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folio/인터뷰
[농업전문가]인터뷰④ 강원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고종태 교수
불탄고구마
2009. 3. 17. 15:36
“브랜드화, 가격 아닌 품질로 승부하라”
FTA 체결 후 일본산 더 많이 유입 예상 …
“한국 쌀, 진정 맛있는가” “농촌의 고령화 큰 문제다”
농업은 산업의 근간이며 경제 이전의 문제라 외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각 인식을 한 다수 농민들의 최대 개혁 과제는 ‘쌀 개방’과 ‘농협개혁’으로 집중되기도 한다.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농업. 선진 농업을 근간으로 삼는 국가라면 한번쯤 거쳐 갔을 법한 과정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점차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합심해야 할 때다. 이에 본지는 연중기획으로 농업경제 관련 전문가를 초빙, 대한민국 농업경제의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마련해 본다. 더불어 각 지역 농민과 농업 발전을 위한 견해도 함께 싣는다. <편집자 주>
이번에는 강원도다. 고랭지 채소가 전 국토의 78%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가인구는 전남보다 많지만 농가가구 수는 1/3 정도 밖에 안 되는 고랭지 배추 무의 고장. 전국에서 경지 면적이 가장 적은 지역이 바로 강원도다. 이 지역 토박이로써 릴레이인터뷰 네 번째 주인공에 선정된 인물은 강원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고종태 교수다.
고 교수는 농업 유통을 전공해서인지, 기자를 만나자 현재 강원도내의 고랭지 채소 유통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부터 꺼냈다.
“고랭지 배추 무값이 좋을 때는 걱정 다소 줄지만, 지금처럼 가격이 폭락하거나 얼마 후 시행될 ‘백두대간보호법’ 등의 벽에 부딪히게 되면 농민들은 힘들어 집니다. 대체 작목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딱히 적절한 작물을 선정하지 못해 고민이죠.”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백두대간보호법’이 발효될 경우, 강원도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맥 보호라는 취지는 좋지만, 농민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전한다.
최근 ‘콩’을 대체작목으로 고려 중인 고 교수는 “모두들 배추를 버리고 콩으로 이작했을 때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이나 유통 판로 개척은 누가 책임지고 누가 지원해 줄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김재호 이사가 동참했다. 그는 30여 년간 농협에서 터를 닦은 농협통이다. 얼마전 조합장까지 지내다 이직한 그는 최근 불거져나오고 있는 ‘농협개혁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농협을 바르게(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나서 개혁을 해야지 겉으로만 본 사람들이 농협 개혁을 외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신경분리도 때에 따라서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용과 경제가 분리되면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그러나 1개 지역에 2개 이상의 농협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은 다소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이에 대해 고 교수도 “현재 우리는 일본의 농협을 쫓아가는 것만 같다”면서 “우리의 실정에 맞는 조정이 필요하지만 현재 지역농협이 경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강원대 고종태 교수와의 일문일답.
-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백두대간보호법’은 강원도내 농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황이 어떠한가.
강원도는 전국토의 고랭지 면적 중 78%를 차지하고 있다. 백두대간에 걸쳐져 있는 부분이 대부분이며 주로 배추와 무를 생산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현재 이들의 생산량을 조금 줄여나가자는 얘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다.
이와 더불어 또 하나 문제는 김치의 대량 수입 문제다. 이 또한 가장 타격 받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파급 영향 수치는 분석해 봐야 알겠지만, 대체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한쪽에서는 재배 면적을 줄여가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김치 수입을 늘리자고 한다.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제일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체작목을 고려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대체 작목이란 것을 소수의 몇몇 농민들이 합심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촌탈농(在村脫農)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탈농’만 이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다함께 살 수 있는 대체작목을 찾아야 한다. 마땅히 적절한 작물 찾기가 쉽지 않다.
‘콩’으로 한번 해보자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콩을 심으면 판로가 문제이기도 하다.
- 이런 상황 때문인지 고랭지 채소를 일군 농민들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는 듯한데.
