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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ibility

단상 천년을 지내온 아름드리 나무의 노래는 봄볕의 따사로움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그 날의 그리움은, 이내 깊은 꽃망울을 퍼뜨려 내 안에 퍼지네 2004.2. 더보기
謎題 미제 푸른 수평선이 그려지면 그 밑으로 펼쳐진 극한을 보지 못한다. 거뭇한 기운은 이내 온 몸을 감싸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음성은 고막을 찢지만 그 밑은 호기심으로 충만한 내 눈을 어지럽힐 뿐이다. 언젠가 그랬지. 저 밑으로 꺼지는 날, 난 비로서 하나의 새가 될 수 있다고. 거꾸로 가는 기차가 떠.. 더보기
나는 가끔 물을 마십니다. 나는 가끔 물을 마십니다. 물을 매일 마시고 있지만 그것이 물인지 모릅니다. 가끔 물이 아닌 물을 마시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자주 물을 마시고 싶습니다. 말갛고 투명한 물을 마시고 싶어 떠나기도 합니다. 내 그림자와 달빛은 그런 빈 자리를 탐합니다. 나는 가끔 물을 마시며 살았습니다. .. 더보기
그리움이라는 것 그리움이란 것. 그리움이란 그런 것입니다. 2년만에 먼지 훌훌 털어낸 헌책을 펴내 물방울 묻은 글자를 볼 때 느끼는, 습식저온사우나에서 물방울을 고개 들어 말없이 맞을 때 느끼는, 가시에 찔린 손가락을 그대로 두고 긴 세월 말없이 그 흔적만 종종 바라볼 때 느끼는, 서투른 걸음걸이로 뒤뚱거리며.. 더보기
[윤동주] 별헤는 밤 별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 더보기
동그라미 사랑 동그라미 세모와 네모가 만나 세가지의 모순을 깍고 네가지의 이해를 해주고 세가지의 꼭지를 꺽어내고 네가지의 양보를 불러내고 세가지의 오해를 보듬어주고 네가지의 가시를 가슴으로 껴안고 세가지의 외침을 조용히 들음으로써 세가지는 네가지로 네가지는 세가지로 다시 태어나 서로의 꼭지점.. 더보기
빈대떡 빈대떡 넓은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밀가루에 김치를 조금 썰어넣은, 그래서 맛깔스런 빛깔을 내며 윤기나는 빈대떡을 종로 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어렴풋이 입안에 감도는 매운맛이 조금은 쓰리고 아려도 내 배를 채워줌에 부족함 없어 두어 점 더 입에 넣습니다. 오뎅국물은 덤으로 순대말이는 추.. 더보기
살얼음판 살얼음판을 걷습니다. 언제 꺼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강을 건널 수 있으리라는 믿음, 그 하나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깁니다. 지나온 발자국을 잠시 돌아보니 그리 많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아직 갈 길은 많은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내 자신을 봅니다 쉽게 건널 수 없는 길이면서도 쉽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