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럿 러쉬 당해보셨나요?" - 천리안 페가수스 소속 프로게이머 강은주
"질럿 러쉬 당해보셨나요?"
- 천리안 페가수스 소속 프로게이머 강은주
몇해전만 해도 프로게이머란 직함으로 명함을 내밀면 '어떤 일을 하느냐'는 식의 눈빛으로 쳐다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은 이제 하나의 문화 매커니즘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발맞춰 '프로게이머'란 직업도 하나의 탄탄한 직업군으로 기초를 다지고 있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평가받던 프로게이머 시장. 현재 여성들의 참여가 늘어나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99년 아마대회 우승 계기... 프로입문
얼마전 모CF에 '쌈장'이란 아이디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기석씨는 게임 하나로 '스타' 대접을 받았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CF를 비롯해 각종 언론 매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게 사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하나가 '스타'를 만들어 낸 것이다. 미국 블리저드사에서 제작한 스타크래프트 게임은 3가지 종족을 선택해 상대방과 전투를 벌이는 일종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전투하면 남성 성향의 게임으로 치부받기 쉬우나 요사이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천리안 페가수스 소속의 강은주(24)씨는 그런면에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여성 프로게이머다. 매주 토요일마다 벌어지는 KIGL 추계리그에서 그녀는 10승 10패를 마크하며 현재 9위를 달리고 있다. 총 프로 16개팀이 참여해 벌이는 KIGL은 인터넷 게임 업체인 '배틀탑'에서 주최하고 있는데 연간 4회의 대회를 통해 연말에 최종 왕중왕을 뽑는다. 리그마다 상위 1위부터 3위까지 선발하고 4위는 나머지 순위에서 토너먼트 형식으로 선발해 '리그 게임왕'을 뽑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
"98년 11월쯤에 게임방이란 곳을 처음 가 봤어요. 그 때 스타크래프트를 알게 됐고 빠져들게 된거죠. 아무래도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잘 맞는 게임이 아닌가 싶어요."
약 2년전만 해도 그녀는 컴맹이었다. 게임이 컴맹을 탈출하게 만든 것일까. 그러나 그녀는 "게임을 그저 즐기기 위해 시작했다"고 말한다.
"처음 PC방에서 게임을 시작하고 6개월이 지났을 때 였을까요? 아마추어 게임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게 됐어요. 아마도 그 때 프로입문의 길이 열리지 않았나 싶어요."
당시(99년 여름)만 해도 게임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여성 부문'이 없었다. 그래서 출전한 경기가 아마커플전. 그녀는 거기서 우승을 하게 됐다. 그녀의 우승 덕분이었는지 프로입문의 길은 쉽게 열렸다. 수 많은 스카우터들의 손짓을 뒤로하고 그녀가 택한 곳은 바로 천리안.
천리안 페가수스 팀에는 현재 '국기봉' 선수를 비롯해 남성 3명, 여성 1명의 '스타크래프트'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프로게이머가 그녀 혼자 뿐이라 다소 힘든 부분도 많다고 한다.
☞ 중대 연영과 휴학중인 '영화학도'
그러나 그녀가 처음부터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의 전공은 연극영화. 현재 중앙대 연극영화과 4학년 휴학중에 있는 그녀의 궁극적 꿈은 '영화배우'다. 실제 그녀의 첫인상은 TV에서나 봄 직한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모습을 하고 있어 다소 프로게이머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크고 작은 연극에도 출연했고 영화배우의 꿈은 결코 쉽게 저버릴 수 없다고 말하는 그녀.
"영화배우가 될 수 없다면 영화 산업과 관련된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영화가 제 적성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녀는 이러한 그녀만의 끼를 쉽분 발휘해 현재 프로게이머 외에 활약하는 곳이 또 있다. 정기적으로 게임 웹진에 글을 기고하고, iTV에 1개월에 1회 정도 출연해 게임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팡팡TV'(www.pangpang.co.kr)에서 '게임자키'로, '온게임넷'에서는 그녀의 주종족인 '프로토스'의 전략을 소개해 주고 있다.
"게임은 그저 즐기면서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언제나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때로는 매우 힘들게 하죠. 그래서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은 대회가 끝나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녀는 프로입문 후 거의 리그 1∼2위를 놓친 적이 없다. 매일 10시간 안팎의 연습을 하며 엄청난 피로를 감당한 탓인지 그녀는 요즘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 처럼 프로게이머의 생활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수입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꼭 그렇지도 않구요. 프로게이머로서 게임만 한다면 다른 직종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겁니다."
☞ 다소 불안한 프로게이머의 미래 걱정
다소 우울한 주제를 벗어나 그녀에게 "스타크래프트를 잘 할 수 있는 전략이 있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유닛들의 조합을 잘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종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만들어내는 유닛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녀가 제일 자신있는 상대는 프로토스. 그녀의 주종족이기도 하면서, 상대방이 프로토스를 선택하면 안심이 된다는 그녀의 말처럼 프로토스를 만나면 거의 전승을 이룬다. 일반인들이 게임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 주로 '미네랄'을 무한정으로 소모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하는데, 그녀는 이런 '무한맵'에 대해 "상대편과 실력이 비등비등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게임"이라며 "경기를 보는 사람이 쉽게 질릴 수밖에 없는 맵"이라고 말했다.
무한맵과는 달리 프로게이머들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맵이 바로 '로스트 템플'인데 이러한 유한의 자원으로 전투를 벌여야 하는 KIGL이나 KPGL 대회는 경기마다 매번 맵이 바뀌기 때문에 새로 나오는 맵을 항상 연습을 통해 익혀 두어야 한다. 실제 그녀를 비롯한 여러 프로게이머들은 경기 시작 전 맵과 옵션들을 자신만의 행동으로 익히고 있다.
우선 연습경기를 컴퓨터와 벌이며 맵을 익히고 자신만의 마우스를 새로 끼운다. 그런 후에 모니터의 위치, 각종 옵션 등을 맞추며 긴장을 푼다. 특히 마우스는 경기 시작 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마우스가 느리거나 갑자기 콘트롤이 되지 않으면 경기에 패하기 일쑤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마우스 보드와 마우스를 항상 챙겨 갖고 다닌다. 세계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막강한 실력을 보유하며 1위부터 10위까지 총 6명의 선수를 보유한 우리나라의 게임실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 CD를 100만장 넘게 판매한 미국 블리저드사는 최근 새로운 게임 제작에 있어 '한글판'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한국은 현재 게임에 대단히 열성적으로 몰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외국처럼 프로게이머가 '주업'이 아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부업'으로 자리잡아 가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의미에서 그녀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현재 프로게임 시장은 거품적 성향이 많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시들면 과연 프로게이머들은 어떻게 될까요? 다른 게임을 연마해야 되겠죠?(웃음)"
*프로게이머 강은주씨를 만나볼 수 있는 곳
천리안 페가수스 www.gopegasus.co.kr
팡팡TV www.pangpang.co.kr
게임ok www.gameok.co.kr
천리안 웹진 천리안월드 게재(2000년 7월)
[인터뷰] - 천리안 페가수스 소속 프로게이머 강은주(lovelyfr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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