농민의 직장은 자기 논과 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농민들은 어느 정도 기반을 닦으면 직장을 떠난다. 밭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후계자들에게 이런 얘길 한다. 도시로 나가 아내 고생시키지 말라고. 자기 일터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
이는 역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다. 정치인들이 때때로 어떤 목적을 갖고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해당 농민은 정치인과 연결돼 자기의 주체성 잃게 된다. 점점 자신의 입지가 올라간 것을 깨닫게 되면 바깥으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단 도시로 가게 되면 농민이 아닌 것이다.
- 혹자는 농민을 울리는 것은 농민이다라는 얘기를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재호) 그 얘기는 결국 자기 무덤 자신이 파는 것이란 뜻이라 본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현재 농민들 중 5~10% 정도만 변하고 있다고 본다. 남는 자는 결국 손해다. 농민들의 의식개혁이 중요하다. 뭔가 리딩해주는 단체나 사람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뭔가 해보려고 하지만, 기어 다니지도 못한 사람을 날게 만드는 법의 시행으로 더 어렵게 만든다. 이제는 농업이 자꾸만 상품화 공동화로 가고 있다. 농사가 곧 경영이라는 마인드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디지털 시대로 농촌도 변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 현재 농촌은 아직도 아날로그도 아닌 그 이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 한 칠레 FTA로 인한 과수 농가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이 지역은 어떤가.
(김재호) 과수 농가가 무너지면 한국 농가가 무너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수 폐원이 늘면 그것은 곧 오이나 호박 등 채소 재배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요 공급의 원리를 적용하게 되면, 모두 함께 무너지게 돼 있다.
(고종태) 지금 중국산 농산물의 대량 유입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일본산 유입이 문제다. 일본은 안전성을 엄청나게 염려하는 나라고, 한국은 이제 안전성으로 가는 나라다. 소비자의 선택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이 걱정이다. FTA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품질 좋은 농산물이 싼 값에 들어왔을 때, 과연 소비자의 선택은? 바로 이것이 문제다.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 FTA를 찬성하는 농민도 있다고 들었다. 대한민국 농업이 어느 정도 여과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법의 보호 테두리 안에서만 있어 현재 우리 농민들은 방어체계가 잡혀있지 않다. 어떻게 보는가.
일리는 있는 얘기다. 일본은 94년에 정부에서 통제하던 것에서 개방을 하고 나니까 일본 자체 내에서 유통 혁명이 일어났다. 그 다음으로 ‘맛’에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철원 오대 쌀이 좋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 맛있다고 보는가. 맛있는 쌀 맛을 국민이 아는가 말이다. 수입쌀이 들어오고 나서 품질의 차이를 느끼게 되면 문제는 시작된다. 국내 쌀들을 정부가 하향평준화 시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한국 쌀 맛이 좋다고는 하지만 아직 많이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이 문제가 돌출됐는데도 아직 정착이 안됐다.
- 쌀의 통합 브랜드를 지향해야 한다고 정부는 외치고 있다. 규모화와 더불어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철원 오대쌀 하나로 이 지역 4개 농협이 움직인다. 똑같은 오대쌀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화천이나 양구 등지의 오대쌀은 물량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데도 브랜드화로 인해 시장에서 매매된다. 브랜드로 간다는 것은 부족함이 없을 때 시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농민들은 그런다. 왜 다른 쌀 섞어서 브랜드로 가느냐고. 브랜드 이름만 앞세우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다.
최근 강원도에서 광역 브랜드를 한다고 난리다. 강원도에는 한우(韓牛)만 10개 브랜드가 있다. 일례로 강원도 모지역에 어느 농장은 한우 600두로 ‘권봉산 한우’란 것을 만들었다. 약 400만원 들여서 특허출원까지 했다. 이것을 브랜드로 볼 수 있는가. 이것은 브랜드가 아닌 것이다. 1주일에 한 마리도 안나오는 것인데 무슨 브랜드냐. 원주 평창 등지의 목장들과 연합해 브랜드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얘기한 적 있다. 쌀도 마찬가지다. 물량 확보도 안 되고 틀이 안 잡힌 상황에서 브랜드만 고집할 것은 아니다.
