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ibility/詩
방명록/ 김경미
불탄고구마
2010. 9. 28. 19:45
방명록
넓고 따뜻한 식빵에게 안겨봤으면 좋겠어
분꽃 그 작은 대롱 속에 들어가
종일 꽃의 내부를 살아봤으면 좋겠어
진실을 눈썹처럼 곰곰이 만져봤으면 좋겠어
한 장의 풍경과 침묵과 나,
셋이서 나직이 약혼했으면 좋겠어
추억이 돌아서서 타조처럼 다시 뛰어와
용서의 밤을 얘기하고
오늘도 생각하고
내일도 생각하면 좋겠어
당신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어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김경미. <쉬익, 나의 세컨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