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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ibility/수필

어머니와 컴퓨터 - 2001

어머니와 컴퓨터 - 2001
 
 
 
 
1주일 됐을까.
어머니께서 컴퓨터 학원에 나가시기 시작하셨다.
네티즌의 인구가 50%를 넘어섰다는 통계 결과에 고무되신 걸까.

훗. 어쨌든 좋은 소식이다.
지긋하신 연세에 뭔가를 배울 수 있다고 마음먹으신 용기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겉으로는 "정말 배우시게요? 저한테 배우세요." 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모여든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서로의 경쟁심도 높이고... 오랜만에 갖는 그런 외출이 좋으신가 보다.

어떨까. 괜히 죄송스러웠다. 내가 일찍이 가르쳐 드렸어야 했는데... 하지만, '나이드신 분들은 컴퓨터와 다른 세상속에서 살아가고 계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 솔직한 고백이다. 컴퓨터 없이도 잘 살아오셨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무의미한 추측.

이제 하루 출석하셨다.
총각선생님을 앞에 두고 30여명 아주머니들의 짖꿎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가 보다. 말씀을 듣는 동안, 한참을 웃었다. 선생님으로서는 이루말할 수 없이 힘들텐데... 훗.

"나 이거 알아! 울 아들이 갈켜줬어."
"나도 알아! 당신만 아들있어?"
"어이~ 총각! 일루와봐. 마우스가 뭐야?"
"사이트가 뭔 소리여? 카바레에서 키는 거 말하는 거여?"
"나 영어 몰러. 영어로 쳐야돼?"
"나 왕년에 타자 1급 땄었어. 왜이래. 나 타자는 잘쳐"

배꼽을 잡았다. 한편으론 흐뭇하고 왠지 편안한 웃음. 그런거 있잖은가. 왠지 훈훈한 그런 것.(말로 표현 못하는 기분이 있기도 하다)

어머니의 배움.
늦은 줄로만 알았던, 그래서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배움.

왠지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어머니와 컴퓨터.
이제 그 기계 덩어리에 앉아 어떤 생각을 하시며 컴퓨터 전원을 켜실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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