고품질 좋다. 막을 생각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품이 아닌 가격으로 브랜드를 만든다. 이건 안 좋은 현상이다. 서울로 올라가면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주고 브랜드를 구매했을 때 만족할 것인가. 만족 못하면 그 브랜드는 바로 죽는 것이다.
- 지난 2002년부터 농림부는 각 농촌에 PC를 보급하며, 행정자치부와 더불어 정보화 마을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촌의 정보통신화는 언제쯤 완벽하게 이뤄질까.
일본에 가면 각 현마다 지자체까지 연결돼 있는 통신망이 있다. 강원도도 지난 93년에 산지기반을 만들어 보자 해서 시행한 적이 있다. 지금은 없어져 버렸다. 왜 그럴까. 농가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척 약하다. 현재 농촌은 이런 것을 수용할 여건이 안 된다고 본다.
정보화 마을의 경우에도 화상으로 뭔가 하려는 모양인데, 농민들에게 교육을 시킨다 해도 그것이 쉽게 익혀지겠는가. 농촌에서 그것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일례로 강원 횡성군 안흥면에는 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이전에 인구가 2만5천명이었다. 버스터미널이 있어 인구 유입이 잦은 탓도 있었다. 지금은 고속도가 생기다 보니 인구가 2500명으로 줄었다. 이 중 경로우대증 등록자가 800명가량 된다. 등록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대략 1천명을 넘을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65세 미만자 중 이 지역에서 뭔가 새로움을 받아들일 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매우 부정적인 미래를 연상케 되는 대목이다.
- 농협의 개혁에 대해.
(김재호) 신경분리, 그 취지는 좋다. 그러나 개혁을 하려면 농협을 알고 해야 한다. 농협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개혁을 나서는 것은 사실 우스운 일이다. 겉만 보고 농협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조합장 역임자로써 바르게 아는 사람이 바른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농협의 신용 부분을 무시하면 협동조합이 이뤄질 수 없다. 사실 임금에 대해 불만이 많을 것이다. 공무원 봉급은 나라에서 주지만, 협동조합의 봉급은 농협에서 주는 것이다. 다소 직원을 위해 신용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30년간 농협에 있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신용분리하자는 말을 못한다. 조합장 하기 전에는 하자고 하는데, 조합장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깥에서 본 것과 제도권내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경제사업 부분이 작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 농협이 현재 신용에만 너무 치우쳐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김재호)따로 분리해 놓으면 신용에만 더욱 치우칠 것이다. 경제사업에 누가 뛰어들 것인가. 일본처럼 되려는 것인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협동조합도 신용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수익이 나야 뭔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개혁하자는 사람은 이를 거꾸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그렇다면 농협 개혁 방안을 고려한 것이 있는가.
(김재호)의식이 변해야 한다. 의무를 충분히 한 후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농협을 모르고 농협을 가지도 않는 사람들이 개혁을 외치는 경향이 있다. 조합원들이 농협을 이용하지 않고 말이다. 시골에 있는 농협들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는 얘긴가.
(고종태) 한국은 현재 일본 협동조합을 따라가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농협중앙회란 것이 없다. 실질적으로 한국내의 농협과 의미가 비슷한 곳이 경제련이다. 사실 농협에서 경제 사업이란 것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 사업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건이 맞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만의 특성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갑자기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강원도 어떤 도시의 경우, 농협이 하나 있고 농협 지부가 또 있다. 하나는 시지부, 또 하나는 지역농협이다. 마주보고 일을 한다. 이처럼 작은 지역에서 2개 농협이 과연 필요한가. 이런 것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각 질문에 대한 대답 중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김재호 이사와 고종태 교수의 답변이 이어질 경우, 김재호 이사는 (김재호)으로, 고종태 교수는 (고종태)으로 표기함.
정리=원창연 기자
<강원도의 농업>
강원도는 농가가구수 8만337호, 농가인구 25만9,920명(1998)이고, 경지면적 11만9,784ha 가운데 논이 5만1,349ha(42.8%), 밭이 6만8,435ha(57.1%)로서 밭이 많다. 이는 강원의 대부분이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전체 면적에 대한 경지면적의 비율이 10% 미만으로서 남한에서 가장 낮다.
