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시대... 2005년 800억 달러 시장 규모
[ okGGM 일반기사 ]
DT시대... 2005년 800억 달러 시장 규모
한국, 일부 제품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아날로그의 세대를 접고 바야흐로 디지틀 시대로 접어들었다. 여기저기 디지틀을 외치지 않는 기업이 없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삼성은 PDP, TFT-LCD라 불리는 DT(Display Technology) 매출액이 반도체 매출액을 앞질렀다. 이변이 아닐 수 없다. 반도체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단기적 호황이라는 평가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LG와 필립스가 DT 산업 부문에서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디지틀 산업은 기업들에게 점차 캐쉬카우(Cash Cow;돈벌이가 되는 상품)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 한국데이터방송협회 출범 ... 디지틀 방송 시대 개막
지난 8월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 디지틀방송의 상용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데이터방송협회'가 출범했다. 디지틀 방송은 TV를 통해 소리와 영상 뿐 아니라 쇼핑 날씨 지리 등 각종 데이터를 여러 사람이 한번에 이용할 수 있다. 게임을 하며 TV를 보고 쇼핑도 하고 화상대화를 하는 등 여러 가지 행동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데이트 방송이 상용화되려면 우선 방송 제작사·장비업체·솔루션업체·콘텐츠업체 등의 공동 작업이 필요하다. 데이터방송협회는 이를 위해 콘텐츠 개발업체인 보라존·한솔CSN 등 총 17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종덕 보라존 사장은 "디지틀 방송은 국경이나 문화적 장벽이 없어 세계 시장 규모가 매우 큰 사업"이라며 "국내에서 표준으로 받아들인 DVB-MHP 기반 방식은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어 방송이 시작되면 한국이 최초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디지틀 방송은 지난해 9월 수도권에서 시험방송이 시작됐다. 시험 방송에 이어 곧 본방송이 시작될 전망이다. 내년 월드컵은 디지털 TV로 중계된다. 또한 2003년부터 2005년 사이 전국으로 디지틀 방송이 확대된다. 리모콘으로 채널 돌리던 아날로그 TV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얘기다 된다.
이에 시청자들은 기존의 아날로그 컬러TV를 디지틀 TV로 대체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화질에서 무려 5배 가까운 차이가 나고 음질도 현장 원음이 생생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전자업체들은 매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험 방송이 시작된 지난해 18만여대가 팔려나간 것과는 달리 업체는 올 40여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월드컵이 실시되면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세계 TV 시장이 연 1억 2천만 대 수준이라고 할 때, 일반TV는 갈수록 판매가 줄어들어 2005년경에는 5천만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올 상반기 DT 산업, 반도체 매출액 넘어서
올 상반기 삼성그룹 내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반도체 부문의 수출이 DT제품에 역전당하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반도체 부문 수출이 31억달러에 그친 반면, DT 부문의 수출은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모두 합쳐 45억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매출액으로 환산해 보아도 DT 수출은 1백억 달러를 넘어서 96억달러의 반도체를 앞질렀다. CRT와 LCD 두 가지 품목만 해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94억달러)에 달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DT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삼성·LG 등의 전략을 감안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질 것이다.
삼성은 지난 3월 삼성SDI·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코닝 등 전자관련 계열사의 CEO로 구성된 '디지틀TV 일류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2005년까지 PDP사업에 총 1조 5천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LG전자도 DT산업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 사업 방안을 마련하고, 2005년까지 PDP에만 1조3천5백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대우전자는 오리온전기와 PDP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며, 아남전자는 2003년까지 분리형TV 판매에 주력하고 2004년부터는 HD급 일체형 보급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업체의 열기와 반도체 경기의 침체 속에 정부도 DT 산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PDP TV에 부과하는 특별소비세를 지난 8월부터 15%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일본 노무라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DT 시장은 앞으로 매년 15%씩 비약적으로 성장해 2005년경에는 440억달러의 2000년도 매출액에 2배가 넘는 899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규모가 메모리 반도체의 820억달러보다 커지게 되는 것이다.
