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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너는

불탄고구마 2009. 6. 14. 17:59
어쩌면 너는

어쩌면 너는 바람이었다.
매년 겨울, 2km 백사장에서 유일하게 나를 반긴
김씨네 구멍가게처럼
언제나 소금물 머금은 내 머리칼의 빗질을 도운 건
네 몫이었으니 말이다.
낮과 밤이 절반씩 섞인 곳에서 외치면
완벽한 개기일식처럼 모양새 좋을 줄 알았는데,
고철 가득 담은 리어카의
종이조각보다 못한 쓰레기였다는 것을
항상 바람이 된 너로 인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신호등 위로 스쳐간 별빛을
함께 본 것만으로는
세상 모든 빛을 얻을 수 없다.
허나 배부른 돼지의 저녁 식사를 바라보며
오랜 세월 陽者의 여유로움으로
내 손을 잡았던 너를,
나는 잊지 못한다.
너여!
파도가 출렁인다 하여
그 날 가슴에 새겼던 네 눈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모든 세상과 결별한다 해도
울렁이는 뱃고동의 진한 젖내음은
내 안에서 이토록
감칠맛 나게 넘실대는데.

어쩌면 너는,
모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2005. 12. 28.
고구마 戀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