가구당 경지면적은 1.5ha(논 0.7ha, 밭 0.8ha)로서 남한 전체의 1.3ha보다 넓다. 1,984년의 1.3ha보다 증가한 것인데, 이는 인구의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으로 인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대관령 부근을 비롯하여 진부(珍富) ·임계면(臨溪面) 등지는 남한의 대표적인 고랭지 작물지역으로서 고랭지 채소단지가 있어, 배추 ·무 ·당근 등의 재배가 성하고, 홍천 ·평창 ·횡성군 일대에서는 홉과 인삼재배가 성한데, 특히 인삼은 철원 ·화천 ·영월군, 춘천 ·원주시 등지로 재배가 확대되고 있다. 경지정리사업과 함께 농업기계화 사업의 추진으로 농기계 보유량이 급증하고 있다.
<고종태 교수 약력>
강원대학교 농과대학 축산학과 졸업
강원대학교 대학원 농업경제학석사
일본 가고시마대학 농업경제학박사
2003.2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학과장
2001.8 강원대학교 농촌사회교육원 교학부장
1999.3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학과장
1998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객원교수
1995.3 한국 축산경영학회 이사
2001.7 강원대학교 농촌사회교육원 주임교수
1991.8 한국 가금학회 이사
배추의 생산·유통부문 안정화 방안에 관한 연구, 농촌경제연구원, 2000.
횡성한우 특성화 추진전략, 횡성군, 2000.
홍천내천농협 유통산업컨설팅, 신유봉연구회, 2000.
춘천 신북농협 공동계산제 사례분석에 관한 연구, 강원대학교 산업경제연구소1999.
강원도 축산물 브랜드화 전략, 강원대학교 산업경제연구소,1998.
지역 농수산가오식품 수출촉진에 관한 시장조사 연구, 산업과 경제 제 8집,제 2호,1998.
강원도 축산물의 차별화, 브랜드화 전략, 강원도 농어촌연구소,1998.
강원도 고랭지 농협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 강원발전연구원, 1995
통합 춘천시 농업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 춘천시, 1995.
강원남부 고랭지 농축산업의 생산과 유통구조개선 및 가공산업 육성방안, 강원대학교 농촌개발연구소, 1992. 외 다수
FTA 체결 후 일본산 더 많이 유입 예상 …
“한국 쌀, 진정 맛있는가” “농촌의 고령화 큰 문제다”
농업은 산업의 근간이며 경제 이전의 문제라 외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각 인식을 한 다수 농민들의 최대 개혁 과제는 ‘쌀 개방’과 ‘농협개혁’으로 집중되기도 한다.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농업. 선진 농업을 근간으로 삼는 국가라면 한번쯤 거쳐 갔을 법한 과정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점차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합심해야 할 때다. 이에 본지는 연중기획으로 농업경제 관련 전문가를 초빙, 대한민국 농업경제의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마련해 본다. 더불어 각 지역 농민과 농업 발전을 위한 견해도 함께 싣는다. <편집자 주>
이번에는 강원도다. 고랭지 채소가 전 국토의 78%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가인구는 전남보다 많지만 농가가구 수는 1/3 정도 밖에 안 되는 고랭지 배추 무의 고장. 전국에서 경지 면적이 가장 적은 지역이 바로 강원도다. 이 지역 토박이로써 릴레이인터뷰 네 번째 주인공에 선정된 인물은 강원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고종태 교수다.
고 교수는 농업 유통을 전공해서인지, 기자를 만나자 현재 강원도내의 고랭지 채소 유통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부터 꺼냈다.
“고랭지 배추 무값이 좋을 때는 걱정 다소 줄지만, 지금처럼 가격이 폭락하거나 얼마 후 시행될 ‘백두대간보호법’ 등의 벽에 부딪히게 되면 농민들은 힘들어 집니다. 대체 작목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딱히 적절한 작물을 선정하지 못해 고민이죠.”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백두대간보호법’이 발효될 경우, 강원도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맥 보호라는 취지는 좋지만, 농민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전한다.
