실려가긴 했지만 다행히 몸에 큰 이상은 없습니다. 그런데 차체가 완전히 박살나서 마음이 아프죠"
우리가 흔히 궁금해하는 것이 '경주용 자동차는 과연 시속 몇km나 나올까'하는 것이지만 실제 경주용 자동차에는 속도계가 없어 속도를 잴 수 없다.
속도계뿐만이 아니다. 무게가 나갈만한 것들은 모두 분해해 제거한다. 그런 후에 공기의 저항, 무게, 출력, 토크 등등을 고려해 최상의 경주용 자동차를 재생산해 낸다. 이것이 바로 흔히 얘기하는 '자동차 튜닝'이다.
☞ "레이싱 문화 발전은 곧 자동차 산업 발전"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가 선진국 대열에 올랐으면 하는 바램이 제일 큽니다. 생산대수로는 세계 5∼6위를 달리면서 자동차 문화는 걸음마 수준이잖아요. 세계 유수 자동차 메이커들은 레이싱에 엄청난 투자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동차 연구 및 개발, 발전으로 이어지니까요. 실제 페라리는 매년 레이싱 경기에 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실제 티뷰론이 처음 생산됐을 당시, 지금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레이서들의 조언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스포츠카는 나날이 발전해 지금의 '티뷰론 터뷸런스'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
일반인들은 시내에서 '굉'하고 지나가는 튜닝카를 보면 인상을 찌뿌리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레이서들의 시내주행은 오히려 무척 얌전하단다.
"우리들끼리 하는 얘기로 그런 주행을 '지진다'고 하는데, 저희들은 그런 것을 싫어합니다. 자동차가 무섭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레이싱 문화가 올라서야 자동차 문화가 발전한다고 믿고 있는 그는 현재 KBS 미니시리즈인 'RNA'에 출연하고 있다. "방송과 레이싱 둘 다 열심히 할겁니다. 제 팬들이 경기장으로 달려온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거죠. 그런 면에서 두 문화를 위해 제가 매개체 역할을 하겠습니다.(웃음)"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출연한 '폭풍의 질주'를 7번이나 봤다는 그는 "토니 스콧 감독은 진정 자동차를 알고 있는 감독"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자동차 전문 감독이 없다"고 아쉬워 했다.
자동차 경주의 저변확대를 위한 일이라면 서슴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탤런트 이세창.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자동차안에서 흔들리는 리어밀러를 봤을 때 자신이 톰 크루즈가 된 것 같았다는 그는 이제 레이서 이세창으로 불리워지길 기다리고 있다.
"제 마인드가 변했습니다. 그저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레이서가 되겠다고. 이런 변화는 주위의 힘이 컸습니다. 그저 그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천리안 웹진 천리안월드 게재(2000년 7월)
[인터뷰] - 탤런트 이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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