DT 산업 중 가장 빠른 성장을 예고하는 분야가 바로 유기EL(유기전계발광장치) 부문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DC저팬은 세계 유기EL시장이 2005년까지 연평균120%씩 성장해 5조원 가량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별걸이 TV용 화면장치인 PDP도 연간 71%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며 TFT-LCD와 PC모니터를 중심으로 한 LCD 시장도 연평균 18% 이상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로열티 지불 등 ... 한국 기업들의 '숙제'
한국은 세계 DT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한국의 세계 DT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21.8%(96억달러) 수준이지만, 전문가들은 2005년께 이보다 높은 24%(218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세계 보급되어 있는 PC와 TV, 휴대폰 등에 사용된 화면 10개중 2개는 한국산이라는 얘기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 2·4분기 세계 시장 조사 결과, 한국이 TFT-LCD 분야에서 40.9%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 이어 2위로 나타난 것이다. 업체별로는 삼성이 1위, LG필립스LCD가 2위다.
일반 TV와 PC 모니터를 만드는 CRT(컬러 브라운관) 부문에서는 한국이 세계 1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며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1위에 랭크돼 있으며 삼성SDI가 그뒤를 쫓고 있다. PDP패널은 LG와 삼성이 선발주자인 일본업체를 바짝 뒤쫓고 있는 상태며, 휴대폰 액정화면 유기EL에서도 세계 최초 양산을 목표로 개발중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시장을 그리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많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다는 소리다.
과감한 투자로 일본에 뒤쳐져있던 기술력을 극복해 시장점유율에서는 일본을 다소 따라잡았다고는 하나, 아직도 기술력에서 많이 모자라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응용기술 개발에 매진해 로열티 비용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낸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가 되려면 기술개발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장비와 부품의 국산화도 이뤄져야 한다. 우리도 특허 받을 만한 응용기술을 개발해야 일본 등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깎이는 경쟁력을 만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관 홍익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는 한 일간지 기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현재 가격 경쟁면에서 한국에 불리하기 때문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LCD 기술을 대만에 전수하여 한국을 제어하고자 하는 전략을 이미 실행 중에 있다. 이에 대만은 일봉에서 LCD 기술을 전수 받고 있긴 하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떠오르고 있는 유기EL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일본과 한국을 동등한 경쟁국으로 여길 만큼 풍부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 만약 일본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대만 이후로 중국과 기술협력관계를 설정한다면, 한국의 디스플레이 업계의 설땅은 없어질 지도 모른다."
이렇듯 한국의 DT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대만을 앞지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해결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를 내세운다.
첫째, 우리가 고유기술을 확보한 고성능 디스플레이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둘째, 그 제품의 개발과 함께 관련된 장비 및 소재, 부품 개발도 동시에 이뤄져 양산 체제로 나서야 한다. 셋째, 이러한 일들은 대기업 독자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연구소와 대학교, 중소기업 등과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
삼성SDI에 유기 EL 개발 장비를 납품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회사들은 단독으로 장비를 개발할 자금이 없다"라며 "유기EL과 같이 일본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하는 산업은 정부 주도하에 산학연이 공동으로 개발에 참여해야 일본에 의존하는 관행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민간이 72억원을 투자해 경희대학교에 설립중인 유기EL 활용 시설은 좋은 본보기라 할 만하다.
☞ 한국 기업들의 약진 ... DT 산업 '희망'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PDP양산 체제를 갖췄지만 일본FHP(후지쓰 히다치 합작법인)보다 기술 개발이 4년이나 늦는 바람에 원천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유기EL도 삼성SDI가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미국 코닥사에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형편이다. 또한 DT의 장비와 부품에 대한 일본 의존도는 60%에 달한다. PDP 전용유리는 일본 아사히글라스에서 구매한다. TFT-LCD의 구동칩은 전부 일본산이다.
그러나, 한국 업체들이 제자리걸음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LG와 삼성은 지난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지난 87년 미국의 이스트만 코닥사가 처음으로 적층형 유기EL소자를 개발하고 97년 일본 파이오니아가 녹색 유기EL을 상품화하는 것에 비해 엄청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현재 전세계 80여개 개발업체 중 일본 ELDIS(파이오니아와 일본반도체 연구소 합작사)를 바짝 따라붙어 시장 상황을 매우 낙관적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이렇듯 일본 기술력에 허를 찔리며 로열티를 지불하는 관행과 부품 의존도를 극복하려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응용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러한 것들은 한국 업체들의 고민으로 남을 것이며, 한국 기업들이 매진해야할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월간 비즈니스저널 게재(2001년 9월)
[기획특집] - 1. DT산업의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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