최근 ‘콩’을 대체작목으로 고려 중인 고 교수는 “모두들 배추를 버리고 콩으로 이작했을 때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이나 유통 판로 개척은 누가 책임지고 누가 지원해 줄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김재호 이사가 동참했다. 그는 30여 년간 농협에서 터를 닦은 농협통이다. 얼마전 조합장까지 지내다 이직한 그는 최근 불거져나오고 있는 ‘농협개혁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농협을 바르게(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나서 개혁을 해야지 겉으로만 본 사람들이 농협 개혁을 외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신경분리도 때에 따라서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용과 경제가 분리되면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그러나 1개 지역에 2개 이상의 농협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은 다소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이에 대해 고 교수도 “현재 우리는 일본의 농협을 쫓아가는 것만 같다”면서 “우리의 실정에 맞는 조정이 필요하지만 현재 지역농협이 경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강원대 고종태 교수와의 일문일답.
-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백두대간보호법’은 강원도내 농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황이 어떠한가.
강원도는 전국토의 고랭지 면적 중 78%를 차지하고 있다. 백두대간에 걸쳐져 있는 부분이 대부분이며 주로 배추와 무를 생산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현재 이들의 생산량을 조금 줄여나가자는 얘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다.
이와 더불어 또 하나 문제는 김치의 대량 수입 문제다. 이 또한 가장 타격 받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파급 영향 수치는 분석해 봐야 알겠지만, 대체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한쪽에서는 재배 면적을 줄여가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김치 수입을 늘리자고 한다.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제일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체작목을 고려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대체 작목이란 것을 소수의 몇몇 농민들이 합심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촌탈농(在村脫農)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탈농’만 이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다함께 살 수 있는 대체작목을 찾아야 한다. 마땅히 적절한 작물 찾기가 쉽지 않다.
‘콩’으로 한번 해보자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콩을 심으면 판로가 문제이기도 하다.
- 이런 상황 때문인지 고랭지 채소를 일군 농민들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는 듯한데.
농민의 직장은 자기 논과 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농민들은 어느 정도 기반을 닦으면 직장을 떠난다. 밭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후계자들에게 이런 얘길 한다. 도시로 나가 아내 고생시키지 말라고. 자기 일터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
이는 역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다. 정치인들이 때때로 어떤 목적을 갖고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해당 농민은 정치인과 연결돼 자기의 주체성 잃게 된다. 점점 자신의 입지가 올라간 것을 깨닫게 되면 바깥으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단 도시로 가게 되면 농민이 아닌 것이다.
- 혹자는 농민을 울리는 것은 농민이다라는 얘기를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재호) 그 얘기는 결국 자기 무덤 자신이 파는 것이란 뜻이라 본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현재 농민들 중 5~10% 정도만 변하고 있다고 본다. 남는 자는 결국 손해다. 농민들의 의식개혁이 중요하다. 뭔가 리딩해주는 단체나 사람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뭔가 해보려고 하지만, 기어 다니지도 못한 사람을 날게 만드는 법의 시행으로 더 어렵게 만든다. 이제는 농업이 자꾸만 상품화 공동화로 가고 있다. 농사가 곧 경영이라는 마인드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디지털 시대로 농촌도 변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 현재 농촌은 아직도 아날로그도 아닌 그 이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 한 칠레 FTA로 인한 과수 농가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이 지역은 어떤가.
(김재호) 과수 농가가 무너지면 한국 농가가 무너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수 폐원이 늘면 그것은 곧 오이나 호박 등 채소 재배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요 공급의 원리를 적용하게 되면, 모두 함께 무너지게 돼 있다.
(고종태) 지금 중국산 농산물의 대량 유입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일본산 유입이 문제다. 일본은 안전성을 엄청나게 염려하는 나라고, 한국은 이제 안전성으로 가는 나라다. 소비자의 선택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이 걱정이다. FTA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품질 좋은 농산물이 싼 값에 들어왔을 때, 과연 소비자의 선택은? 바로 이것이 문제다.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 FTA를 찬성하는 농민도 있다고 들었다. 대한민국 농업이 어느 정도 여과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법의 보호 테두리 안에서만 있어 현재 우리 농민들은 방어체계가 잡혀있지 않다. 어떻게 보는가.
