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고구마 2009. 12. 21. 19:53
배우 김민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배우 김정은은 매우 좋아한다. 예전 인터뷰 때 잠시 느낀 인간적인 면이 아직도 내 맘에 남아 있어서 그런건진 모르겠다.

나비는 내 맘에서 타협되지 않은 배우 두명이 동시에 주연을 맡은 영화다. 그래서, '살인의 추억'을 보고 싶었지만, '나비'를 선택하게 된 배경도 표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로 '괜찮다'고 평하고 싶다. 김정은은 코믹 이미지를 탈피, 나름대로 배우로서의 성장가도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우는 연기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퍽 많이도 운다. 자연스럽게. 기차에서 윤민재(김민종)는 '기다리라'고 외친다. 은지(김정은)는 마냥 운다. 서럽게. 아주 서럽게. 정말 가슴에 와닿게.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마음으로. 감정이입 세번됐다.

기차를 타고 떠나보내는 그 장면 말고 가슴 가득 닿은 장면은 없었지만 그래도 김현성이란 감독이 누군진 모르지만 대체로 '우'로 평가하고 싶다. 구성력은 떨어진다. 좌충우돌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윤민재가 왜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이종원은 마지막에 왜 죽는지 등등. 내 머리가 달리는 건가.

이종원은 방위병 출신이면서도 제대로 된 장교 역할을 해냈다. 분위기 만점. 이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독고영재를 비롯한 조연들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특히, 이문식의 연기는 이제 물이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연극배우 출신들이라서 그런가. 정말 리얼리티의 극치다.

영화 초점이 후반으로 갈 수록 삼청교육대에 맞춰져 있는 느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사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 이유는 관객들의 연령층이 20대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감안해야 했다. 실수라면 실수. 너무 많은 장면이 그곳으로 맞춰져 있었다.

김민종은 영화 출연해서 제대로 흥행한번 해보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근 10여년을 넘게 영화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그였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나도 모른다. 아이러니다. 연기력이 떨어지는 건 아닌데 왜 그런걸까.

건달이란 키워드는 이제 멜로에까지 침범해 다양한 가지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 하다. 시나리오로 승부해야 하는 한국영화의 특색도 이제 관객들은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듯 하다.

90년대 개봉했다면 흥행 참패했을 것 같은데, 현재 박스오피스 4위라고 한다.

구성은 떨어지지만, 가슴 아픔은 남아있다. 그러고 보면, 관객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감독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좋은 영화다. 추천.

★★★
 

 


 

 

2003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