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고구마- okggm 쥔장. 현재 백수. 전국투어를 열나 하고 싶어 무작정 떠나기로 한 주인공
미키- 고구마의 친구. 현재 휴직중. 전국투어를 떠날 마음은 없었으나 얼떨결에 떠나게 됨.
오전 11시 30분 서울.
출발하는 서울 하늘은 가느다란 비를 뿌리고 있었다. 전국 투어라는 큰 단어 앞에 액땜이라도 하듯, 도로 사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고속도로로 갈까, 국도로 갈까. 약간의 망설임 끝에 국도를 택한 우리는 46번을 타고 춘천을 거쳐 설악산 한계령에 다다랐다.
가는 동안 서울과는 달리 햇볕이 매우 따사로왔다. 선글래스를 껴야할 정도로.
그러나, 한계령에 올라섰을 때, 산신령이 나타나기라도 한듯, 짙은 안개가 우릴 감쌌다. 쉽게 볼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고속도로로 갔으면 벌써 도착했을 것을. -_-; 우린 갈등하고 있었다.
약 2시간을 달려 춘천 쯤 도착했을 때도 "야 고속도로로 갈까", 양구를 찾느라 약간 도로를 돌아갔을 때도 "고속도로로 갈껄"...
그래도 꿋꿋이 운행을 감행, 결국 한계령을 넘었다. 이 때 시각 오후 5시.
새벽 4시까지 스타를 해 잠이 모자란 미키는 한국과 이탈리아전때 주심을 맡았던 그 에콰도르 주심 '구영탄'을 닮았다. 졸린 눈의 소유자. 약간의 앞이빨과 적은 말수를 소유한 인간이다.
강릉에서 호호아짐을 만나 맛나게 회를 먹고 나니, 시간은 9시를 넘기고 있었다.
숙박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 결국 경포대로 다시 돌아와 어느 여관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한분이 우릴 마중하더니, 조용히 손가락 셋을 내보이며 "3만원"이라고 말했다.
난 조금이라도 깍아볼 요량으로, "2만 5천원"을 불렀고 여러말이 오갔다. 그러나, 그 할아버지. 정말 웃긴다. 아무리 애원을 해도... 아주 조용히 얘기한다. "그건 좀... 곤란합니다. 그것이 원칙입니다. 안됩니다."
"그래도 좀 깍아주세요. 침대방도 아니고, 온돌방이라면서요."
"원칙이 3만원인데요. 곤란합니다."
처음엔 "곤란합니다"란 말을 듣지 못해 귀를 쫑긋 세울 정도로 무척 조용히 말씀하셨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직행.
결국 2만 5천원짜리 방을 잡고 자리를 틀었다.
"야, 우리 계획세우고 가야하는 거 아냐?"
그렇다. 우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떠났기 때문에 계획이 필요했다.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 포항으로 가서, 낮에 구경하고... 저녁에 경주로 이동... 낮에 구경하고 밤에 대구로 가서 술먹고..."
내가 대충 세워봤다.
그러나, 미키는 손가락으로 지도책을 이리저리 재더니 하는 말, "크크크 이러다가 3일만에 전국 투어다 끝나겠군"라고 했다.
아~ 내일일은 내일 생각하자.
안개 자욱한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머문 시간은 정확히 5분. 별로 볼 것도 없고, 바다에 빠져봤자 5미터만 앞으로나가면 사경을 헤맬 것 같아 포기. 습한 공기에 담배 맛도 없고... 근처 100원에 4분짜리 하는 PC방에 와서 몇자 적는다.
이러다 진짜 바다보는 시간은 5분이 전부가 될 것 같다. 동해안 해안도로인 7번 국도를 따라 운전만 해야하니까. 그토록 보고싶었던 바다는 또 이렇게 못보고 마는 것인가. 크크.
기한도 없고 목적지도 없는 전국 투어.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고구마- okggm 쥔장. 현재 백수. 전국투어를 열나 하고 싶어 무작정 떠나기로 한 주인공
미키- 고구마의 친구. 현재 휴직중. 전국투어를 떠날 마음은 없었으나 얼떨결에 떠나게 됨.
오전 11시 30분 서울.
출발하는 서울 하늘은 가느다란 비를 뿌리고 있었다. 전국 투어라는 큰 단어 앞에 액땜이라도 하듯, 도로 사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고속도로로 갈까, 국도로 갈까. 약간의 망설임 끝에 국도를 택한 우리는 46번을 타고 춘천을 거쳐 설악산 한계령에 다다랐다.
가는 동안 서울과는 달리 햇볕이 매우 따사로왔다. 선글래스를 껴야할 정도로.
그러나, 한계령에 올라섰을 때, 산신령이 나타나기라도 한듯, 짙은 안개가 우릴 감쌌다. 쉽게 볼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고속도로로 갔으면 벌써 도착했을 것을. -_-; 우린 갈등하고 있었다.
약 2시간을 달려 춘천 쯤 도착했을 때도 "야 고속도로로 갈까", 양구를 찾느라 약간 도로를 돌아갔을 때도 "고속도로로 갈껄"...
그래도 꿋꿋이 운행을 감행, 결국 한계령을 넘었다. 이 때 시각 오후 5시.
새벽 4시까지 스타를 해 잠이 모자란 미키는 한국과 이탈리아전때 주심을 맡았던 그 에콰도르 주심 '구영탄'을 닮았다. 졸린 눈의 소유자. 약간의 앞이빨과 적은 말수를 소유한 인간이다.
강릉에서 호호아짐을 만나 맛나게 회를 먹고 나니, 시간은 9시를 넘기고 있었다.
숙박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 결국 경포대로 다시 돌아와 어느 여관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한분이 우릴 마중하더니, 조용히 손가락 셋을 내보이며 "3만원"이라고 말했다.
난 조금이라도 깍아볼 요량으로, "2만 5천원"을 불렀고 여러말이 오갔다. 그러나, 그 할아버지. 정말 웃긴다. 아무리 애원을 해도... 아주 조용히 얘기한다. "그건 좀... 곤란합니다. 그것이 원칙입니다. 안됩니다."
"그래도 좀 깍아주세요. 침대방도 아니고, 온돌방이라면서요."
"원칙이 3만원인데요. 곤란합니다."
처음엔 "곤란합니다"란 말을 듣지 못해 귀를 쫑긋 세울 정도로 무척 조용히 말씀하셨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직행.
결국 2만 5천원짜리 방을 잡고 자리를 틀었다.
"야, 우리 계획세우고 가야하는 거 아냐?"
그렇다. 우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떠났기 때문에 계획이 필요했다.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 포항으로 가서, 낮에 구경하고... 저녁에 경주로 이동... 낮에 구경하고 밤에 대구로 가서 술먹고..."
내가 대충 세워봤다.
그러나, 미키는 손가락으로 지도책을 이리저리 재더니 하는 말, "크크크 이러다가 3일만에 전국 투어다 끝나겠군"라고 했다.
아~ 내일일은 내일 생각하자.
안개 자욱한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머문 시간은 정확히 5분. 별로 볼 것도 없고, 바다에 빠져봤자 5미터만 앞으로나가면 사경을 헤맬 것 같아 포기. 습한 공기에 담배 맛도 없고... 근처 100원에 4분짜리 하는 PC방에 와서 몇자 적는다.
이러다 진짜 바다보는 시간은 5분이 전부가 될 것 같다. 동해안 해안도로인 7번 국도를 따라 운전만 해야하니까. 그토록 보고싶었던 바다는 또 이렇게 못보고 마는 것인가. 크크.
기한도 없고 목적지도 없는 전국 투어.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2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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