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ibility/詩

독백 - 1998.10.1

불탄고구마 2009. 6. 14. 17:23
난 숫자 세기를 좋아했습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 세기를 좋아했고
푸른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을 세기를 좋아했고
흘러가는 강물위의 반짝이는 빛의 숫자 셌습니다.

난 숫자 세기를 좋아했습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의 숫자를 세기를 좋아했고
그 사람들이 세는 또 다른 사람들을 세기를 좋아했고
그 사람들의 아픔의 개수를 세기를 좋아했습니다.

난 숫자 세기를 좋아하지만,
세상은 날 세어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세상은 그런 사람들 세기에 이력이 났나 봅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달력의 숫자만큼
어느새
난 숫자 세기에 지쳐버렸습니다.

이젠 숫자 세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숫자 세기를 아예 하지 않습니다.
내가 세상을 세어 주었을 때
세상은 언제나 내게 등을 돌렸으니까요.

그래도 그 천성은 버릴 수 없나 봅니다.
땅에 박혀 있는 보도블럭 세기를 하고
지나가는 자동차의 숫자를 세기를 하고
은행에서 돈 세기를 합니다.

이젠 ...
그것들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98. 10. 1. 「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