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탤런트 엄지원
연예계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모두가 입성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주 우연한 기회에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눌러앉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로 그 주인공인 '엄지공주' 엄지원을 만나보았다.
☞ 대구방송 리포터 출신… 내 이름은 '탤런트'
대구방송(TBC)에서 리포터로 활약하다 서울로 입성한 탤런트 엄지원. 자신을 극구 '탤런트'라 당당하게 소개한 그녀의 이력은 다소 이채롭다.
지난 98년 5월 우연히 대구방송 리포터 모집 광고를 보고 찾아갔다가 제3기 리포터로 활약하게 됐다. 그것이 방송과의 첫 인연이었다. 그 전엔 'WITH' 잡지 모델로 활동했었지만 방송활동은 아니었던 것.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던 <엄지원의 생활정보>를 진행하면서 그녀는 그저 방송을 '재미'로 생각했다. '아르바이트'쯤으로 여겼던 것.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꿈꿔 왔던 배우에 대한 미련이 많아 방송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을 했다.
"제 좌우명이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어떤 일이 맡겨져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제일 보기 좋은 것 같아요. 결과가 좋지 않아도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는 없죠."
대구 지역 민방의 축협 광고와 현대백화점 CF에도 출연했던 그녀는 현재 MBC TV 일요아침 쇼프로인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MC로 활약 중이다. 남녀 출연진들이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춤대결을 펼치는 '러브러브 쉐이크'를 진행한 지 벌써 1년째다. 수 많은 선남선녀들을 보면서 그녀의 마음이 흔들릴 만도 한데.
"지금껏 이상형을 생각해 본적이 없어 출연진들을 유심히 본 적이 없어요. 물론,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었구요. 그렇다고 눈이 높은 건 아녜요.(웃음) 하지만 가슴이 따뜻하고 키가 컸으면 해요."
☞ 눈물 많은 내면 연기 펼쳐 보이고파
실제 그녀의 키는 170cm로 힐까지 신으면 왠만한 남성과 같이 서지 못할 정도로 크다. 그리고 <사랑의 스튜디오>에 출연하면서 주위 출연진들의 나이가 다소 많다보니 그녀도 덩달아 많아 보인다는 소릴 자주 듣는다고.
"제가 나이 들어 보인다고 그러시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별로 나이 많지 않아요. <사랑의 스튜디오> 출연진들보다도 한참 어려요.(웃음)" 그녀는 1977년생 뱀띠로 대구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왔다. 2녀중 차녀로 어린 시절부터 배워왔던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수준급. 그러나 피아노는 적성에 맞지 않아 7년 동안 두드렸던 건반을 덮은 지 오래돼 실력이 많이 녹슬었다.
음악과 함께 영화를 좋아하는데 최근 본 <식스 센스>는 무척 인상 깊었다고 한다. 영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며 허리우드 배우 중에선 매릴 스트립을 좋아해 그녀가 나온 영화는 빠짐없이 본다고. 매릴 스트립의 연기를 보며 연기력을 닦은 때문인지 굵직한 드라마에도 출연 한 바 있다. 지난 해 SBS TV <순풍 산부인과>와 MBC TV <남자 셋 여자 셋>, SBS TV 납량특집물 <공포의 눈동자>에 단벌 출연한 경험이 있지만 연기력에 대해선 아직 '병아리'라 말한다.
"잡지 모델을 하고 있을 때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남자 셋 여자 셋>에 출연하게 됐죠. 그 당시에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무척 설레였었어요. 하지만 그런 설레임은 금새 깨지고 연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연기하고 있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가 최고의 연기가 아니냐"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틈틈히 연기 수업을 열심히 받고 있다. 현재 MC로 방송계에 몸담고 있지만 이런 경험도 모두 연기 수업의 일환인 것. 그래서 그런 그녀가 내놓는 바램은 남다르다.
"예전에 SBS 드라마 <청춘의 덫>에 출연했던 심은하씨 같은 역할이 좋아요. 비련의 여주인공이요. 슬픈 드라마에 출연해 눈물 많은 내면의 연기를 펼쳐 보이고 싶고 그 동안 갈고 닦은 연기력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 DDR과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이웃집 막내 동생
그녀는 평소에도 정장을 좋아해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자리에도 항상 정장을 입는다. 주로 친구들을 만나면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수다를 푸는 그녀는 스파게티나 파스타 등을 좋아하는 이태리 음식 매니아. 그녀는 술자리를 좋아하지만 주량은 그리 세지 않은 편이다. "주로 압구정동 거리에서 자신을 자주 마주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처럼 그녀의 집(서울 압구정동) 주변엔 술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다소 겸연쩍은 미소로 "남자친구가 없다"며 미소를 짓는 그녀는 평소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방송이 없는 날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집 주변 게임방에 가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하거나 오락실에서 DDR을 즐긴다. 그래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시내에 나가면 종종 자신을 알아봐 주는 팬들 덕에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그러나 이젠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 사인공세에 시달릴 지도 모르겠다. 현재 촬영 중인 공포 영화 <마스크(가제)>에 안재원, 강성민, 박은혜 등과 함께 출연하고 있는데 개봉 시기인 올 여름쯤 되면 그녀의 인기도 수면 위로 급부상할지 모를 일이다.
이렇듯 그녀는 이제 큰 날개짓으로 화려하게 연예계를 비상하려 하고 있다. 어떤 장르도 모두 소화해 낼 수 있는 진정한 '탤런트'가 되기 위해 그녀는 지금도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제가 아무리 잘났다 해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겠죠?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곧 '스타 엄지원'의 모습을 보여 드릴께요."
대신증권 사외보 게재(2000년 4월)
[인터뷰] - 탤런트 엄지원
- 끝 -
그녀와의 인터뷰 기억은 썩 좋지 않다.
긴 물음에 단답형 "예""아니오"로 대답했던 그녀.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칸 영화제를 다녀올 정도로 스타가 됐다.
당시에는 무명이었건만.
사람 앞날 모른다. 다시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