일리는 있는 얘기다. 일본은 94년에 정부에서 통제하던 것에서 개방을 하고 나니까 일본 자체 내에서 유통 혁명이 일어났다. 그 다음으로 ‘맛’에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철원 오대 쌀이 좋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 맛있다고 보는가. 맛있는 쌀 맛을 국민이 아는가 말이다. 수입쌀이 들어오고 나서 품질의 차이를 느끼게 되면 문제는 시작된다. 국내 쌀들을 정부가 하향평준화 시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한국 쌀 맛이 좋다고는 하지만 아직 많이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이 문제가 돌출됐는데도 아직 정착이 안됐다.
- 쌀의 통합 브랜드를 지향해야 한다고 정부는 외치고 있다. 규모화와 더불어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철원 오대쌀 하나로 이 지역 4개 농협이 움직인다. 똑같은 오대쌀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화천이나 양구 등지의 오대쌀은 물량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데도 브랜드화로 인해 시장에서 매매된다. 브랜드로 간다는 것은 부족함이 없을 때 시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농민들은 그런다. 왜 다른 쌀 섞어서 브랜드로 가느냐고. 브랜드 이름만 앞세우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다.
최근 강원도에서 광역 브랜드를 한다고 난리다. 강원도에는 한우(韓牛)만 10개 브랜드가 있다. 일례로 강원도 모지역에 어느 농장은 한우 600두로 ‘권봉산 한우’란 것을 만들었다. 약 400만원 들여서 특허출원까지 했다. 이것을 브랜드로 볼 수 있는가. 이것은 브랜드가 아닌 것이다. 1주일에 한 마리도 안나오는 것인데 무슨 브랜드냐. 원주 평창 등지의 목장들과 연합해 브랜드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얘기한 적 있다. 쌀도 마찬가지다. 물량 확보도 안 되고 틀이 안 잡힌 상황에서 브랜드만 고집할 것은 아니다.
고품질 좋다. 막을 생각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품이 아닌 가격으로 브랜드를 만든다. 이건 안 좋은 현상이다. 서울로 올라가면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주고 브랜드를 구매했을 때 만족할 것인가. 만족 못하면 그 브랜드는 바로 죽는 것이다.
- 지난 2002년부터 농림부는 각 농촌에 PC를 보급하며, 행정자치부와 더불어 정보화 마을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촌의 정보통신화는 언제쯤 완벽하게 이뤄질까.
일본에 가면 각 현마다 지자체까지 연결돼 있는 통신망이 있다. 강원도도 지난 93년에 산지기반을 만들어 보자 해서 시행한 적이 있다. 지금은 없어져 버렸다. 왜 그럴까. 농가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척 약하다. 현재 농촌은 이런 것을 수용할 여건이 안 된다고 본다.
정보화 마을의 경우에도 화상으로 뭔가 하려는 모양인데, 농민들에게 교육을 시킨다 해도 그것이 쉽게 익혀지겠는가. 농촌에서 그것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일례로 강원 횡성군 안흥면에는 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이전에 인구가 2만5천명이었다. 버스터미널이 있어 인구 유입이 잦은 탓도 있었다. 지금은 고속도가 생기다 보니 인구가 2500명으로 줄었다. 이 중 경로우대증 등록자가 800명가량 된다. 등록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대략 1천명을 넘을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65세 미만자 중 이 지역에서 뭔가 새로움을 받아들일 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매우 부정적인 미래를 연상케 되는 대목이다.
- 농협의 개혁에 대해.
(김재호) 신경분리, 그 취지는 좋다. 그러나 개혁을 하려면 농협을 알고 해야 한다. 농협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개혁을 나서는 것은 사실 우스운 일이다. 겉만 보고 농협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조합장 역임자로써 바르게 아는 사람이 바른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농협의 신용 부분을 무시하면 협동조합이 이뤄질 수 없다. 사실 임금에 대해 불만이 많을 것이다. 공무원 봉급은 나라에서 주지만, 협동조합의 봉급은 농협에서 주는 것이다. 다소 직원을 위해 신용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30년간 농협에 있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신용분리하자는 말을 못한다. 조합장 하기 전에는 하자고 하는데, 조합장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깥에서 본 것과 제도권내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경제사업 부분이 작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 농협이 현재 신용에만 너무 치우쳐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김재호)따로 분리해 놓으면 신용에만 더욱 치우칠 것이다. 경제사업에 누가 뛰어들 것인가. 일본처럼 되려는 것인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협동조합도 신용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수익이 나야 뭔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개혁하자는 사람은 이를 거꾸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그렇다면 농협 개혁 방안을 고려한 것이 있는가.
