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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일드 카드

불탄고구마 2009. 12. 21. 19:57
형사들의 생활을 다룬 영화도, 범죄자들의 생활을 그린 영화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특히, 투캅스로 시작된 '리셀웨폰'식의 두 형사 이야기는 지긋지긋 할 정도로 울궈먹는 소재다.

헐리우드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에서도 지난 90년대부터 엄청나게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선과 악의 구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영화 소재로 그만이라서 그런가. 하여간에 내가 형사가 된 듯이, 혹은 내가 조폭이 된 양 감정이입되어 극장 의자에서 간혹 들썩들썩하며 몸을 뒤척이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극히도 현실적인 형사들의 그림을 그린 영화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와일드카드라 말하고 싶다. 양동근은 아주 많이도 그들의 생활의 불합리성을 대사를 통해 토해낸다. 어느 직장이 완벽할까마는, 그래도 쥐꼬리 봉급에 업무량이 국내 최고 등급에 속할 것 같은 '형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래도 진실되게 말했다.

경찰청에서는 무료시사회를 열며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그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매우 공감했으리라. 투캅스가 개봉했을 때 형사들은 법정 소송을 한다느니 그랬는데, 이 영화는 성격이 달라서인지 조용하다. 어두운 면을 조심스럽게 다가선 것이 퍽 감동적이기도 하다.

양동근의 하는듯 안하는듯한 연기도 주목할 만 하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는 건지... 하늘 두번 땅바닥 두번 바라보며 내뱉는 내사처리는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만 하다.

퍽치기란 것도 처음 알았다. 저런 것이 있구나 싶다. 늦은 귀가 시간 뒤를 가끔 돌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순간에 소리도 못지르고 간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양동근이 내가 하고 싶은 얘길 어느 정도 해줬다. 조금은 시원하다.

형사들이 일상을 제대로 그린 영화란 굵은 줄기가 기억에 남는 영화. 형사들의 생활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라. 어색한 컴퓨터그래픽으로, 억지 웃음을 강요하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그런그런 영화보다 오히려 낫다.

★★★
 

 


 

 

2003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