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folio/인터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연기하고 싶습니다." - 탤런트 박인환

불탄고구마 2009. 4. 28. 21:28

     어떤 분야던지 한우물을 파는 것은 쉽지 않다. 규칙적인 수입이 없는 연기자들의 삶은 그래서 더더욱 힘들고 고되다. 그런면에서 탤런트 박인환은 한우물만 파온 이 시대에 몇 안되는 연기자다. 그를 만나보았다.


☞ 연극생활 30여년의 베테랑 연기자


  벌써 37년이 넘었다. 시골에서 태어나 '촌놈'소리를 들으며 중고교 시절을 보낸 탤런트 박인환의 연기 생활.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며 '연극'만이 삶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연기 생활은 곧 연극이었다.


 1964년 연기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그의 인생은 앞날을 볼 수 없는 까만 장막이 드리워진 것처럼 어두웠다. 연기를 해서 무얼 먹고 살아가나. 하지만 그의 의지는 남달랐다.


"청년 시절 무척 힘들었습니다. 연기를 하면서 제대로 돈을 벌어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 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족들에게 무척 미안합니다. 하지만 언젠간 연기자로 성공할 날이 있을 거란 신념 하나로 지금까지 온거죠."


청년 시절 그의 꿈은 연극인이었다. 결혼을 늦게 하게 된 이유도 연기 때문이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 현재 1남 2녀의 자녀를 두고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그는 그래도 수입 없이 근근히 살아야 했던 청년기가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말한다. 청주가 태어난 고향이라면 '연극'은 연기의 고향이라고 말할 정도.


"연극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다른 TV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릅니다. 몇 개월을 연습하고 다듬어서 실시간으로 관객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완성도가 그만큼 높지요. 완성도가 높다는 말은 배우에게 있어 보람이 크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는 연극 생활로 연기에 물이 오를 무렵인 지난 90년대 초 KBS 미니시리즈 '왕룽일가'에 출연하면서 조금씩 인생의 변화를 맞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제 기억에 가장 크게 자리잡은 드라마입니다. 장안에 알려진 계기가 됐지요."


☞ 충북 청주 태생으로 목이 편한 '도라지' 즐겨 피워


  그는 어린 시절 경험한 농촌 경험이 현재 출연중인 드라마와 우연하게도 맞물려 '편안하게'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산이나 들을 돌아다니며 열매를 따먹던 일, 개울에서 멱 감던 일 등이 현재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나 '왕룽의 대지'의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는 '왕룽의 대지'에서 시골 구두쇠 영감으로 분하고 있는데, 실제 유년 시절 농촌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시골 사람들 모두가 구두쇠 였다는 것. 지금도 그렇지만 시골에선 누구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여유자금이 생겨도 함부로 돈을 쓸 수 없는 '절약'이 몸에 베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그런 농촌 경험의 아픔이 있었다. 중고교를 서울에서 다닌 그는 친구들에게 '촌놈'이란 놀림을 받았다. '촌놈' 소리가 듣기 싫어 일부러 도회적 분위기에 사로잡히기로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촌놈' 소리가 그립다고. 그만큼 세월이 흘렀고 세련됐다는 증거다.


'촌놈' 박인환은 연기를 시작하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약속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됐다고 한다. 바쁜 연기생활로 좀처럼 사상활에 짬을 내지 못하는 애석함이 묻어나오는 부분이다. "연기를 하다보면 경조사는 물론이고 약속을 해도 지키지 못하는 때가 있어요. 정말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런 때는 담배가 제일 편해요. 여유로울 때 피는 담배가 제일 좋습니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피운 담배라면 금연 계획도 수 차례 세웠을 법도 하다.


 "담배를 끊으려 무척 애를 썼지요. 금연초도 해봤고, 침도 맞아봤고(웃음). 하지만 잘 안되더라구요. 집에서 무척 반대가 심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여유로운 마음이 들때면 손은 자연스럽게 담배를 향하게 됩니다.(웃음)"


특유의 억양으로 손짓을 동반해가며 담배에 대한 애착(?)을 설명하는 그는 현재 '도라지'를 애용한다. '모래시계'의 김종학 PD도 '도라지'를 애용한다고 하는데, 목에 부담이 가지 않아 벌써 십수년 전부터 애용하고 있다고. 그런 그의 금연 계획은 현재로선 없는 상태. 하지만 언젠간 꼭 끊을 계획이라고 한다. "담배도 그렇지만 술자리를 좋아합니다. 친한 친구들을 가끔 만나면 분위기에 따라 주량이 달라지지요. 녹화가 없는 날은 테니스를 쳐요. 한 15년 정도 했는데 요즘은 통 할 시간이 없네요(웃음)."


☞ '서두르지 마라' 후배들에게 조언


그는 30여년전 연기생활을 시작할 때 느꼈던 많은 서러움과 고달픔을 생각하면 요즘의 후배들은 매우 행복한 것이라 말한다. 그 시절 우선 배고픔과 외로움을 이겨내야 하는 연기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그에게도 어린 후배들을 보면 들려주고 싶은 그만의 연기철학이 있을까.


"나를 살찌우는 데 투자해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 무일푼으로 연기 생활을 한다해도 이 자리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 하에 서두르지 말고 자신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거죠."


 그가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충고는 가정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는 시간이 날때마다 항상 자녀들에게 '서두르지 말고 자기 분야에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 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가르친다. 일반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연기자에게는 '잘한다', '못한다'의 평가만 존재한다는 그의 눈빛은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다소 매서웠다.


늦은 나이에 세간에 알려져 TV와 영화, 연극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배우 박인환. 가정의 행복과 자신이 건강할 때까지 연기 생활을 하는 것이 꿈인 그는 언제라도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담배인삼공사 사외보 게재(2000년)
[인터뷰] - 탤런트 박인환
 


 

인터뷰 당시 박인환씨는 담배를 줄창 피워댔다.

지금도 애연가인지 모르겠다.

 

그의 인터뷰는 꽤 편안했던 걸로 기억된다.

TV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그대로였다.

 

당시만 해도 연예인을 만난다는 것에 두려움이 가득했던 시절,

아버지 같은 그를 만나 대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