(김재호)의식이 변해야 한다. 의무를 충분히 한 후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농협을 모르고 농협을 가지도 않는 사람들이 개혁을 외치는 경향이 있다. 조합원들이 농협을 이용하지 않고 말이다. 시골에 있는 농협들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는 얘긴가.
(고종태) 한국은 현재 일본 협동조합을 따라가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농협중앙회란 것이 없다. 실질적으로 한국내의 농협과 의미가 비슷한 곳이 경제련이다. 사실 농협에서 경제 사업이란 것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 사업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건이 맞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만의 특성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갑자기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강원도 어떤 도시의 경우, 농협이 하나 있고 농협 지부가 또 있다. 하나는 시지부, 또 하나는 지역농협이다. 마주보고 일을 한다. 이처럼 작은 지역에서 2개 농협이 과연 필요한가. 이런 것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각 질문에 대한 대답 중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김재호 이사와 고종태 교수의 답변이 이어질 경우, 김재호 이사는 (김재호)으로, 고종태 교수는 (고종태)으로 표기함.
정리=원창연 기자
<강원도의 농업>
강원도는 농가가구수 8만337호, 농가인구 25만9,920명(1998)이고, 경지면적 11만9,784ha 가운데 논이 5만1,349ha(42.8%), 밭이 6만8,435ha(57.1%)로서 밭이 많다. 이는 강원의 대부분이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전체 면적에 대한 경지면적의 비율이 10% 미만으로서 남한에서 가장 낮다.
가구당 경지면적은 1.5ha(논 0.7ha, 밭 0.8ha)로서 남한 전체의 1.3ha보다 넓다. 1,984년의 1.3ha보다 증가한 것인데, 이는 인구의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으로 인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대관령 부근을 비롯하여 진부(珍富) ·임계면(臨溪面) 등지는 남한의 대표적인 고랭지 작물지역으로서 고랭지 채소단지가 있어, 배추 ·무 ·당근 등의 재배가 성하고, 홍천 ·평창 ·횡성군 일대에서는 홉과 인삼재배가 성한데, 특히 인삼은 철원 ·화천 ·영월군, 춘천 ·원주시 등지로 재배가 확대되고 있다. 경지정리사업과 함께 농업기계화 사업의 추진으로 농기계 보유량이 급증하고 있다.
<고종태 교수 약력>
강원대학교 농과대학 축산학과 졸업
강원대학교 대학원 농업경제학석사
일본 가고시마대학 농업경제학박사
2003.2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학과장
2001.8 강원대학교 농촌사회교육원 교학부장
1999.3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학과장
1998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객원교수
1995.3 한국 축산경영학회 이사
2001.7 강원대학교 농촌사회교육원 주임교수
1991.8 한국 가금학회 이사
배추의 생산·유통부문 안정화 방안에 관한 연구, 농촌경제연구원, 2000.
횡성한우 특성화 추진전략, 횡성군, 2000.
홍천내천농협 유통산업컨설팅, 신유봉연구회, 2000.
춘천 신북농협 공동계산제 사례분석에 관한 연구, 강원대학교 산업경제연구소1999.
강원도 축산물 브랜드화 전략, 강원대학교 산업경제연구소,1998.
지역 농수산가오식품 수출촉진에 관한 시장조사 연구, 산업과 경제 제 8집,제 2호,1998.
강원도 축산물의 차별화, 브랜드화 전략, 강원도 농어촌연구소,1998.
강원도 고랭지 농협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 강원발전연구원, 1995
통합 춘천시 농업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 춘천시, 1995.
강원남부 고랭지 농축산업의 생산과 유통구조개선 및 가공산업 육성방안, 강원대학교 농촌개발연구소, 1992.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